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9.해변의 모래사장과 골프장의 벙커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9.해변의 모래사장과 골프장의 벙커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7.2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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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홀. 사진=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홈페이지
7번홀. 사진=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클럽 홈페이지

코로나 위협으로 2020년에 열리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인 제149회 2021 디 오픈(The Open)이 로열 세인트조지 GC에서 치러졌고, 첫 출전한 미국 프로골퍼 콜린 모리카와(Collin Morikawa, 24)가 합계 15언더파로 우승을 했다. 1주전 스코티시 오픈에서 71위를 했지만 그 대회의 링크스 코스 경험이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현재 세계랭킹 3위로 도쿄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디 오픈 4라운드 마지막 그룹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것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39)과 모리카와였다. 요즘은 대부분의 골프경기가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지만 초창기에는 매치플레이 방식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 오픈은 2명이 경쟁하는 매치플레이 경기를 보는 듯 했다. 

그런데, 2010년 디 오픈 우승자였고, 올 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하고, 2021 디 오픈 36홀 최소타 기록(129타)을 세우며 마지막 메이저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4라운드 내내 1등)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루이 우스트히즌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그린 주변의 벙커였다. 마지막 날 가장 쉬운 홀인 7번 홀(파5, 561야드) 그린 주변 항아리 벙커(pot bunker)에 친 세 번째 샷이 그린 반대쪽 벙커에 다시 빠졌고 결국 2퍼트 보기를 하며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모리카와에 2타를 뒤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18번홀. 사진=유러피언투어
18번홀. 사진=유러피언투어

벙커라는 단어는 가슴이나 작은 상자를 의미하는 16세기 스코틀랜드 단어 'bonkar'에서 유래했는데, 1812년 R&A 골프 규칙(17개조) 중 제4조(볼이 잔디에 있으면 볼의 한 클럽 이내에 있는 돌이나 다른 장해물을 제거할 수 있지만, 볼이 벙커에 있으면 어느 것도 제거할 수 없다)에 처음 등장했다.

2019개정규칙 12조에 의하면 '벙커는 모래에서의 플레이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특별하게 조성된 구역'으로서, 벙커에서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모래를 건드리는 것이나 벙커에 있는 볼의 구제 장소를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플레이어의 능력을 제대로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이전에는 벙커에 있는 낙엽, 나뭇가지, 곤충이나 벌레, 돌멩이 같은 루스임페디먼트를 치울 수 없었지만, 2019 개정규칙에서는 볼을 플레이하기 전에 루스임페디먼트와 종이컵, 담배꽁초, 비닐봉지, 캔, 병 같은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12.2a) 벙커에 있는 루스임페디먼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모래를 합리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허용된다. 하지만, 퍼팅그린과 티잉구역을 제외한 구역에서 루스임페디먼트를 제거하다가 볼을 움직이면 1벌타 후 리플레이스 해야 하므로, 벙커에서도 볼을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호주 모래 해변
호주 모래 해변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는 여행객들에게는 금빛의 모래지만, 벙커샷이 두려운 주말골퍼들에게 모래는 죽음(死)의 장소(場)인 ‘모래死場’이다. 살고 싶다면 숨을 참던 물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튀어 나오듯이 과감히 한 번에 나와라. 두 번이면 이미 사망이다. 

<벙커(Bunker)>

뜨거운 
하얀 가슴에 안겼다.

두 발 끝에 힘주고
함부로 손대지 못할 너를 바라보다
나는,
사랑의 흔적을 남겼다.

한 번의 비장함,
두 번의 당황,
세 번의 좌절.

그렇게도 떠나기 싫어
네 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중에서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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