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있는 풍경]39.함미자 화백의 골프 그림과 '창의문' 뜰
[안신영의 삶이있는 풍경]39.함미자 화백의 골프 그림과 '창의문' 뜰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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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골퍼 이야기

부암동 창의문 옆 창의문 뜰 한옥 갤러리 카페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림들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림은 보기만 해도 좋다. 정갈한 한옥의 카페에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는 그림들을 보면 마음은 어느새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물결친다.

바람도 선선한 9월의 갤러리는 오방색(五方色)이 가득한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화가 함미자의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오밀조밀 그려진 꿈의 대화 시리즈 그림 21 장생으로 뛰노는 우리들의 꿈을 대신하여 필드에 펼쳐진다.

함미자 화가의 말을 빌리면 화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나라 전통 민화에 들어 있는 십장생(十長生)을 재해석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행복을 갈망하는 다양한 장생물들을 작가 나름으로 선별한 11가지 행운의 장생물들을 추가하여 21가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자연 속의 산과 호수에 아일랜드 홀이 골프장과 함께 캔버스에 그려 넣어 해학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쉽게 말하면 좀 웃긴 표현으로 <행운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모두의 다양한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다양한 장생 불사 물을 그려 넣어 오방색으로 밝은 기운을 표현해 보았다. 십장생은 열 가지 장생 불사를 표상(表象)  것이다.십장생은 해, , , , 구름 또는 달, 소나무, 불로초, 거북, , 사슴 또는 대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속신앙이나 신선사상에서 유래됐다고 여겨지며, 이 모두가 행운의 장수물이므로 자연 숭배의 대상물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십장생에 지역과 인종 구별 없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좋아하고 부()를 안겨준다는 해바라기, 인도의 행운의 상징 흰 코끼리, 행운을 부르는 연꽃, 여행과 축제를 상징하는 애드벌룬, 북유럽과 아시아의 권력을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핸드폰이나 차 번호에  꼭 넣고 싶어 한다는 행운의 숫자 8, 영국이나 유럽의 해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 시원한 폭포, 황금 잉어,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터키의 나자르 본 주라는 눈 모양의 푸른 터키 석등 11가지 행운 물을 더하여 21세기에 맞는 21가지의 장생물을 가진 장생화를 만들었다.(터키 나자르 본 주우 : 재앙을 물리친다는 터키의 부적)

화가는 그림 속에서 이런 장생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전 세계가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소식과 더해가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로 어렵고 힘든 시국이지만 밝고 생기 가득한 그림으로 조금이 나마 긍정의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기운을 받아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긴 그림이다.

전세게가 촘촘히 연결되어 하나의 생활권에서 생존의 운명을 같이 한다는 자각이 드는 21세기에 세계인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긴 21가지의 상징적 이미지들을 작품 속에 담아 봄으로써 더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꿈의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실한 바람을 담고 있다.

작가로서의 소명은 그저 붓 하나로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남을 오십여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려야 하는 삶이라면 조금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나는 지금도 열심히 붓질하는 매 순간 우리 어머니들이 수천 년 동안 해왔듯이 마음과 정성을 다해 빌어 본다. 우리의 자식 그리고 후손들이 사는 세상이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기를..

삶의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나와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이 나와 상관없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행운들이 마구 마구 쏟아지길 바란다.그렇게 그리며 꿈을 군 나는 정말로 원하던 꿈에 다가섰다.

내가 일상에서 매일 하는 꿈의 대화를 이젠 행복을 원하는 지구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여러분도 꿈의 대화를 해보세요. 꼭 원하는 꿈이 이루어집니다.

오방색(五方色)은 우리 전통의 색이다.

오방(五方)은 동쪽, 서쪽, 남쪽, 북쪽, 중앙 다섯 가지 방향을 의미하고, 각 방향의 의미와 상징을 색채 개념과 일치시켰다. 태양이 솟은 동쪽은 파랑의 부활과 탄생을 의미한다. 서쪽은 하양이다. 남쪽은 빨강이고, 작열하는 태양처럼 왕성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북쪽은 검정이다.

