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6.내기골프는 도박인가, 오락인가?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6.내기골프는 도박인가, 오락인가?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2.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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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하면 오락, 원수랑 하면 도박
-오락이 되면 가족, 도박이 되면 원수
내기골프는 재정적 이익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골프대학교 경기지도학과장 권선아 교수에게 골프내기가 도박인지, 오락인지 물어보니,  대답은 간단했다. “가족끼리 하면 오락, 원수끼리 하면 도박이고, 오락이 되면 가족, 도박이면 원수가 되는 것이 골프 내기입니다.” 결국 어떤 동반자들과 어느 정도의 액수로 내기를 하느냐가 도박과 오락의 경계라는 것이다.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에서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습적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률에 의하면 대부분의 골퍼는 상습범이다. 골퍼들은 라운드 동안 크건 작건 간에 경기의 재미를 위해서 내기를 한다. 보통 1타당 1000원에서 1만원 정도다. 배판이 되는 룰을 정해서 타당 금액이 2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1타 당 5만원이나 10만원 그 이상의 금액으로 내기를 하는 골퍼들도 있지만 전체 골퍼의 1% 미만의 극소수다.

2019년 3월 내기골프에서 차태현이 225만원, 김준호가 260만원 땄다는 카톡방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도박과 오락의 경계는 무엇일까? 

첫째로,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고, 여기에서의 우연은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내지 이에 관하여 승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내기골프가 우연성이 있는 도박죄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골프는 당사자의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기의 일종이지만,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여도 매 홀 내지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들이 18홀을 3회 내지 4회 합산하여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의 경우에도 우승자나 순위를 미리 확실히 예견할 수 없고, 나아가 각 홀의 결과를 미리 예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골프는 페어웨이, 숲, 벙커, 연못 등이 어우러지고 그때그때의 기상변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 받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방대한 코스에서 매 홀 및 매 타의 결과를 그대로 또는 유사하게라도 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경기자가 자신의 경기결과마저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다고 하겠다. 

두 번째로, 내기골프에서 이기는 자가 가져가는 돈은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고 볼 수 없고 내기골프를 방임할 경우 경제에 관한 도덕적 기초가 허물어질 위험이 충분하므로, 이를 화투 등에 의한 도박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않은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82도2151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전반 9홀은 1타당 50만원, 배판 100만원, 후반 9홀은 1타당 100만원, 배판으로 200만원, 전반 9홀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 500만원, 후반 9홀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 1000만원을 주기로 정한 후 4명이 32회에 걸쳐 합계 약 8억여 원 상당의 골프도박을 한 것이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우연성’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선고를 했지만, 서울고법(2005노2065 판결)과 대법원(2006도736 판결)은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고, 내기골프는 도박죄의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행위의 정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R&A와 USGA가 제정한 아마추어자격규칙(Rules of Amateur Status)에 나오는 도박에 대한 방침(Policy on Gambling)은 '인정될 수 있는 도박의 형태'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다.
   •그 도박이나 내기는 본인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플레이어에 한정되어 있다.
   •플레이어들이 받는 돈의 유일한 출처는 플레이어들이 미리 내어놓은 돈이다.
   •그 행위에 관련된 돈의 액수가 통상적으로 과도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기골프로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통상적으로 과도하지 않은 액수로 해야 도박이 아니라 오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그 목적이 즐기기 위한 것이며 재정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 라운드 동안 하는 내기는 경기에 긴장감을 주어 샷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판돈이 커지면 도박으로 변질되어 동반자와 원수지간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속임수로 승부를 조작하면 도박죄보다 무거운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골프는 평균타수를 의미하는 핸디캡(handicap)이 있어서 내기 할 때도 고수가 하수에게 미리 실력 차이만큼 돈을 주고 시작하거나 끝나고 나서 타수 차이만큼 일정액을 돌려주는 것이 있어서 1팀 4인 중에서 한 명이 판돈 전부를 잃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게임에 지고 적은 액수라도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승자는 패자를 배려하여 내기로 나온 돈은 라운드가 끝난 후 캐디피와 식사비용으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필자가 존경하는 아마추어 고수 조회장님은 게임 시작할 때 5000원짜리 한 장을 집게에 꽂아두고 시작하지만, 게임이 끝나면 캐디피를 제외한 돈은 모두 공평하게 돌려주고 식사는 자신이 계산하는 분이다. 그래서 신사장과 송프로가 겁 없이 배판에 ‘땅’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생활비가 필요하면 필드가 아니라 공사장으로 가라.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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