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6.퍼팅할 때 볼을 바꿀 수 있을까?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6.퍼팅할 때 볼을 바꿀 수 있을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4.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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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 사진=PGA(게티이미지)
조던 스피스. 사진=PGA(게티이미지)

티샷하고 플레이한 볼을 퍼팅그린에서 다른 볼로 바꿔서 퍼팅할 수 있을까?

규칙 6.3a에서는 ‘플레이어는 반드시 티잉구역에서 플레이한 볼로 그 홀을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듯이 볼을 분실하거나 규칙에 의해 구제 받으면 볼을 교체할 수 있다. 또한 한 홀을 끝내고 다음 홀이 시작되기 전에도 볼을 바꿀 수 있다. 

페널티를 받는 구제 상황에서만 볼을 바꿀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규칙에 따라 구제를 받을 경우 볼 교체를 허용한다. 비정상적인 코스상태, 페널티구역, 박힌 볼, TIO¹ 등에서 구제를 받는 경우와 퍼팅그린에서 구제를 받는 경우 볼을 교체하여 다른 볼을 사용할 수도 있다. 구제를 받아 드롭할 경우에도 볼을 교체해서 드롭할 수 있고, 두 번째 드롭할 때는 첫 번째 드롭할 때의 볼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볼을 쓸 수도 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골프 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골프의 모든 샷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골프 볼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의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 프로골퍼에게 골프 볼은 가장 중요한 장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럴드 경제 인터넷 판에 실린 ‘박노승의 골프 칼럼’에는 타이틀리스트 볼이 시장점유율 1등을 유지하게 된 극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타이거 우즈. 사진=PGA(게티이미지)
타이거 우즈. 사진=PGA(게티이미지)

타이거 우즈(미국)가 1995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나이키에는 아직 프로 선수가 사용할 만한 볼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 대부분 프로선수들의 볼이었던 타이틀리스트 프로페셔널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다.

타이틀리스트 프로페셔널보다 더 멀리 나가고,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아 바람 속을 뚫고 날아가며, 그린 근처에서는 더 많은 스핀과 소프트한 느낌을 주는 솔리드 코어 구조의 볼을 개발하기 위해 나이키는 일본 회사와 협력했다.

2000년 6월 페블비치의 제100회 US 오픈에서 새로운 볼을 플레이한 타이거 우즈는 2위와 15타 차이로 우승했고, 계속해서 다음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타이거 우즈는 2001년 마스터스까지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하여 타이거 슬램을 달성했다.  

타이거의 새 볼은 골프계 최고의 화두가 되었고 프로선수든 아마추어든 모두가 타이거와 같은 모델의 솔리드 코어 볼을 원했다.

하지만 나이키가 대량생산을 못하는 사이에 2000년 10월 둘째 주 라스베이거스의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리스트는 5년 동안 개발한 솔리드 코어 투어 볼 Pro V1을 대회장에 가져와서 제공했고, 우승자도 새 볼을 플레이 했던 빌리 안드레이드(미국)였다.

결국 나이키의 타이거 골프 볼 ‘투어 애큐러시 모델’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고, 골퍼들은 나이키 골프 볼을 잊게 되었다. 나이키는 골프 볼의 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타이틀리스트는 솔리드 코어 볼 Pro V1으로 나이키의 도전을 막아내고 1950년대부터 2021년 현재까지도 1위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역시 중요한건 타이밍이다. 입맞춤 타이밍을 못 맞춰 헤어진 연인도 있고, 이혼할 타이밍을 놓쳐 평생을 함께 사는 부부도 있다. 비트코인이나 주식의 매도와 매수 타이밍을 거꾸로 해서 빈털터리가 되기도 하고, 비굴모드로 어렵게 얻은 멀리건 찬스를 놓치고 집으로 가져 오는 골퍼도 있다. 모든 타이밍은 적당한 기다림 끝에 약간의 설렘을 더하며 찾아온다. 

*¹TIO(Temporary Immovable Obstructions)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을 말하는데 관람석, 리더보드, 이동식 화장실, 텐트 그리고 음료배부용 테이블 등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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