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7.손녀와 나들이한 목재문화체험장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7.손녀와 나들이한 목재문화체험장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7.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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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짙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딸은

"엄마,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요?" 하며 물어본다.

새벽부터 많이 걸었던 터라 그다지 떠오르는 게가 없다.

"엄마, 여기는 갈 곳이 많아. 부산에서 움직이면 멀잖아, 그런데 여긴 다 가까워요. 보태닉가든, 목재체험장 그런데도 15분 정도면 돼요.  목재체험

장 좋다고 하던데 거기 갈까?"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서 사위인 강서방이 운전해서 가기 좋은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부산과 달리 전부 근처란다.

수련 연못

산 중턱까지 차로 이동하고 입구로 들어서자 수련 연못이 눈길을 끈다. 하얗고 노란색의 수련, 분홍색의 수련이 우리들을 반긴다. 물속엔 잉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연못 중앙에 왜가리가 인형처럼 서 있는 것을 보라며 하율이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나 잘 알아보지 못한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멀리 있는 대상을 가리키면 손가락만 쳐다보아 미소를 머금게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왜가리와 오리

수련 연못을 둘러보며 꽃이 정말 예쁘다며 감탄하는 딸에게 "오죽하면 세잔느가 수련 관찰을 하며 평생을 수련 시리즈에 바쳤겠냐?"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딸.

어린아이들은 모래 장난할 수 있도록 모래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고, 나무로 만든 그늘집이 서너 개 있어서 어른들은 돗자리를 깔고 쉬며 아이들의 재롱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나무 그네와 나무 바람개비. 물 웅덩이에는 올챙이도 노느라 물밖으로 나와 몸을 내밀고 숨을 한 번씩 들이키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올챙이

어른들을 위해서는 산림욕을 할 수 있도록 해오름길이 있었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무 그늘에 쌓여 숲의 향기에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다.

부산에서 약속이 잡혀 있어 천자봉으로 올라가는 것은 뒤로 미루고 목재문화체험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난 내가 너무도  쉽게 나무의 일생을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체험장을 둘러보고는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물론 나무로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했고 나무가 빚어내는 일은 더욱 많았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길의 바람개비

옛부터 내려왔던 배들도 결국엔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의 거북선이 가장 특이하고 으뜸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배 모형과 설명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람을 한 것이다.

전쟁에 사용되었던 배가 있었는가 하면 세금을 걷으러 다녔던 조운선,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전함인 판옥선은 우리의 군사를 보호하는 구조로 설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고안해 만든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돌격용 철갑 전선이라는 설명을 보게 된다. 노와 돛을 사용하여 배의 속도가 빨랐다고 한다.

거북선 모형
노르망디 선플라어호 모형
노르망디 산타마리아호 모형

노르망디의 바이킹들이 타고 다녔던 배, 청교도들을 싣고 미국 신대륙을 발견한 산타마리아 호도 결국 목재로 만들어진 배였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집안의 가구로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목재는 크고 작은 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우리의 전통 민속 탈춤에 쓰인 탈에 이르기까지 전부 나무를 깎아서 만든 거였다.

하율이 손을 잡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가운데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무 퍼즐을 만들어 놓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하율이는 유치원에서 견학을 다녀갔는지 "여기 친구들하고 왔었어." 한다. 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자기들이 왔을 때는 계단으로 걸어 다녔다는 말을 한다.

옛날부터 나무를 이용해서 생활에 필요한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 내어 쓰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철이나 돌을 이용해서 만들어 쓰기도 했다.

나무를 이용해서 만드는 물건들은 우리에게 더욱 친근하고 부작용이 없어 좋다. 목공예로 만들어 내는 물건은 나무에 따라  각양각색의 제품들로 생산되기도 한다.

목기는 어느 사이 값이 비싸지기도 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뀌었다. 무엇이든 시대에 따라 필요에 맞게 변천해 온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산림을 가꾸어 풍요로워지는 꿈을 높이는 교육을 받아 온 우리 세대는 나무가 좋다. 목재에 정이 간다.

어린 손녀와 함께 나들이하며 둘러본 목재 체험장의 추억은 오래도록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진해목재문화체험장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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