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38.마음의 갈피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38.마음의 갈피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8.3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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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무궁화

이른 아침 잠시 비가 그친

무궁화 공원을 다시 걷는다.

지난 유월엔

몇 송이 피어 있지 않았더니

이젠 지고 있는 무궁화 꽃.

나무를 가득 메워 피어 있고.

 한 송이만 남아 있기도 하다.

꽃송이 가득 메운 나무보다

한 송이에   마음 가는지

모를 일이다.

공원 한쪽 울타리엔 동백나무가  줄 서 있다.

아기 주먹만 한 열매들이 숨어서 엿보는 것 같다.

사잇길을 걷는데

비에 젖은 풀숲에 길냥이 한 마리

"사진 찍어 줄까?"

서서 바라보아도 달아나지 않는다.

빤히 바라보는 너.

너를 위해 먹을 거라도 지녔어야 했을까?

미안하다  미안해...

외로운 길냥이 굶지 않았으면 해.

여기 손님이 아니라면 챙겨주기도 했을지 몰라.

허나 아이야난 손님이란다.

너도 어쩌면 손님?

그래 우리 모두는 지구별의 손님이지?

손녀 하율이에게 와서 비 없는 날이 몇 날이었나?

오던 날, 이튿날 소나기가 지나가고

가을장마라며 비바람 몰아치더니

오마이스 태풍이 부산 여기저기를 물 먹였다.

다행히 용원 안골엔 비가와도 괜찮았다.

폭포처럼 물줄기가 바다로 몰려갔다.

바다는 그 많은 빗물을 말없이 다 안아 줬다.

불평 없이 넓은 품의 바다 마음을 닮고 싶다.

 


*photo by young.

/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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