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7.초겨울에 찾는 무청 시래기 갈비탕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7.초겨울에 찾는 무청 시래기 갈비탕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11.02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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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끓여 본 시래기 갈비탕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춥다고 말할 정도로 쌀쌀해서

따끈한 국물을 준비해서

아이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먹여 줄

맛있는 음식이 무얼까?

물에 불린 후 삶았어요.
야채준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바빴다. 딱 한 명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보고 싶다며 내려오라고 해서 고향 친구에게 다녀와 하루는 브런치 작가님과 영등포에 있는 생태공원 걷기를 하느라 한 삼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핏물을 뺀 사태와 갈비를 무르게 익혀준다.

오랜만에 집에 있는 날 무얼 해줄까 생각을 하며

시래기가 있으니 등갈비 찜을 할까?

"엄마 사태도 있어요. 시래깃국 끓여도 될 것 같아요."

딸의 말에

', 시래기 갈비탕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이 출근하고 난 뒤에 갈비 1kg을 사서 절반을 물에 담가 놓는다.

갈비와 사태를 넣어 푹 끓이면 맛있는 갈비탕이 되어 아이들이 먹고 나면 힘도 나고 좋아할 것 같다.

 

양파와 다시마, 두 시간 동안 핏물을 뺀 갈비를 먼저  시간 정도 끓이다가 사태를 넣고 다시 끓인다.

갈비와 사태가 무르게 익을 동안 시래기와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예전에 갈비탕은 끓여 봤지만 시래기 갈비탕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온전하게 나의 생각대로 만든다.  

마늘 듬뿍 다지고, 파 많이 썰고 시골에서 올라온 청양고추와 양파도 보태 넣어 매콤한 갈비탕이 될 것 같다.

고춧가루와 된장을 조금 넣어서 은근하고 칼칼한 시래기 갈비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 익은 사태를 꺼내 먹기 좋게 얇게 썰어 시래기와 함께 푹 끓인다.

이제 아이들만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가족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즐겁다.

거기에 먹어 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맛이 있을 때는 더없이 기분이 좋다.

간을 맞추며 국물을 떠서 맛을 보니 그다지 맵지 않고 시원하다.

딸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혹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다가 매운 게 걸리면 금방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얼굴이 빨개져서 호! ! 하면 뜨거운 물을 주고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권한다.

청양고추를 몇 개 썰어 넣었지만 칼칼한 정도라서 다행이다. 

무청 시래기 갈비탕 완성!

"손 많이 가는 음식 또 하셨네~" 하는 딸.

"별로 손 안가." 하는 나.

"시원하고 맛있어. 엄마가 그냥 보통 시래깃국 끓이는 줄 알았는데 갈비를 사다 넣다니...." 놀라면서 맛이 정말 좋단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오늘도 성공한 엄마의 요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해주셔서 고마워요, 엄마~"

애교쟁이 딸은 꼭 사랑스럽게 인사한다.

 

*photo by young.


/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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