[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6.안개 자욱한 길가에 감춰진 것들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6.안개 자욱한 길가에 감춰진 것들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7.0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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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 눈을 뜨니 새벽 5시.

다시 눈을 붙이기엔 어려워 밖으로 나간다.

어제저녁에도 후드득 빗방울이 던져서인지 바다 안골이어서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바다는 수평 선이 보이지 않는다.

안골포, 안개바다
두번 째 고개를 넘다.

지난 3월에 왔을 때 진해 바다 70리 길의 7구간 길의 도착점이 안골포인 것을 알았을 때 다음에 내려오면 7구간 길 8.2km 길을 걸어보자 마음먹었었다. 왕복 10km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는 데까지 갔다가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안골포 구간 길은 많이 걸어보았기에 쉽게 생각을 하고 출발을 했다. 걸어가면서 여름꽃인 수국, 접시꽃, 자귀꽃들을 반갑게 만난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무리들을 만나고, 지팡이를 들고 걷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들은 대부분 진해 쪽에서 용원인 안골포 방향으로 오고 있다.

이정표
어촌마을

일요일 새벽이라 인적은 드물고 남파랑길이라는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지저귀는 새소리도 듣는다. 가끔 꾀꼬리 소리도 들려 녹음을 해보나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꾀꼬리는 노래를 멈추어 녹음이 힘들다.언덕길을 걸어가니 아래쪽엔 호박밭도 보이고 텃밭을 가꾸는 마을 사람 한, 둘이 보인다. 어떤 향나무 무리는 해풍에 쓸려 나뭇가지가 한 방향으로 쏠려 있는 것이 보여 사진을 찍는다. 보기 힘든 호두나무가 보여 찰칵, 도라지밭도 보인다. 할머니들은 아른 아침 텃밭에 나와 장아찌 담을 콩잎도 따고 풀도 뽑는다. 

호두나무
하늘타리
하늘타리

마을도 없이 멀리 안개에 휩싸인 바다와 산은 보이는데  더 이상의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길 따라 걷는다.

한적하고 경치가 좋으니 찻집, 음식점 등이 꽤 많다.

하율이네가 3년 전 용원으로 이사오던 날 사돈 내외와 갔던 찻집도 보인다. 그 옆엔 정원수를 정갈하게 가꾸어 놓은 아담한 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찻집
정갈한 정원수의 주택

한 고개, 두 고개를 다 넘고 나니 다른 마을이 보인다. 진해 시가지가 가까워 온 듯하나 길을 잃은듯하다.

가도 가도 아파트 단지만 나오는 것이다.

어느 공원에서 강아지와 열심히 걷는 집사에게 힌돌 메 공원을 물어본다.

"흰돌메 공원은 여기서 멀어요. 걷기엔 무리인데요."

"안골포에서부터 걸어왔어요."

"아, 그러면 오시다 주유소 보셨죠, 거기서 좌측으로 한참 내려가서 바닷길로 걸어가서 다리 보이는 끝에서 다시 좌측으로... 근데, 혼자서 걸으시네요."

"네, 감사합니다."

주유소 삼거리까지(마천공단 입구) 한참을 되짚어 돌아와 흰돌메 방향을 보니 이 동네까지 걸어오며 바다 건너 바라보았던 산이다.

이미 5km 이상을 걸었기에 7구간 시작점인 흰돌 메 공원까지 걷는 일은 무리인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안개 자욱한 거리, 분위기 있는 길을 마음껏 걸어 본다.

주유소 삼거리 마천공단 입구에서 2.4km를 가야함.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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