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2.골프장은 필드일까, 코스일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2.골프장은 필드일까, 코스일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8.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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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3번홀. 사진=홈페이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3번홀. 사진=홈페이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기대했던 여자골프와 야구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장소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하계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49개의 금메달이 걸린 수영 경기장은 스위밍풀(swimming pool)이고,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48개 메달 중 도로경기인 마라톤과 경보를 제외한 트랙과 필드(track-and-field) 육상경기를 하는 경기장은 스타디움(stadium)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우리나라는 트랙종목은 단 한명도 나가지 못했고, 마라톤 4명, 경보 1명, 장대높이뛰기와 높이뛰기 1명씩, 총 7명만이 출전했는데 우상혁 선수의 '2.35m' 남자높이뛰기 4위 기록은 우리나라 트랙과 필드 역사상  올림픽 최고의 성적이었다.

배구와 농구 경기장은 코트(court), 야구 경기장은 ‘볼파크’(ball park), 축구 경기장은 필드(soccer field)라고 하고, 골프경기가 열리는 곳은 골프코스(golf course)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골퍼들은  골프하러 가는 것을 ‘필드 나간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필드가 아니라 ‘코스에 나간다’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공식 골프규정집에는 골프규칙과 함께 골프와 관련된 용어 74개에 대한 정의를 함께 싣고 있는데, 규칙 2장 ‘코스(The Course)’에서는 코스의 구역으로 규정된 다섯 가지 구역과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여러 가지 물체와 상태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용어의 정의에서는 ‘위원회가 정한 경계 안의 플레이 구역 전체(The entire area of play)’를 코스(Course), 코스의 경계 밖의 구역은 아웃오브바운즈(out of bounds)라고 정의하고 있다. 코스는 티잉구역, 페널티구역, 벙커, 퍼팅그린, 그리고 그 구역들 이외의 모든 구역인 일반구역 등 5가지 구역으로 구성된다.

사이스 케이프
사이스 케이프

코스에 있는 인공물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15.2)과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16.1)은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위원회가 코스의 일부로 규정한 인공물인 ‘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Integral Object)와 벽·울타리·말뚝·철책 같은 코스의 경계물(Boundary Object)은 플레이에 방해가 되더라도 페널티 없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2.3) 또한, 티잉구역에서 플레이하는 경우 티마커는 그 티잉구역에서 플레이할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하므로 티잉구역에서 플레이하기 전에 그 티잉구역의 티마커를 하나라도 움직임으로써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한 경우 일반 페널티를 받는다.(6.2b/4)

이렇게 공식규칙에서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모든 장소를 코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 골퍼들은 골프장을 코스라고 하지 않고 필드라고 할까?

물론 필드라는 말도 규정집에 있다. 한글판 ‘골프규칙에 관한 공식 가이드’(대한골프협회)에는 나오지 않지만, R&A나 USGA 골프규정집에서 찾아보면 ‘위원회 절차’(Committee Procedures) 편에서 ‘field’라는 단어가 8회 검색된다. 모두 5. ‘경기 전’(Before the Competition)과 6. ‘경기를 하는 동안’(During the Competition) 부분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사용되는 필드는 ‘경기 참가자’를 의미한다. 플레이하는 코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 골퍼들이 골프장을 ‘골프필드’라고는 하지 않는다. 고대 영어에서  필드가 나무가 있는 삼림지대(woodland)와 반대되는 ‘평야, 목초지, 탁 트인 땅, 경작지’등을 의미했기 때문에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는 골프장이 필드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글로벌시대에 골프장에서 소나 양을 키우거나, 필드종목인 높이뛰기나 창던지기를 할 게 아니라면 이제 골프는 필드에서 하지 말고 코스에서 하자. “나 오늘 그녀와 코스 나간다!” 멋지지 않은가?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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