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1.글벗과 함께 하는 고령 여행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1.글벗과 함께 하는 고령 여행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2.0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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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행에서 가을에도 여행하자는 약속이 우리의 가을을 타게 했다.

부산에 계시는 글벗님들이 짜 놓은 일정에 나는 몸만 실어 가을을 타면 되었다.

경북 고령에 있는 수목원으로 향해 부산을 출발했다.

고령의 시장통에 있는 맛집은 추어탕집이었다. 배가 고픈 나머지 맛있는 추어탕을 먹느라 사진도 남기지 않고 부지런히 먹었지만 그 맛은 남길 수 있는데, 앞집 방앗간에서 볶은 깨소금과 금방 짠 참기름의 진한 맛의 취나물무침, 밭에서 금방 뽑아 담근 깍두기의 아삭하고 싱싱한 맛, 진한 국물의 추어탕에 들어 있는 무른 배추 우거지까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산초(제피) 가루의 매운 듯 산뜻하고 뜨끈뜨끈한 뚝배기의 추어탕을 뚝딱 비우고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준비해 간 스카프와 가방 선물 증정식을 했다.

"뭐하러 힘들게 해와. 이런 걸좋구로~"

"좋구로, 그 말이 듣고 싶어서~ ㅎㅎㅎ"

쌀쌀한 아침 바람에 목을 감싸주고 우리가 간단히 산책 시에 핸드폰과 물병만 넣어 들고 다닐 수 있고 여러모로 쓸모 있다며 가방을 다들 좋아해 줘서 마음이 흡족했다. 생각한 대로 맏언니는 핑크색 스카프로 환영을 받았다.

고령에는 대가야 박물관, 대가야 수목원과 우륵 박물관이 있으며, 700 왕릉 군도 있다. 전부 돌아볼 수는 없어서 수목원과 분재 식물원을 돌아보고 가야산으로 가기로 했다. 700왕릉은 대가야의 왕릉과 각 부족장의 고분이 700여개가 된다고 하여 700왕릉이라고 불렀다.

가을 가을 한 산을 둘러보며 이름 모를 나무들은 검색으로 찾아가 보며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저 멀리 700 왕릉을 건너다보았다.

대가야 수목원 앞에는 대형 설치 미술 작품이 세워져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우륵의 가야금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12개의 파이프는 1 12달을앞의 기둥은 땅을 가운데 원형은 사람이 사는 우주 공간, 바닥의 도자기 반원형의 4개는 4계절을 의미한다고 한다고 한다.

우륵은 가야국 사람으로 가실왕의 뜻으로 12현금을 만들고 가야금 곡 12곡을 지었다. 551(진흥왕 12) 신라에 투항하고 신라의 음악가로 살았다. 진흥왕의 배려로 가야금 음악이 궁중음악이 되었다고 한다.

분재 식물원 안에는 우리 토종 암 소철이 100년 만에 꽃을 피워 거의 지면서 씨앗을 맺고 있다.  소철도 꽃을 피웠다가  황금방망이 같던 꽃송이가 말라가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신묘막측하기까지 하다.

낙엽 데크길을 걸어 보기도 하며 산골짜기 다람쥐 두 마리가 놀러 나왔다가 우리를 보고 다시 숨어 들어가는 모습이 귀엽다. 산속에서 만나는 다람쥐들이 행복해 보인다. 우리도 가을산에 올라 가을을 삼삼하게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행복임을 깨닫는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은 살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등산으로 유명한 가야산에 위치한 가야호텔 숙소로 다시 달려간다.

가야산은 경남 합천군 가야면, 경북 성주군 가천면과 수륜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조선 후기(영조 27)에 실학자 이중환이 슨 인문지리지 <<택리지>> 에서 우리나라 산을 돌산과 토산으로 구분하고, 가야산을 예찬한 부분을 보면

"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星)이 없다. 오직 합천의 가야산 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같으며, 공중에 따로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골 입구에 홍류동과 무릉교(武陵橋)가 있다. 나는 듯한 샘물과 반석이 수십 리에 뻗쳐 있다"라고 한 것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돌산의 봉우리와 골과 천석(泉石)을 예찬한 것이다.

가야산은 예로부터 '조선팔경' 또는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혀왔다. 1966년 가야산 해인사 일원이 사적 및 명승 제5호로 지정되고, 197210월에는 다시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700왕릉

숙소에서 집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찾아 놓은 맛집으로 내려갔다. 해가 벌서 노루꼬리처럼 짧아졌는지 캄캄하게 어두워져 걸어 다니기엔 산속이라 어려웠다. 차를 다시 타고 수제 두부 짜글이 취나물 밥집으로 갔다.

저녁도 점심만큼이나 맛있게 먹게 되었다.

주인장은 쌀도 최고로 좋은 쌀로 지었다고 설명을 하면서 가지나물, 고추부각, 미역귀 튀각 등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음식도 먹기에 바쁘기도 했지만 음식 사진 찍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먹음직스러운 반찬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맏언니는 사우나 무료 이용권을 들고 사우나로 가셨다. 부산에 내려온 날 펌을 한 나는 아침에 사우나로 가기로 하고 욕실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족욕을 하며 아픈 발을 마사지하며 피로를 풀어 준다.

다시 향숙 씨의 스트레칭 자세를 하나하나 따라 하며 우리는 몸풀기를 시작한다.

평소에도 여행 때마다 가르쳐 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길 원하는 향숙 씨의 간절함 바람에 우리는 따르지 못한다. 늘 건강하게 잘 지내서 우리가 오래도록 만나길 소망하는 마음이 얼마나 예쁜가.

메트를 깔아서 엎드려 허리를 쭈욱 펴 다리를 뻗기도 하고, 벽에 팔을 올려 어깨를 풀어 주는 동작을 하고는

"아휴, 시원해!"를 연발한다.

몇 가지 동작만을 따라 했을 뿐인데 사락사락 쌓였던 피로가 스르륵스르륵 씻기 운다.   

그렇게 가야산의 밤은 깊어 간다.

*photo by young.

/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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