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9.나무 위에 볼이 올라갔다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9.나무 위에 볼이 올라갔다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5.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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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걸린 볼. 사진=맑음스튜디오 김충무 포토

멋지게 친 샷이 한 마리 새가 되어 볼이 나무 위로 사라져 버리면 많이 당황할 것이다. 볼이 나무 위에 걸려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볼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볼이 자신의 볼인지 확인되면 언플레이어블(unplayable), 그렇지 않으면 로스트볼로 처리 된다. 둘 다 1벌타지만 언플레이어블은 나무 근처에서 칠 수 있고 로스트 볼은 처음 샷 한 지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쳐야 하기에 실제로는 2벌타 효과다. 

이전에는 볼이 나무 위에 멈춘 경우 확인하기 위해서나 스트로크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다 볼을 떨어뜨릴 경우 1벌타가 부과되었지만 2019 개정규칙에서는 볼을 발견하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볼이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는 페널티가 없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스트로크를 하려고 나무위로 올라가다가 떨어뜨릴 경우에는 1벌타를 받고 볼은 원래의 자리에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 

나무 위에 볼이 있으면 먼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나무를 흔들어 볼을 떨어뜨려 자신의 볼인지 확인한다. 그 다음은 1벌 타를 받고 원래의 볼이나 다른 볼로 직전 스트로크를 한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샷을 하거나(19.2a : Stroke-and-Distance Relief), 홀과 볼이 있는 지점을 연결한 후방선(back-on-the-line) 구제를 받거나(19.2b), 나무 위 볼이 있던 지점 바로 아래를 기준점으로 두 클럽이내의 측면구제(lateral relief)를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19.2c) 

나무 위의 볼이 자신의 볼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가 생기는지는 다음 세 가지 사례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2011 혼다클래식 3라운드 파4 6번 홀에서 제리 켈리(미국)의 세컨드 샷이 9m 높이의 야자나무에 박혔는데 마침 옆에 있던 신문기자가 줌 기능이 있는 카메라로 확인시켜 주어서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5 노스텍사스 슛아웃 1라운드 14번 홀 그린 근처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어프로치 샷이 소나무 가지 위에 올라갔을 때 LPGA 경기위원이 와서 “다른 사람들이 목격을 했기 때문에 볼을 확인한 것으로 보고 언플레이어블 볼로 처리하면 된다”고 판정해서, 1벌타를 받고 나무 근처에 드롭을 한 뒤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이 판정은 논란이 되었다. 볼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로스트볼로 처리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유소연이 연습라운드 중에 선인장에 박힌 볼을 가르키고 있다. 사진=유소연 SNS

최악의 경우는 1999 PGA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라운드 6번 홀에서 닉 팔도(영국)의 볼이 야자수 쪽으로 날아갔을 때 “우리가 목격했으니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해도 된다”는 동반자인 코리 페이빈(미국)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했지만, 볼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를 하고 그냥 넘어갔으므로 닉 팔도는 실격 당했다.

땅에 뿌리를 박고 생장하는 나무는 장해물이 아니지만 나무를 지탱해주는 지주목은 인공장해물로 무벌타 구제가 허용된다. 또한, 로컬룰 F-9에 의하면 페어웨이에 노출된 나무뿌리도 무벌타 구제가 허용되는 수리지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원회는 볼의 라이와 플레이어의 의도된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는 경우만 구제가 허용되는 것으로 제한 할 수 있어서 스탠스만 방해되는 경우는 이 규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무는 골프 코스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좋은 경기 조건을 위해서는 코스 전체에 걸쳐 양질의 잔디가 더 중요하다. 골프코스의 나무와 관목은 코스의 미적 관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적 용도를 갖고 있다. 그 용도 중에는 녹색의 배경 역할, 도그레그(dogleg) 코스 식별, 시선차단과 소음 감소, 시그니처(signature) 기능, 보호 및 안전 분리, 장애물 / 난이도 증가, 방향성 제공, 그늘 제공 등이 있다. 

같은 골프장을 다녀와도 하수는 나무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중수는 나무의 품종을 알고, 고수는 나무의 나이를 안다고 했다.

나무가 분비하는 피톤치드(Phytoncide)속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을 강화하며 상급골퍼가 삼림욕(森林浴)을 하는 동안 오늘도 백돌이는 스트레스 받아 AC, EC, IC에 8자를 붙여가며 삼욕(三辱)만 하고 있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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