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36.비오는 날의 산수국과 조팝나무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36.비오는 날의 산수국과 조팝나무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8.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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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거리를 환하게 밝히던 조팝나무

우리들 마음을 부풀게 하더니

동글동글 꿈을 실은 공조팝에게 자리를 내주며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조팝,  공조팝

그러던 유월 어느 날

공조팝도 우리와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며

깨알같이 붉은 삼색조팝에게 이별의 손을 흔들었어요.

예쁘게 피어 이쁜 삶을 살라며 떠났던 거예요.

칠팔월 태양은 빛나고 허전한 길가에

한 두 송이씩 신기하게도 분홍의 꼬리조팝이 피어나네요.

삼색조팝(일본조팝이라고도 함)

꼬리조팝

이렇듯 꽃들은 사람이 무얼 생각하는지 관심도 없을 뿐

자신의 본분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었던 거예요.

같은 조팝나무, 같은 수국이 한꺼번에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고

봄, 초여름, 한 여름 시차를 나누어 피고 지고 순환하는 것임을

예전엔 미처 모르고 지나갔어요.

수국(부산 온천천에서)

피어난 자리의 토양 성분에 따라 파란색, 빨간색으로 피는 수국.

수국이 현란하게 장식하던 봄이 떠나고 나면 산수국이 보석처럼 빛나는 계절이 됩니다.  

산수국은 바깥의 큰 꽃과 안쪽의 작은 꽃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비들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더욱  귀엽지요.

사실 바깥의 큰 꽃은 헛 꽃이라 부른답니다.

헛 꽃의 역할은 벌, 나비, 벌레들을 유인하여 안쪽의 참꽃에게 수분을 공급하게 한대요.

놀라운 자연의 이치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네요.

산수국(6월 용원에서)

산수국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떠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나무수국이 두둥실 구름이 내려앉은 듯 나뭇가지에 뭉실뭉실 피어납니다.

장마철이 끝나면 봉오리 맺기 시작해서 팔월 뙤약볕 아래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나무수국.

9월 가장 늦게까지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아요.

지금 나무수국이 제일 바쁜 철이에요.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드는 예쁜 나무수국입니다.

나무수국(목수국)

수많은 꽃들은 말없이 자신의 할 일을 비가 오나 바람 불고 뙤약볕이 내려 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여지없이 피어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술 같은 존재로

잠시 세상 일을 잊게 하는 힘을 가졌음을. 이제야 알았어요.

나비 수국 (인터넷), 수국 (온천천)

*photo by young.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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