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0.벙커에서 퍼터로?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0.벙커에서 퍼터로?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0.04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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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퍼터로 탈출하고 있다.
지은희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퍼터로 탈출하고 있다.

2021년 9월2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일어났다. 지은희(35·한화큐셀) 선수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온을 노린 세컨드 샷 볼이 그린을 지나 턱이 높지 않은 그린사이드 벙커에 들어갔다. 그녀는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웨지 대신 퍼터로 쳐 내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볼이 벙커 턱을 타고 넘어가 홀 옆을 살짝 벗어나며 이글은 놓쳤지만 버디로 1타 차 준우승을 했다.  

‘어렵거나 나쁜 일이 겹치어 일어난다’라는 의미의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이 있다. 주말골퍼들에게는 볼이 벙커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일인데, 그 볼이 반쯤 모래에 파묻혀 있다면 그건 의식이 뚜렷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인 가위눌림이나 매일 밤 반복되는 악몽과 같은 것이다. 

보통 높은 탄도를 구사하는 웨지로 친 볼이 벙커에 높은 각도로 떨어지면 마치 달걀 프라이와 같은 모양이 된다고 해서 ‘프라이드 에그’(Fried egg or Fried egg lie)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일반적인 벙커샷으로는 벙커를 탈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클럽페이스를 닫고 가파르게 스윙해서 찍어 쳐야 한다. 

벙커에 떨어 진 볼이 모래 속으로 사라진 경우에 만일 볼을 찾지 못하면 분실구처리하고 1벌타를 받고 직전 스트로크 지점에서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18.1) 모래 속에 볼이 있는 것이 확인 되었지만 그 볼이 놓인 그대로는 자신의 볼인지 알 수 없을 때는 확인하기 위해 마크하고 볼을 돌려보거나 집어 올릴 수 있다.(7.3) 모래 속의 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모래를 클럽이나 손으로 움직이는 합리적인 행동은 허용되며, 그로인하여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가 개선되더라도 페널티는 없다.

볼이 모래에 덮여있던 경우 반드시 원래의 라이를 다시 만들어 놓고 볼을 리플레이스해야 하는데(7.4), 원래의 지점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추정하여 가능한 원래의 라이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14.2d/1) 볼이 모래에 완전히 덮여 있었던 경우에는 그 라이를 다시 만들어 놓을 때 그 볼의 일부만 보이도록 해놓을 수 있다.(7.1b, 14.2d/1) 여기서 말하는 원래의 라이란 볼이 정지한 지점과 그 볼에 닿아있거나 그 볼 바로 옆에 자라거나 붙어있는 모든 자연물,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 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 코스의 경계물을 아우르는 지점을 말한다.

벙커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볼이 방해가 된다면 집어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상대방은 마크 후 볼을 집어 들어야 하지만 닦을 수는 없고, 동반플레이어의 샷으로 볼이 모래로 덮인 경우에는 마크 후 볼을 집어 올려 닦은 후 다시 놓으면 된다. 플레이어의 정지한 볼이 사람, 동물, 인공물에 의하여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가 악화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8.1d/1) 

영국의 총리를 지냈고, 1894년 세인트 앤드류스 Royal & Ancient Club의 캡틴으로 골프 핸디캡 8이었던 아서 밸푸어(Arthur James Balfour, 1848–1930)는 “골프 초보의 큰 결점은 좋아하는 샷만 연습하고 싫어하는 샷은 잘 연습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했다. 벙커에 빠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면서 벙커샷을 한 번도 연습하지 않고, 퍼팅을 못한다고 하면서 드라이버 샷만 연습하는 것이 하수 골퍼들의 특징이다. 아서 밸푸어가 “골프는 3번 즐기는 게임이다. 첫째, 골프장 도착할 때까지, 둘째, 플레이중, 셋째, 플레이후이다. 내용은 기대, 절망, 후회의 순으로 변한다”라고 한 것은 라운드 시작 전까지는 잔뜩 기대했다가 코스 플레이에서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그 날의 많은 샷과 코스공략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3번 즐기는 게임이 되려면 기대하고 와서 기쁘게 라운드하고 그 날의 플레이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가장 싫어하는, 가장 자신 없는 샷을 연습하라. 그래야 벙커에서도 퍼터를 잡을 수 있는 배짱이 생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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