오행사상을 상징하는 색으로서 오행설은 목, , , , 수 등 5요소의 변화로 만물의 생성 소멸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동방(東方)은 태양이 솟는 곳으로 나무가 많아 푸르기 때문에 청색을 의미하고 봄을 의미하며 양기가 강하다. 서방(西方)은 쇠가 많다고 백색으로 표현하였고, 가을을 의미하며 음기가 강하다. 남방(南方)은 해가 강렬해 적색이고 양기가 왕성한 여름을, 북방(北方)은 깊은 골이 있어 흑색이고 겨울을, 중앙은 땅의 중심으로 황색을 의미한다.

오정 색, 오색, 오채라고도 한다. 오방색 사이의 중간색이 오간색이다. 서방과 동방 사이는 벽색, 동방과 중앙 사이는 녹색, 남방과 서방 사이는 홍색, 남방과 북방 사이는 자색, 북방과 중앙 사이는 유황색이 놓인다.     

한국 전통 색은 사람에게 해로운 것을 물리쳐 준다고 믿어 간장에도 붉은 고추를 띄웠고, 경사가 나면 붉은팥이나 수수로 떡을 했으며, 아기의 옷에 빨강과 파랑을 사용해야 복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 옷의 색채는 오행 사상과 동방의 위치로 파랑을 숭상했으며, 관리들의 복색이 주로 푸른색이었다. 음식의 색채는 음식의 맛과 색상에서도 음양오행의 원리를 지키려 했다. 오색 고명은 음식을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하고, 시각적으로 미각을 돋았다.
 

 전통 건축은 음양오행설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성 체계는 궁궐, 사찰, 사당, 향교가 있다. 특히 유교적인 이념이 중요시되는 건물에는 바탕을 흑백의 선으로 테두리를 그어 긋기단청을 했다. 사찰의 법당이나 주요 전각에는 비단에 수를 놓듯 부재에 여백 없이 현란하게 금색으로 단청을 했다. 단청의 색과 문양은 건물의 성격과 용도에 따라 사용되었다. 속 체계는 백성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생활공간으로 민가와 같은 주거 공간이다. 대부분(, 석회, 나무 들) 저채도 색상이기 때문에 색 대비에 의한 시각적인 자극은 없다. 건축물들은 유사한 색 조화를 이루어 통일된 정서를 느낀다.
 
 한국의 전통 색명은 자연적 환경과 사상적 요인에 많이 기인한다. 한국 전통 색은 순한 색을 선호하고, 저채도와 고명도의 색을 가지고 있다. 음양오행설에 의한 오방 정색, 오방 간색, 잡색 세 가지로 분류되는 색 체계가 한국 전통 색의 바탕이다. 오색은 각 방위에 해당되는 색을 정색(正色)이라 하고, 모두 양에 속한다. 오행 중 상충하는 각 방위의 중간에는 간색(間色)이 오고, 이 색은 모두 음에 속한다. 서방과 동방 사이에는 벽색(碧色), 동방()과 중앙() 사이에는 녹색(綠色), 남방()과 서방() 사이에는 홍색(紅色), 남방()과 북방() 사이에는 보라(紫色), 북방()과 남방() 사이에는 유황색(騮黃色)이 온다.

함미자 화가는 30여 년 동안 단청 기술자로 활동도 했다고 한다.

작품의 명제는 꿈의 대화이며 주요 컨셉은 골프를 주제로 20여 년 한결같이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는 전통 한복을 입은 골퍼를 컨셉으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함으로 해학적인 회화 풍경을 그려낸다. 서구에서 온 스포츠 골프에 한국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일상에서 벗어 난 평안함과 희열을 감으로 맛보고.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탈이라 생각된 골프라는 소재를 뻔하게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화가의 절절한 소망이 들어 있는 꿈의 대화 시리즈는 화폭에 생기 발랄함으로 가득하다.

한복을 입고 골프를 하는 여인의 발그레한 표정은 이미 꿈을 이룬 듯이 보이며 사랑하는 연인들의 꿈의 속삭임은 푸른 자연의 품속에서 알알이 익어 간다.

우리 어머니들이 시집가기 전에 혼수품으로 만들었던 병풍에 자수(刺繡)를 놓았던 십장생들이, 21세기에는 세계 각국의 행운의 상징들로 훨씬 풍성하게 불어나 21 장생으로 변신하여 찾아왔다.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장생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를 부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염원을 불어넣은 화가의 꿈이 오롯이 풍겨 온다.

화가의 그림들이 우리의 마음을 활기 있게 응원하는 것을 충분히 엿볼 수 있어서 그림 감상의 시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힘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다음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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