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0. 늦 여름, 느리게 걷기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40. 늦 여름, 느리게 걷기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9.10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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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해서

한 낮이 걸을 만하네요~

올여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걷는 일이 일상이었어요.

너무 더워서.

따사로운 햇볕에

보호색을 띠고 앉아 있는

메뚜기 발견!

얼마만인가요?

거미들도 일용할 양식을

거미줄 창고에

매달아 놓고 지나는 이를

바라보는 듯해요.

거미를 바라보다

신기해서 요리조리

구도를 잡는데 오리가

부르네요.

얼른 다리 위로 달려가니

유유히 강물을 미끄러져 갔어요.

못 보던 나비가 망초 위에

살포시 앉아 낮잠에 들었는지

다가가도 모르네요.

앗, 무언가가 풀쩍 뛰어

풀 속으로 숨었어요.

둘레둘레 둘러보니

요 녀석들이에요.

송장 메뚜기.

성묘하러 가면

봉분 주변에 많았는데

여기서 보네요~

부추꽃
좀작살나무
홍싸리

청둥오리가 날아들고

풀꽃, 나무 열매, 곤충들이 노니는 곳

그들과 더불어 숨을 쉬는 자연이

선물처럼 반가운 마음은

계절에 스며들어 감사함을 알아가기 때문일까요?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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