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8.벙커가 일반구역이라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8.벙커가 일반구역이라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9.20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벙커밭같은 6번홀. 사진=PGA
벙커밭같은 8번홀. 사진=PGA

2021년 9월 25일부터 사흘간 미국 위스콘신주 헤이븐의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리는 미국 남자 대표팀과 유럽 남자연합팀이 대결인 라이더컵(Ryder Cup)에는 벙커가 없다. 모래가 있는 지역은 있어도 벙커가 아니다. 로컬 룰에 의해서 벙커는 일반구역으로 지정된다.

벙커는 코스의 정의된 5개 구역 중 하나이며 볼이 벙커에 있을 때 특별 규칙이 적용된다. '벙커'라는 용어는 1812년 골프 규칙에 처음 등장했다. 첫 번째 공식적인 정의는 1933년에 나타났고, 그 정의는 비교적 변경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5월 키아와 섬 오션코스에 열린 103회 PGA챔피언십에서는 벙커가 없었다. 

오션 코스에서 PGA는 코스의 모든 모래 지대를 일반 구역의 일부로 취급하는 로컬 룰을 제정했다. 그것은 코스의 도처에 모래가 갈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에 벙커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이 로컬 룰은 플레이어가 벙커의 발자국이나 다른 불규칙한 표면으로 인해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 따라서 선수들이 페어웨이, 러프 등의 일반 구역에서처럼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모래를 만지고 볼 뒤에 클럽을 대면서   연습 스윙을 하는 것을 보았다.     

라이더컵에서도 PGA챔피언십과 똑같은 로컬룰이 적용돼서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2010년 PGA 챔피언십 18번 홀에서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더스틴 존슨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벙커 샷 도중 클럽이 지면에 닿았기 때문에 통한의 2벌타로 '메이저 우승'을 놓쳤다. 문제는 휘슬링 스트레이츠가 벙커와 맨땅의 구분이 모호했다는 점이었다. 갤러리가 모여 있었고, 잡초가 듬성듬성 나 있어서 착각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규칙 12.3에는 벙커에 있는 볼에 관한 특정한 구제규칙이 있다. 볼이 벙커에 있는 경우 비정상적인 코스상태로 인해 방해를 받는 경우 규칙 16.1c, 위험한 동물로 인해 방해를 받는 경우 규칙 16.2c, 그리고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경우 규칙 19.3에 의한 구제규칙이 적용된다. 

2021-2022 개막전 우승자 맥스 호마의 벙커샷. 사진=PGA(게티이미지)
2021-2022 개막전 우승자 맥스 호마의 벙커샷. 사진=PGA(게티이미지)

벙커에서 플레이가 불가능한 경우 언플레이어블 볼(Unplayable Ball)을 선언하여 구제를 받는 방법은 1벌타를 받는 일반적인 구제방법  3가지와 2벌타를 받는 추가적인 구제방법 1가지가 있다. 규칙19.2에 따른 일반적인 구제방법은 직전 스트로크 지점 한 클럽 이내에서 드롭하여 다시 치거나, 벙커 안에서 후방선 구제를 받거나, 벙커 안에서 기준점 두 클럽 이내 측면 구제를 받는 것으로, 후방선 구제와 측면구제는 반드시 볼을 벙커 안에서 드롭해야 한다. 

2019 개정규칙에서는 한 가지 방법을 더 추가했는데, 19.2b 후방선 구제에 따라 총 2벌타를 받고, 홀로부터 원래의 볼이 있는 지점을 지나는 직후방의 기준선을 따라 벙커 밖 기준점에서 1클럽 이내에서 드롭하여 후방선 구제를 받는 것이다.

2019 개정규칙 이전에는 샷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모래를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조항이 강조 되어 벙커조성의 의도가 조금은 왜곡되어 있었다. 그래서 벙커에서의 샷 능력을 겨루는 것과 관계가 먼 모래를 건드리는 행위는 벌타에서 제외 시켰다. 다만 벙커의 기본 정신을 살리는 제한들은 그대로 유지됐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 전쟁’인 제43회 라이더컵은 1927년 시작해서 2002년부터는 2년마다 열렸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 여파로 2020년 대회가 연기됐었다.

2018년 제42회 때는  유럽이 이겨서 통산 전적에선 미국이 26승 14패 2무로 앞서 있지만 2000년 이후엔 유럽이 7승 2패로 우위다. 베테랑을 앞세운 유럽팀은 단장을 맡은 파드리그 해링턴(50·아일랜드)이 발탁한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 이언 폴터(45·잉글랜드), 셰인 로리(34·아일랜드)와  세계 랭킹과 유럽 포인트에 선발된 세계 1위 존 람(27·스페인), PGA투어 통산 19승을 기록 중인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 등 9명이다

홈에서 지난 대회의 패배를 설욕하려는 미국팀은 스티브 스트리커(54) 미국 팀 단장이 추천한 잰더 쇼플리(28), 조던 스피스(28) 등 6명에 세계 2위 더스틴 존슨(37), 3위 콜린 모리카와(24) 등 라이더컵 랭킹에 따라 선정된 6명이 더해졌다. 출전 선수 12명의 평균 나이가 유럽이 평균 34.83세인데 비해 미국은 29.16세로 젊다. 하지만 라이더컵 참가 경험 횟수는 유럽팀이 세 배나 많다. 결국 경험과 패기의 대결이 이번 라이더컵의 관전 포인트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