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1.디봇(divot)에 빠진 볼은?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1.디봇(divot)에 빠진 볼은?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5.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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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은 개미를 먹고 사는데, 그 개미를 잡기 위하여 모래로 이루어진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만든다. 이를 개미지옥이라 한다. 개미귀신이 그 안에 숨어 있다가 떨어지는 개미나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동학개미들이 급락시장에서 헤매는 상황을 개미지옥이라고 한다.  

골프코스에도 이 개미지옥과 같은 함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골퍼들이 만드는 디봇(divot)이다. 디봇은 샷을 할 때 클럽에 의해 지면에서 떨어져 나간 잔디 조각이나 파인 흔적을 말한다. 주말 골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볼이 벙커에 빠지는 것이고, 가장 기분이 나쁜 것은 볼이 디봇에 들어가는 것이다. 티 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했지만 막상 가보니 디봇에 볼이 놓여 있을 때만큼 플레이어를 난감하게 만드는 순간이 없다. 그건 실력보다는 운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미귀신이 파 놓은 개미지옥의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보통 ‘페어웨이의 작은 벙커’라 불리는 디봇은 파인 곳에 모래를 뿌려 놓기 때문에 미니 벙커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비교적 넓은 페어웨이 벙커에서의 샷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볼이 놓여 있으면 클럽에 볼을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도 “디봇에 놓인 볼을 드롭하지 못하는 건 잘못된 규칙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골프에서 가장 불공평한 부분이 디봇이라고 했다. 1941년 미국의 ‘그린키퍼 리포트’에는 “골프장에서 가장 무서운 해충은 디봇이다”라는 말이 소개되었다. 그 만큼 디봇은 골프장을 관리하는 그린키퍼나 골퍼들에게는 영원한 고통인 것이다. 

플레이어는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인 볼의 라이, 의도된 스탠스 구역, 의도된 스윙구역, 플레이선, 구제구역의 개선이 제한된다. 8.1a(허용되지 않는 행동)에 의하면 플레이 중인 티잉구역의 티 마커나 코스의 경계물은 움직일 수 없고, 지면의 상태를 변경하기 위해 디봇을 제자리에 도로 갖다 놓거나, 이미 제자리에 메워진 디봇이나 뗏장을 제거하거나 누르거나, 구멍이나 자국 또는 울퉁불퉁한 부분을 만들거나 없애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래나 흩어진 흙을 제거하거나 누르는 행동, 이슬이나 서리 또는 물을 제거하는 행동을 하면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8.1b(허용되는 행동)에 의하면 티잉구역에서 티를 지면에 놓아두거나 꽂거나, 자라거나 붙어있는 자연물을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뜨리거나, 지면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모래나 흙을 제거하거나 누르거나 이슬이나 서리 또는 물을 제거하는 행동을 할 수 있고, 퍼팅그린에 있는 모래와 흩어진 흙을 제거하고 퍼팅그린의 손상을 수리할 수 있다. 

디봇에 놓여 있는 볼을 치는 것은 하수뿐만 아니라 고수들도 큰 부담을 갖는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골프의 기본정신이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받는 벌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디봇 때문에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 것은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많다. 비정상적인 코스상태처럼 무벌타 구제를 받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까? 주말골퍼들은 규칙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라운드 시작 전에 박힌 볼 구제처럼 무벌타 디봇구제를 약속하고 플레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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