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5.왜 김시우는 3번 우드로 퍼팅을 했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5.왜 김시우는 3번 우드로 퍼팅을 했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4.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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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를 땅에 내려치는 김시우. 사진=SBS골프 TV 촬영
퍼터를 땅에 내려치는 김시우. 사진=SBS골프 TV 촬영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5회 2021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일본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가 아시아인 최초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골퍼는 두 명이다. 그 중에서 2020 마스터스 준우승을 했던 임성재(23)는 2라운드 후 예선 탈락했고, 최종 2언더파 공동 12위를 한 김시우(25)는 2라운드 15번 홀부터 퍼터가 아니라 우드로 퍼팅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김시우는 2라운드 후 언론 인터뷰에서 “14번홀, 15번 칩샷에 대한 불만(frustration) 때문에 그랬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부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2라운드 오거스타 내셔널의 아멘코너(Amen Corner; 파4 11번, 파3 12번, 파5 13번 홀) 11번과 12번 홀에서는 6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놓쳤고, 13번 홀에서는 2온을 했지만 약 3.3m 이글 퍼트가 빗나갔다. 그런데다가 파4 14번 홀에서는 1.5m 짧은 파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왔고, 1라운드 때 칩샷 실수로 보기를 했던 파5 1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가 1라운드 때와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신중하게 한 칩샷이 많이 굴러 그린을 넘어가 멈추었고, 버디 퍼트 순서를 기다리던 김시우는 들고 있던 퍼터를 수직으로 잔디에 찍었는데 이 때 퍼터가 손상되어, 3번 우드로 2퍼트로 파를 하고 컵에서 꺼낸 볼은 물 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 홀부터 18홀 까지 4개 홀을 모두 3번 우드로 퍼팅을 하면서도 파세이브를 하며 4언더파로 라운드를 마쳤지만 16번과 18번 홀의 4m 정도의 버디 퍼트는 퍼터가 있었다면 스코어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라운드 후 김시우는 샌드웨지로는 마스터스처럼 빠른 그린에서 볼의 스핀 컨트롤이 더 어렵기 때문에 우드로 퍼팅을 했다고 말했지만, 일반 골퍼들은 왜 퍼터를 교체하지 않고 3번 우드로 퍼팅을 했는지 궁금해 했을 것이다. 

골프규칙 4.1a에서는 스트로크를 할 때 플레이어는 반드시 「장비 규칙」의 요건에 적합한 클럽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공인-비공인’이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적합(conforming)-부적합(non-conforming)’이라고 표현한다. 부적합 클럽이나 라운드 동안 성능이 변화된 클럽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가능하지만 클럽개수 14개 한도에 해당되고, 부적합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한 것에 대한 페널티는 실격이다.

문제는 김시우 프로의 경우처럼 클럽이 라운드 동안 손상되었을 때다.

먼저, ‘라운드 동안의 손상’이란 스트로크나 연습 스윙을 하다가, 골프백에 넣거나 꺼내다가, 떨어뜨리거나 던지거나 함부로 다루다가, 또는 클럽에 기대다가 클럽이 손상된 경우와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영향 또는 자연의 힘에 의해 손상된 경우를 말한다.

플레이어가 그 성능을 고의로 변화시킨 클럽은 ‘라운드 동안 손상된’ 클럽이 아니어서 규칙 4.1a(3)에 따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실격이다.

김시우의 퍼터 손상은 ‘물리적으로 클럽을 변화시킨’ 4.1a(3)에 해당된다. 그래서 김시우는 어쩔 수 없이 3번 우드로 퍼팅을 해야 했던 것이다. 

라운드 동안 손상된 클럽은 ‘사용, 수리, 교체’ 3가지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첫째, 4.1a(2)에 따라 손상된 클럽은 손상의 내용이나 원인과 관계없이 라운드의 남은 부분을 플레이하는 동안 적합한 클럽으로 간주되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원래의 그립과 샤프트와 클럽헤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손상되기 전의 상태와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상태가 되도록 수리할 수 있다.

셋째, 플레이어의 클럽이 외부의 영향, 자연의 힘이나 다른 누군가(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캐디는 제외)에 의하여 손상된 경우 플레이어는 규칙 4.1b(4)에 따라 그 손상된 클럽을 다른 클럽으로 교체할 수 있다.

4.1b의 위반에 대한 페널티는 매치플레이에서는 라운드 당 최대 두 홀 차감,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2벌타, 최대 4벌타다. 

하지만, 이 규칙에 의하면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에 플레이어에 의해 손상된 클럽은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USGA는 2019년 4월 9일 ‘로컬룰 모델 G-9’으로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에 샤프트가 쪼개지거나 구부러진 경우, 클럽페이스나 헤드의 변형이 시각적으로 확인된 경우, 헤드와 샤프트가 분리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 경우, 그립이 느슨해진 경우에는 클럽을 교체할 수 있다는 수정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렇지만 단순히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금이 간 것은 클럽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2020 PGA챔피언십 1라운드 7번 홀 티샷 후 드라이버가 부러진 브라이슨 디샘보(미국)는 로컬룰 G-9에 따라 자신의 차에 보관된 여분의 드라이버를 가져와 9번 홀부터 다른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화(火, 분노)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알아야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 화(火)가 도를 넘으면 화(禍, 재앙)가 되어 돌아온다. ‘anger’(화)에 ‘D’가 더해지면 ‘Danger’(위험)가 되듯이 말이다. 비틀린 퍼터 대신 우드로 퍼팅하는 모습을 보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이 떠올랐지만 이 대신 잇몸으로 사는 삶이 오죽하겠는가?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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