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3.'더블 터치'를 하면 벌타를 받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3.'더블 터치'를 하면 벌타를 받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3.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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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어프로치 샷을 할 때 종종 더블터치를 한다.
선수들도 어프로치 샷을 할 때 종종 더블터치를 한다.

주말골퍼들이 흔히 ‘투 터치’라고 하는 ‘더블 터치’(double touch / double hit)는 골프 이외의 스포츠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펜싱에서는 양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검을 닿게 하는 상황을 말하고, 스쿼시 및 배드민턴에서는 볼이나 셔틀콕을 2번치는 타법인데, 이 행위는 반칙이며, 점수나 서브권을 잃게 된다. 배구에는 더블 터치 네트(Double touch net)가 있는데 이것은 대전하는 양 팀의 플레이어가 안테나나 네트에 동시에 닿는 것으로 더블 폴트가 되어서 노 카운트다.

테니스에서는 플레이어가 무의식중에 한 더블히트는 상대 선수에 대한 방해 행위로 간주하지 않지만, 고의적인 경우에는 주심의 판단에 따라 실점으로 처리하고, 야구에서 타자가 한 번 친 공을 다시 때리면 타자는 아웃이다.

골프에서는 한 번의 스트로크에 볼이 클럽헤드에 두 번 이상 맞으면 1벌타를 받았지만 2019 개정규칙 10.1a에 따르면 플레이어의 클럽이 우연히 두 번 이상 볼을 맞히더라도 그것이 한 번의 스트로크로 그렇게 된 경우에는 벌타가 없다. 우연히 발생한 ‘더블 터치’는 벌타가 없지만, 움직이고 있는 볼을 고의로 두 번 이상 치면 그 스트로크는 인정되고 2벌타를 받는다.  

지난 달 자동차 사고로 우측 다리에 복합골절을 입고 입원했다가 2주 후 퇴원해서 현재 플로리다 자택에서 회복중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한 번의 스트로크에서 볼을 두 번 치고도 벌타를 면했다. 2018년 12월 1일 히어로 월드 챌린지 2라운드 마지막 파4 18번 홀에서 우즈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야자나무 아래 덤불 속에 떨어졌다. 덤불 때문에 백스윙조차 할 수 없었던 우즈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볼을 쳐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규칙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생겼다. 경기위원회가 당시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볼을 두 번 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마크 러셀 PGA 투어 룰 부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룰 위반 사실을 몰랐고, 그 위반 사실을 슬로 모션 기술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때는 벌타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골프규칙에서는 올바르게 볼을 치는 방법(10.1a)과 스트로크할 때 클럽을 몸에 고정시켜서는 안된다(10.1b)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스트로크를 할 때, 플레이어는 반드시 클럽의 헤드로 올바르게 볼을 쳐서 클럽과 볼 사이에 순간적인 접촉만 일어나도록 하여야 하며, 볼을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거나 퍼 올려서는 안 된다.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당구하듯이 클럽헤드의 바닥으로 볼을 쳐서  홀에 넣는 것은 밀어내기고, 클럽을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겨 볼을 움직이는 것은 끌어당기기고, 클럽을 볼 밑으로 밀어 넣은 후 앞이나 위로 들어 올려 볼을 움직이는 것은 퍼 올리기다. 고의로 플레이선이나 그 선의 후방으로의 연장선을 가로지르거나 밟고 선 스탠스를 취한 채 스트로크를 해서도 안된다. 이런 방식으로 스트로크를 하면 2벌타다.  

스트로크를 할 때, 브라이슨 디셈보처럼 퍼터그립을 팔뚝에 대는 것은 괜찮지만 클럽이나 클럽을 쥔 손을 몸에 붙여서 직접적으로 클럽을 고정해서는 안 되며, 클럽이나 클럽 쥔 손 또는 팔뚝(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부분)이 몸이나 옷에 닿기만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팔뚝을 몸에 붙여서 클럽을 쥔 손을 안정적인 지점으로 사용하여 다른 손으로 클럽을 휘두를 수 있도록 어떤 ‘고정점’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클럽을 고정해서도 안 된다.

영화 <타짜>의 대사 중 인기를 얻은 “묻고 더블로 가”는 주인공 고니와 곽철용이 ‘섰다’를 하는 장면 중에 나온다. 곽철용이 7땡이 나왔는데, 고니가 49가 나와서 재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을 키우려는 고니의 함정에 걸려드는 곽철용의 대사다. 무리수를 두는 그의 미래는 모두가 예측한대로 망한다.

골프 내기에서 흔히 쓰는 앞사람이 베팅한 금액만큼 본인도 베팅하고, 판 끝내기를 신청하는 ‘콜’이나 앞사람이 베팅한 금액의 두 배를 베팅하는 ‘따당’도 섰다에서 쓰이는 용어다. 38광땡 잡을 때까지 묻고 더블로 가는 코스공략으로는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언제나, 한결같이’라는 뜻의 ‘또바기’가 일발 장타를 잡는 것이 골프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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