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1.귀한 방앗잎과 부침개의 궁합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1.귀한 방앗잎과 부침개의 궁합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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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배초향)

지난번 부산을 다녀오면서 방앗잎을 사 가지고 왔다.

방앗잎은 부산에서 부침개나 생선찌개, 추어탕을 끓일 때 꼭 필요한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향신채이다.

부산에서 방앗잎을 사 온 까닭은 이곳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때문이기도 하다쉽게 접하는 마트에는 채소 진열대에 눈을 씻고 봐도 방앗잎이 없고, 혹시 재래시장에는 있을지 모를 일이나 삼송에서 재래시장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딸의 말을 들으면 원당역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엄마가 가려면 힘들어요. 언제 시간 나면 함께 가봐요."

하지만 둘이 시간 맞추기는 힘들어서 아직 원당에 있다는 재래시장을 아직 가지 못했다.

부산에서 올라오자마자 오징어와 바지락 조갯살을 넣어 부침개를 만들어 셋이서 앉은 자리에서 몇 장을 먹었는지 모른다. 뜨거울 때 먹는 맛이란 그런 것 같다. 딸과 사위는 오랜만에 방앗잎 들어 간 부침개를 먹으며 아스라한 향수가 달래진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둘 다 부산이 고향이다 보니 가끔 생각이 나도 만들어 먹지 못했던 음식이라서 더욱 간절히 생각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주먹을 꼭 쥐며 결심했어! 이번엔 방아를 꼭 사 오겠어!

부산에서 사 온 방앗잎

지난번에 만들어서 실컷 먹고서 남은 방아가 상할 오늘 점심에 또 만들어서 밥은 뒤로하고 부침개만 먹었다. 부침개를 만들면서 딸이 좋아하는 나박김치도 만들었다.

출근 전에 배추, 홍고추, , 당근 등을 보며 

"엄마 무슨 요리 하시려고?"

"나박김치 만들까 하고."

"아, 맛있겠다. 나박나박 나박김치~~"

리듬을 타며 말하는 딸을 보니, 벌써부터 좋아하는데 진작 만들어 줄 것을, 생각만 하다 시일만 지나가버렸다.

배추와 무가 살짝 절여지는 사이에 찹쌀죽을 만들어, 양파, 마늘, 홍고추, 배등을 믹서기에 갈아서 면포에 넣어 짰다국물을 만들어 나박김치를 담근 후에 지짐을 만들어 식탁에 올렸다사위가 나와 보더니

"어머니, 바쁘셨네요? 김치까지 만드셨어요?"

"응, 나박김치."

"유정이 좋아하겠는데요?"

"어렸을 때 먹어 버릇해서...“

방아는 배초향이라고도 불리며 꿀풀 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에 분포한다. 풀 전체에서 강한 향기가 나는 방향성 식물로 한국 토종 허브로 알려져 있다. 여름에 자주색 꽃을 피우고 가을에 씨앗이 익는다. 내한성이 좋고 볕이 잘 드는 자갈밭에서 잘 자란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추어탕이나 생선매운탕 등의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채로 많이 이용한다. 이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음식 속의 배초향을 화장품 냄새로 느끼면서 꺼리기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구토와 설사 증상에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방앗잎은 깻잎 하고 비슷하지만 고소한 냄새가 나는 깻잎과는 다르게 독특한 향이 난다. 부산에서 살기 전에는 방앗잎을 전혀 몰랐다. 부산에 살기 시작하니 부침개에는 부추, 쪽파와 함께 필히 들어갔고, 추어탕에는 산초가루와 항상 동행했다. 산초가루도 부산 가기 전에는 무엇인지 몰랐다.

주로 남도에서 생선요리를 할 때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특히 경상남도에 속하는 부산은 방앗잎 없는 부침개는 생각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시어머님이 방앗잎 부침개를 좋아하셔서 더 자주 먹기도 했지만 제사 때마다 지짐을 만들 때 부추전에 꼭 필요한 방앗잎이기도 했다. 또 방아는 부산에서 가까운 대구와 구미에는 없어서 신기했다.

"야야, 구미에는 방아가 없더라."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한 번은 시어머니께서 딸네 집에 다녀오셔서 하신 말씀이셨다. 그 후부터는 시누이 집에 가실 때에 방앗잎을 챙겨 가셨다

이번에 내가 부산에 갔다 오며 방앗잎을 사 오는 것과 똑같아서 생각이 났다한동안은 방앗잎 부침개를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처음엔 젓갈이 많이 들어 간 김치, 산초가루를 넣은 추어탕도 먹기 힘들어 눈총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 독특한 향을 좋아하고 즐기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일부러 찾아 만들어 먹기도 하니 세월은 참 많이도 흘러 입맛도 성격도 두리뭉실하게 변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나박 나박, 나박김치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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