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18.그대를 만나기 한시간 전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18.그대를 만나기 한시간 전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6.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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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

층층나무 꽃이 반기는 경인 미술관 뜰

철재 의자에 몸을 기대어 하늘을 본다.

작년 이맘때도 층층나무 꽃을 만났지.

웃음을 머금고 피워대던 말들이 모락모락

목련나무 잎사귀마다 올라가 앉아 내려다보던 날.

층층나무

언제나 일찌감치 서두르는 마음은

간절한 보고픔이 두발 동동 서두름 때문이다.

북촌 길을 걷자, 인사동 쪽 안국역에서 보자.

그 말, 두 마디 문자에 나를 듯 와락 달려 와

인 사동 거리를 골목골목 누벼 본다.

인사동에서

그와 걷던 거리를 일 년 만에 다시 추억하다

발걸음이 지쳐 차 마시고 쉬었던

미술관 뜨락에 홀로 앉아, 하늘을 이고 있는

솟대와 신록의 나무를 바라본다.

얼마 큼 나이 들고 얼마쯤 세월 가야 바라봄이 같을지.

정향나무꽃

같은 하늘 아래의 축복이 멀어져 가듯

아직도 모르겠노라 울리는 마음의 소리

권하는 동동주에 얼큰히 취해볼까 하나

"소설을 써보면 어때?" 뜬금포에

"제가 깜이 안되지요" 서러움 폭발.

경인미술관

깜이 되지 못해 슬픈 짐승이 여기 있네.

몇 년에 한 번쯤이 일 년에 한 번은 감지덕지.

"곧, 뉴욕에 갈 거야." 두둥! 가슴이 탁!

저무는 노을처럼 붉게 타는 그리움이 무색하네

무심한 그대여, 떠나가라 미국이든 프랑스든.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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