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4.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벌타 받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4.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벌타 받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4.0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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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경기의 목적은 퍼팅그린위에 있는 홀에 골프 볼을 넣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코스의 5가지 구역(일반구역, 티잉구역, 벙커, 페널티구역, 퍼팅그린)중에서 퍼팅그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고객의 만족도도 퍼팅그린의 관리가 크게 좌우한다. 하지만 퍼팅그린의 크기나 모양, 경사도 등을 강제하는 규정(hard-and-fast rules)은 없다. 

그런데, 골프장의 한 홀에 두 개의 그린이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9홀 골프장은 각 각 전 후반을 달리 운영하기 위해 그린이 두 개지만, 18홀 정규코스 골프장도 그린이 두 개인 경우를 종종 본다. 여름과 겨울의 계절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고객에게 좀 더 양질의 퍼팅그린을 제공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무릅쓰고 두 개의 그린을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일반 골퍼들이 이런 두 개의 그린을 ‘Two-Green’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올바른 용어일까?

먼저, 더블그린(Double Green)은 매우 큰 한 개의 그린으로 두 개의 홀과 두 개의 깃대가 있어서 다른 팀의 골퍼들이 동시에 그린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래된 링크스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퍼팅그린이다. 예를 들어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는 4개 홀을 제외한 모든 홀이 더블그린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두 개의 그린은 얼터닛 그린(Alternate Greens)이다. 같은 홀에 두 개의 다른 퍼팅그린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때 사용하지 않는 깃대가 없는 그린은 퍼팅그린이 아니라 일반구역이다.  

골프에서 잘못된 그린(Wrong Green)은 플레이 중인 홀이 아닌 다른 홀의 그린, 임시그린(Temporary Green)을 사용 할 때는 그 홀의 원래의 그린, 그리고 퍼팅, 치핑, 피칭을 위한 연습 그린을 말한다. 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 이전에는 스탠스가 잘못된 그린에 걸려도 그대로 쳐야했지만 2019 개정규칙에서는 그린에 볼이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잘못된 그린을 밟고 샷을 하면 스트로크 플레이는 2벌타, 매치 플레이는 홀의 패를 받게 된다.

노승열
노승열

따라서 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거나 잘못된 그린이 스탠스나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면 반드시 벌타 없이 완전한 구제를 받아야 한다. 구제를 받는 방법은 먼저 잘못된 그린을 피해 스탠스를 잡아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을 찾고, 그곳에 기준점을 설정한다. 기준점으로부터 홀에 가깝지 않은 한 클럽 이내 범위가 구제 구역이다.

프로골퍼 노승열은 PGA 투어 2014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2라운드 11번 홀에서 티샷 한 볼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면서 3번 홀 퍼팅그린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은 노승열은 퍼팅 그린 위에 볼이 올라가 있을 때 웨지나 아이언을 사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과 같다고 생각해서, 어떠한 의심도 없이 3번 홀 퍼팅그린 위에서 아이언으로 디봇을 내며 샷을 했고,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다. 당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노승열의 캐디 데이비드 브룩커나 함께 경기를 펼친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역시 이 같은 규칙을 모르고 있었다.  

가스등 포스터
가스등 포스터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가스 라이팅(Gas-lighting)이라고 하는데,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자신이 치는 퍼팅마다 홀을 외면하면 잘못된 그린이 아니라 미운 그린이지만, 퍼팅할 때마다 ‘넌 짧은 걸 못 넣더라’하며 가스 라이팅하여 자신을 못 믿게 만드는 사람은 정말 못된 골퍼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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