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4.소리 없이 다가오는 이별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4.소리 없이 다가오는 이별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0.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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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노라면

풀벌레의 향연

절정으로 치달아

어쩌면 애처롭게도 들려

걸음을 멈추게 된다.

 

바람은 살며시

옷 속으로 사북 사북

소리 없이 찾아들어

그리움처럼

말간 정을 쌓아 놓는다.


 

계절이 깊어 감을

눈을 들어 본 하늘에도

산사나무, 단풍나무에도

그 고운 빛은 스며들어

빨갛게 익어 계절을 손짓한다.

 

어김없이 찾아든

너와 나의 숨결처럼

다북다북 매만지는 손길 위에

기대어 가고프던 마음이

이별을 고해도 서글프지 않을

그런 마음이 되었다.

파랗게 높아진 하늘과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 단풍을 보며

아직도 설익은 우리의 마음을

그 마음과 손을 놓기 위해 애쓰는 거다.

아니 그냥 흘러가는 물결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잎새처럼

지고 나도 불평 없는 마음을 헤아려

그렇게 놓아두는 것임을 아는 거다.

*photo by young.

/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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