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0.스윙에 방해되는 나뭇가지를 꺾으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0.스윙에 방해되는 나뭇가지를 꺾으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5.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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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블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임성재. 사진=JTBC골프 TV 촬영

볼이 나무 근처에 정지하여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한 후 스윙을 하는데 나뭇가지가 클럽에 걸린다면 꺾어서 제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상적인 과정인가 의도적인 개선인가에 따라 벌타 여부가 결정된다.

나뭇가지를 등에 지지 않고는 스탠스를 취할 수 없을 때 나뭇가지를 등에 짐으로써 나뭇가지가 방해가 안 되는 곳으로 옮겨지거나 구부러지든가 부러져도 벌타는 없다. 또한, 올바르게 스탠스를 취하는 과정에서 풀이나 나무를 구부리거나 부러뜨렸을 때, 정상적인 백스윙이나 다운스윙 때 클럽이 풀이나 나무를 구부리거나 부러뜨렸을 때도 무벌타이다. 볼을 치기 위해 나무 밑에 들어가려고 손으로 나뭇가지를 구부리는 것도 허용된다. 장해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때는 클럽의 앞면, 뒷면 어느 부분이나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백스윙이나 다운스윙에 방해가 되는 나뭇가지를 고의로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뜨리는 것, 방해되는 나뭇가지를 밟고 서는 것, 방해되는 나뭇가지를 얽어매 놓든가 풀을 서로 매 놓는 것, 스탠스를 취했을 때 볼을 덮는 나뭇가지를 손으로 구부리는 것, 나뭇가지를 구부리지 않고도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 때 다리로 방해되는 나뭇가지를 구부리는 것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스윙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나뭇가지를 발로 밟아 뉘어놓거나 구부리거나 꺾는 행위는 의도하는 스윙구역의 개선이 되어 스트로크플레이에선 2벌타, 매치플레이에선 그 홀의 패가 된다. 하지만, 백스윙 도중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그대로 멈추지 않고 플레이했다면 무벌타, 스윙을 멈췄다면 2벌타를 받는다.
                                                             골프규칙 8은 ‘코스는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는 골프의 핵심 원칙에 관한 규칙이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다음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제한한다. 스탠스 구역도 그 중의 하나다. 8.1a(1)에서는 ‘자라거나 붙어있는 자연물,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코스의 경계물, 그리고 플레이 중인 티잉구역의 티마커와 같은 물체를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뜨리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일반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1982년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크레이그 스태들러(Craig Robert Stadler, 미국)는 1987년 2월 미국 PGA투어 리먼 브라더스 앤디 윌리엄스 오픈에서 최종 라운드를 마친 후 공동 2위였지만 전날 나무 밑에서 수건을 깐 채 무릎을 꿇고 샷 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됐고 위원회에 규칙 위반에 관한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스태들러는 3라운드 14번 홀에서 티샷이 키가 작은 나무 밑에 들어갔고, 똑바로 서서 칠 수 없는 상황에서 밑바닥이 질퍽거려 큰 수건을 깐 채 무릎을 꿇고 샷을 했다. 수건을 까는 것도 스탠스 개선이 되기 때문에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카드를 제출한 것으로 실격처리 되었다. 

1995년에 문제의 나무가 죽었을 때 골프장 측의 특별 요청으로 스태들러가 그 나무를 잘랐다고 한다. 당시에 공동 2위 상금이 37,333달러였으니 그 수건은 4천만 원짜리였던 것이다. 그것도 딱 한 번 까는데...... 이것 보다 더 기가 막힌 경우는 바람에 날아 온 나뭇가지가 홀인원을 막은 경우로 온라인상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볼이 퍼팅그린의 홀 위에서 깃대에 닿지 않은 채 나뭇가지에 걸쳐 공중에 떠 있는 경우인데, 컵에 들어간 걸로 치고 볼을 집어 들었다면 1벌타를 받고 홀 주위에 볼을 놓고 다시 퍼팅을 해야 하고, 볼을 손대지 않고 나뭇가지를 치워서 컵에 볼을 떨어뜨렸다면 벌타 없이 다시 볼을 홀 주위에 놓고 퍼팅하면 된다. 퍼팅그린의 나뭇가지는 루스임페디먼트로 벌타 없이 제거할 수 있고, 제거하는 도중에 볼이 움직였다면 다시 리플레이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볼이 깃대에 기대 있으며 일부라도 지면보다 아래에 있느냐’다. 하지만 깃대에 닿아있지 않기 때문에 볼을 들고 루스임페디먼트인 나뭇가지를 치우고 홀 가장자리에 볼을 다시 놓고 퍼팅해서 홀을 마무리해야 한다. 나뭇가지 때문에 놓친 홀인원. 이럴 때 나오는 한 마디, “ 참, 가지가지 한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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