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6.갤러리(Gallery)가 없는 한국오픈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6.갤러리(Gallery)가 없는 한국오픈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6.28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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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준석

프로 13년 차 호주교포 이준석(33)이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파5) 티샷을 시작하기 전까지 챔피언조 3명의 스코어는 7언더파로 같았고, 18번 홀 티샷에서 김주형(19)이 O.B.로 선두경쟁에서 탈락한 후 3온한 이준석과 박은신(31)의 퍼팅 대결에서 3m 버디퍼팅을 성공한 이준석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1주일 전 2021 U.S.오픈에서 스페인 골퍼 존 람(스페인, 27)이 17번 18번 홀 연속 버디로 우승을 한 것처럼 이준석 프로도 17번 홀의 극적인 버디이후 18번 홀 연속 버디로 메이저 첫 승을 한 것이 두 나라를 대표하는 시합의 우연한 공통점이었다. 

그렇다면 2021 U.S.오픈에는 있는데 한국오픈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갤러리다. 아직 한국에서 열리는 남녀프로골프 시합은 관중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골프뿐만 아니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 구단은 이미 100%의 관중을 받고 있거나 다음 달부터 100% 관중 입장을 허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은 야구장 수용인원을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은 30%, 1.5단계 지역은 50%만 허용할 예정이다. 이래서 전 국민의 백신접종이 중요한 것이다. 가장 좋은 백신은 가장 빨리 맞는 백신이다.

2019년 한국오픈과 갤러리.
2019년 한국오픈과 갤러리.

2020년 미국에서 열린 3개의 메이저 챔피언십(마스터스, PGA챔피언십, US오픈)은 갤러리가 없는 무관중 시합이었고, 영국의 브리티시 오픈은 취소되었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은 일일 1만 명 정도로 제한됐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갤러리들이 입장한 가운데 대회가 열렸고, 7월 15일 로열 세인트조지 GC에서 열리는 ‘디 오픈(British Open)’도 많은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1 U.S. 오픈 참석자 수는 매일 약 13,000 명 정도였는데 이는 같은 골프장에서 2008년 열렸던 시합의 25%에 불과했다. 

골프규칙에는 갤러리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골프규칙해설에는 ‘갤러리 통제선’을 언급하며 3번 나온다. 골프코스에서 시합을 지켜보는 관중을 골프규칙에서는 플레이어의 볼이나 장비 또는 코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 사물을 말하는 ‘외부의 영향’(Outside Influence)에 포함시킨다. 움직이고 있는 볼이 우연히 사람이나 외부의 영향을 맞힌 경우 어떤 플레이어에게도 페널티는 없고(11.1a), 볼은 반드시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11.1b)

US오픈 갤러리. 사진=USGA
US오픈 갤러리. 사진=USGA

원래 갤러리(Gallery)라는 말은 기원전 알렉산더대왕의 궁정 회랑(回廊: 사원, 궁전에서 주요부분을 둘러싼 지붕이 있는 긴 복도)에 예술작품들을 전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귀족, 지식인 등 사회적 신분이 높은 일부 계층을 위해 그 시대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 공간으로 발전하여, 현대에는 화랑(畵廊, gallery)으로 불리며 회화·조각·판화 등의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골프에서의 갤러리는 ‘구경꾼들’(a group of spectators, especially those at a golf tournament)을 말한다. 관람객들이 페어웨이 한 쪽으로 늘어선 모습이 긴 복도를 연상시키고, 미술품을 관람하듯 조용히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본다고 하여 의미가 추가된듯하지만 그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 

최고의 골프대회임을 자부하는 마스터스(the Masters Tournament)에서는 골프 팬들을 패트론(patron 후원자, 지지자)이라고 한다. 이들은 마스터스 평생 관람권 소지자다. 갤러리는 4만 명의 고정된 패트론과 인터넷 추첨으로 당첨된 소수인원들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창립자이자 종신회장인 바비 존스(Bobby Jones)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선수의 실수나 불운에 대한 박수 또는 환호다. 마스터에서 그런 일은 드물겠지만 우리의 패트론들이 세계에서 가장 지식 있고 사려 깊다는 평판을 계속 받으려면 그런 것은 완전히 제거해야한다”고 말했다. 골프경기를 보는 갤러리들의 표준을 제시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미국골프경기장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이 갤러리라면 미국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것은 없을까? 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18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3만2,471개의 골프장 중에 1만4,640개로 45%를 차지한 미국에는 미국골프대학이 없지만 겨우 1.4%의 한국에는 골프선수 및 골프산업전문가를 육성하는 한국골프대학교가 있다. 입학하고 싶다면 줄을 서시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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