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1.구제구역과 볼의 드롭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1.구제구역과 볼의 드롭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3.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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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 18번홀. 사진=PGA
페블비치 18번홀. 사진=PGA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문열 소설 제목으로 알려진 이 말은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의 시다.(원제: ‘놀이는 끝났다’ Das Spiel ist au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로스의 비상과 추락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말을 무시하고 점점 높이 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하는 오만의 종말을 떠올리게 한다.

골프에서 드롭(Drop)이란 인플레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볼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볼을 드롭하는 방식은 골프 역사와 함께 변화해 왔다. 1744년 제정 규칙에 드롭의 방식은 명기되지 않았고, 1809년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홀을 향해 서서 머리너머 후방으로 하라’고 방법을 명시했지만, 골퍼들에 따라서 머리너머, 어깨너머 제 각각의 방식이 시행되다가 1908년 어깨너머로, 1984년 어깨 높이로 팔을 펴서하는 간단한 방식이 되었다가 2019년 무릎높이에서 볼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되었다.

볼은 반드시 플레이어가 드롭 해야 하며, 무릎을 똑바로 편 상태에서 지면으로부터 무릎까지의 높이에서 드롭하면 된다. 볼을 드롭하거나 플레이스할 구제구역을 개선할 수 없고, 루스임페디먼트는 제거할 수 있지만 모래나 흩어진 흙은 제거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2벌타다. 

플레이어는 볼을 드롭할 때 구제구역의 안이나 밖에 설 수 있고, 두 번 드롭 했는데도 볼이 구제구역에 정지하지 않으면 처음 지면에 닿은 지점에 볼을 놓아야한다. 만일 그 지점에 볼이 놓이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가장 가까운 지점에 놓고 구제절차를 완료한다. 

드롭한 볼이 지면에 닿기 전에 사람, 장비, 외부의 영향을 우연히 맞히면 잘못된 드롭이기에 벌타 없이 다시 드롭 해야 한다.(14.3b) 지면에 떨어진 후에 맞혀도 벌타는 없고, 그 볼이 구제구역 안에 멈추면 절차가 완료된 것이고, 밖에 멈추면 다시 드롭하면 된다. 만일, 플레이어나 캐디가 고의로 그 볼의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게 하면 2벌타 후 다시 드롭한다.

플레이어가 인플레이하려는 의도 없이 볼을 떨어뜨린 경우, 그 볼은 드롭된 것이 아니므로 인플레이볼이 아니다.(14.4) 또한, 플레이어가 잘못된 장소에서 리플레이스, 드롭, 플레이스하였더라도 아직 그 볼을 플레이하기 전이라면 페널티 없이 그 잘못을 시정할 수 있다.(14.5a) 

각 구제 규칙은 그 볼을 반드시 드롭하고 그 볼이 정지되어야 할 특정한 구제구역을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제구역은 1클럽 길이 이내지만 측면구제는 2클럽 길이 이내 구역이다. 기준점은 구제받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며, 규칙을 적용하여 플레이어가 스스로 그 위치를 결정해야 하며, 플레이어의 ‘합리적인 판단’은 수용된다.(1.3b-2) 

날개가 없으면 추락하지도 않겠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은유는 좌절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즉 비상(飛上)을 의미한다. 골프 라운드 도중 구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은 좌절의 순간이지만 구제를 받아 드롭을 한다는 것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기회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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