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8.델타변이와 숫자 4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8.델타변이와 숫자 4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7.1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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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없이 운영하는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영암CC
캐디없이 운영하는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영암CC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유형으로 변이되면서 또 다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만들어가던 집단 면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델타변이’의 돌파감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른 데다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주요 발생 지역 이름을 따서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 인도 변이 등으로 불렀지만 특정 지역과 국가를 차별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 5월 31일 영국발 변이는 알파(α)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는 베타(β)로, 브라질발 변이는 감마(γ)로, 인도발 변이는 델타(δ)로 명명했다. 

델타는 그리스 문자의 네 번째 글자로서 코로나 4차 유행, 거리두기 4단계 시행 등 숫자 4와 묘한 관계가 있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 골프는 오후 6시 이전 까지는 캐디를 제외한 4인이 라운드를 할 수 있지만,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경기를 할 수 있다. 결국 6시 이전에 라운드를 끝내려면 최소한 오후 1시 이전에 티오프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 제2호의 2에 따라 개인은 10만원, 골프장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스크린골프 등 실내 시설은 영업시간이 10시로 제한된다.

PGA 및 LPGA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골프경기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4라운드다. 그럼 골프경기는 처음부터 4라운드 72홀 경기였을까?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1860년 제1회 디 오픈은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골프장에서 1만여 명의 갤러리와 함께 8명의 선수가 단 하루 12홀 3라운드 36홀의 스트로크 방식으로 치러졌고, 윌리 파크가 합계 174타, 18홀 평균 87타로 우승했다. 2019년 제148회 우승자 셰인 로리(아일랜드)는 4라운드 합계 269타, 18홀 평균 67.25타로 우승했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을 건너뛴 제149회 2021 디 오픈은 7월15일~19일까지 로열 세인트조지 GC에서 열린다.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11번홀. 사진=홈페이지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11번홀. 사진=홈페이지

디 오픈은 1일 12홀 3라운드 36홀에서 1892년 2일 18홀 4라운드 72홀, 그리고 1926년 R&A에 의해 1일과 2일은 각 각 18홀, 3일째는 36홀 본선경기로 치러졌고, 1898년부터 36홀 후에 예선 탈락자(miss the cut)를 가려냈는데 출전 선수증가로 본선 진출자(make the cut)가 늘어나면서 4일씩 대회를 치루기도 했다. 대서양 너머 미국에서도 디 오픈 경기방식에 영향을 받아서 1934년 제1회 마스터즈 토너먼트는 4라운드 72홀이 목, 금 그리고 토요일 36홀로 3일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일정을 4일로 변경한 것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만들고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창설한 바비 존스(Bobby Jones)였다. 그는 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클럽 회장이자 공동 창립자인 클리포드 로버츠(Clifford Roberts)에게 보낸 편지에서 “4일 플레이를 하는 것은 어프로치 앤 퍼트 대회, 아이언 대회, 드라이빙 콘테스트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중간에 끼워 넣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로버츠는 토요일 36홀을 플레이할 때 선수들이 최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 없는 가능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이 아이디어를 좋아했고, 또한 3일이 아닌 4일 분량의 티켓을 판매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연습라운드를 포함한 긴 시간이 현지 호텔이나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좋아했다. 특히, 로버츠에 의해서 1960년 처음 시작해서 마스터스의 인기 콘텐츠가 된 파3 콘테스트는 어느 대회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이벤트로 항상 열광적인 군중을 끌어들였고, 파3 대회의 우승자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그들의 자녀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결국 3일 4라운드에서 4일 4라운드가 된 것은 출전 선수 및 갤러리의 증가와 상업적인 이유가 맞물려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델타변이로 인한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오후 6시까지 라운드를 끝내지 못하는 골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4인스코어 카드가 10만 원 짜리 과태료 통지서로 변하기 전에 5시 59분에 무조건 라운드를 끝내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골프장 측이 카트를 한 대 더 투입해서 4명을 2명씩 나누어 한 홀에서 2팀이 플레이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4명중 스코어가 나쁜 2명이 골프백을 카트에서 내려 짊어지고 클럽하우스까지 뛰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 대표님과 기민씨, 뛸 준비되셨죠?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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