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7.왜,라운드가 아니라 라운딩이라고 할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7.왜,라운드가 아니라 라운딩이라고 할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7.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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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클럽 사진=JTBC TV 캡처
세리머니클럽 사진=jtbc TV 캡처

지난 6월 30일 jt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골프 예능 프로그램인 ‘세리머니클럽’이 첫 방송을 했다. 몇몇 개그맨들이 유투브 채널에서 골프를 소재로 한 방송아이템들이 성공을 거두며 공중파에서도 최근 경쟁적으로 골프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골프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챙겨보는 편이다.

이 방송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오늘날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대한민국 골프를 있게 한 박세리 선수를 중심으로 편성된 것이다. 1977년생 박세리는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2016년 공식은퇴를 하기까지 KLPGA 14승, LPGA 25승으로 2007년 골프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대한민국 골프영웅이다. 2007년 5월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후 박세리는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는데, 32번째이며 최연소 멤버였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인으로서도 첫 번째였다. 이미 명예의 전당 가입점수는 2004년에 땄지만 현역 선수의 경우 10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유보됐다가 2007년에 입성한 것이다. LPGA는 한 해에 열 번째로 출전한 대회 1라운드를 마치면 한 시즌을 치른 것으로 인정해준다.

그런데, 대한민국골프의 선구자인 박세리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골프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세리머니클럽’ 첫 방송을 보며 실망이 너무 컸다. 전체적인 방송의 짜임새나 출연진 때문이 아니라 방송 내내 화면 좌측 상단에 새겨놓은 것처럼 등장하는 그리고 자막으로 뜨는 ‘라운딩’이라는 잘못된 골프용어 때문이었다.

골프규칙 용어의 정의에 따르면 ‘라운드(Round)란 위원회가 정한 순서대로 18개의 홀 또는 그 이하의 홀을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18 or fewer holes played in the order set by the Committee)  라운드라는 단어가 영국왕실골프협회(R&A) 골프규칙에서는 208번, 한글판에서는 221번 검색되지만 ‘라운딩’(rounding)이란 용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나 골프 꿈나무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박세리가 주인공인 방송에서 그 잘못된 용어를 무한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으니 실망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프로그램 시청자 감상평 남기는 댓글 창에 용어오류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글을 남겼다.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것이다. 

세리머니 클럽. 사진=jtbc TV 캡처
세리머니 클럽. 사진=jtbc TV 캡처

골프뿐만이 아니라 복싱, 양궁, 사격, 육상 등 다른 종목에서도 경기 용어로 사용되는 ‘라운드’라는 말을 ‘라운딩’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골퍼들뿐이다. 세상 모든 골퍼들에게 라운드는 ‘18홀 코스를 한번 도는 것’을 의미한다. 그 누구도 라운딩(rounding)이라고 하지 않는다. 

라운딩(rounding)을 ‘round+ing’의 형태인 ‘동사+~ing’ 진행형으로 생각한다면 라운드의 동사로서의 의미는 ‘1, 모퉁이를 돌다 / 2. 둥글게 만들다 / 3. 반올림하다’ 중의 하나로서 골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멋진 골프웨어를 입고 4~5시간 동안을 모퉁이를 돌고 있거나 골프클럽을 들고 반올림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bus’를 버스, ‘taxi’를 택시라고 하듯이 외래어의 한글표기법에 맞춰 'round'는 '라운드'라고 해야지 '라운딩'이라고 하면 안 된다. 

'라운딩'이라고 자연스럽게 쓰는 골퍼가 골프 입문자에게 '라운딩'이라고 하니까 그 사람도 또 라운딩이라고 쓰게 되고 또 다음 사람이 또 그렇게 쓰게 되면서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가 n차 감염을 통해 퍼져나가듯이 누군가가 처음 사용한 무책임한 '라운딩'이라는 말이 대다수의 많은 골퍼들을 오염시킨 것이다.

이 흐름을 바로 잡으려면 골프전문가 뿐만 아니라 주말골퍼 개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은 더더욱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이제 ‘오늘 라운딩 어땠어?’, ‘즐거운 라운딩 되세요’와 같은 국적불명의 용어는 사용하지 말자. 이제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하는 것은 죄(sin)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래도 라운딩이라고 하면 딩(ding) 신(sin)!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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