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5.안골포 해전과 이순신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25.안골포 해전과 이순신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6.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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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 안골포 표지석
용원 안골포 표지석

2년 전 하율이네는 사위가 출퇴근이 하기 좋은 곳인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하율이를 제 손으로 키우기 위해 딸은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하율이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동안은 딸도 직장을 다니기에 나와 가까운 곳에서 지내느라고 사위가 회사가 멀어도 그냥 있었다.

친정과도 떨어져야 하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처음 며칠은 강서방도 해외 장기 출장이라 가서 함께 있어줬지만 계속 있을 수는 없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이들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자주 다녀왔다. 하율이가 눈에 밟혀서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나 자신 남편 얼굴 하나만 알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시집을 와 힘든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딸이 낯선 지방에서 힘들게 지낼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자주 갔다.

부산의 서쪽 녹산 끝에서 만나는 용원은 진해의 옆에 있는 도시이다. 이사 후에 산책을 자주 하던 나는 그곳이 안골이라는 동네이며 안골포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원 안골이라는 동네는 참으로 조용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몇 발자국만 가면 바다와 만난다. 바다 앞에 무궁화나무가 많은 무궁화 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 논개상도 있다. 아마도 진주와 같은 경남 문화권이고 임진왜란의 흔적이 있는 곳이어서 논개상이 있는가보다. 안골은 바다가 마을 안쪽으로 둥글게 들어간 포구 형태여서 그래서 안골포라고 하는가 보다.

안골포해전비
안골포 해전비

안골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가덕으로 향하던 중에 안골포에 일본의 수군 함대 42척이 모여 있다는 첩보를 듣고 이순신 장군이 전라 우수사 이억기와 경상 우수사 원균의 함대와 함께 안골포를 진격해 들어가서 일본 군사들을 물리쳤다는 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아주 역사 깊은 동네로 이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원에 갈 때마다 바닷길을 산책하고 그 동네를 샅샅이 걷는 취미는 꽃나무와 나무들 사진을 찍고, 바다에 끼룩거리는 갈매기와 오리, 물닭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보태진다. 안골은 백사장에 나가 걸을 수 있는 모래길은 아니지만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몇몇 사람들이 조개를 캐기도 한다. 하율이도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조개를 캐는 체험을 재밌게 했다고 한다. 대도시처럼 소란스럽지 않아서 아이 키우기는 좋다고 하는 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자연을 가까이 대할 수 있고 거제도도 가까워서 아이가 돌고래가 보고 싶다고 하면 바로 거제도에 있는 씨월드에 데리고 갈 수 있고, 양이 보고 싶다면 남해에 있는 양 떼 목장에 데리고 간단다. 부산의 한 복판에서 살 때는 이동하는데 시간을 다 허비해서 힘들었는데 용원에 살고 있으니 강서방 회사 가까워 10분 만에 출퇴근이 가능하니 여러모로 딸이나 손녀에게 환경이 좋아졌다.

진해바다 70리길 이정표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싱싱한 굴을 까서 판매하는 굴 막이 연달아 있는 것이 보인다. 굴막 안에는 아주머니들이 굴을 까기도 하지만 생굴을 판매하거나 굴을 구워서 손님들이 먹기도 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하율이네를 가면 매일 이 길을 걷는다. 이 길은 진해 바다 70리 길 중에 7구간에 속하는 것을 이정표를 보고서 알았다. 그리고 진해 바다 70리 길 끝에는 굴강이 있다. 철망 사이로 굴 강의 흔적을 촬영해 본다.안골포 해전의 승리와 굴강이 있는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어서 혼자 괜히 뿌듯해지는 마음이기도 하다.

[진해 바다 70리 길의 시작점인 1구간 진해항 길은 진해수협 앞에서 한화 L&C 진해공장까지 약 4.8㎞이며

2구간은 한화 L&C 진해공장에서 행암까지 이르는 2.4㎞로 약 40분이 소요되는 행암 기찻길이다.

얼마 전 글벗들과 여행하면서 해넘이를 본다고 갔던 행암마을에서 본 이정표가 생각난다.

3구간은 행암에서 수치까지 약 2.4㎞로 합포 승전 길이며

4구간은 수치서 명동에 이르는 약 5.7㎞로 조선소길이다.

진해 바다 70리 길 7개 구간 중 가장 길다.

6구간은 괴정에서 영길까지 향하는 약 5.2㎞구간, 흰돌 메길로 약 80분 정도 걸린다.

7구간은 영길서 안골포 굴강까지 약 5.3㎞구간, 안골포 길로 8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진해바다 70리길 지도

용원에 갈 때마다 진해 방향으로 언덕 넘어까지 걸어 보았는데 혼자 걷는 길은 언제 걸어도 상큼하다. 걷기를 하면서 건강도 지키지만 주변의 풍경들을 눈에 넣으며 생각하는 일은 내게는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요즘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더욱 생각이 많아졌고 걷는 시간이 더욱 늘어 나게 되었다. 걷다 보면 새롭게 다가오는 사물의 이면을 보게 되는 것 같고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던 모습까지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연히 경이로운 일몰의 순간도 맞닥뜨리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노을이 정말 예뻐서 숨이 탁 막혀 옴을 느꼈다. 7구간 길 굴강에서 흰돌메길로 갈 때에는 언덕길을 걸어야 한다. 언덕 넘어 아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서 만난 노을은 딸이 그곳에 살면서도 만나보지 못했던지 사진을 보여주니 신기해 했다. 사진과 더불어

"다음에는 7구간을 완전히 걸어볼 거야."라고 말하니

"무리하면 안돼요."하며 딸이 말린다.

"80분밖에 안 걸린대. 평소에 걷는 시간보다 적은데 뭐."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평소에 많이 걷고 있으니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음에 용원에 가면 7구간을 완전하게 정복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안골포에서 바라 본 노을
안골포에서 바라 본 노을

*지도그림 출처; daum.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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