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9. ‘테백연어’라면 벙커모래는 Don’t touch!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59. ‘테백연어’라면 벙커모래는 Don’t touch!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9.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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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 4번홀. 사진=Royal St. George’s GC 홈페이지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 4번홀. 사진=Royal St. George’s GC 홈페이지

2021년 7월 제149회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린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Royal St. George’s GC, 파70)은 1887년에 개장해 15번째로 디 오픈을 개최했다. 이곳은 디 오픈 로테이션 코스중의 하나로 남성전용클럽이다. 이 코스는 몇 가지 특색이 있는데 초가지붕 대피소(thatched roof shelters)와 깃발 위에 있는 세인트 조지 십자가, 그리고 4번홀(파4)에 있는 영국에서 가장 깊고 높은 벙커다. 

이 벙커는 히말라야 벙커라고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의 이름을 따서 지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벙커는 깊이 40피트, 너비 25피트나 된다. 벙커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3면이 나무판자로 되어 있다. 용기와 자신감을 요구하는 470야드 홀에서 이 벙커를 넘기면 엘리시안 필드(Elysian Fields)라고 불리는 페어웨이 천국을 즐길 수 있다. 

오크몬트
오크몬트CC 3번홀과 4번홀 사이의 교회 의자형태의 벙커. 사진=oakmontcc 홈페이지

2016년 US오픈이 열린 오크몬트 골프장의 '교회 의자들(Church Pews)'로 불리는 100야드가 넘는 벙커도 악명이 높다. 3번 홀과 4번 홀 페어웨이 사이에 있는 기다란 러프 둔덕들이 마치 교회 의자를 일렬로 정렬해놓은 것 같아 이런 닉네임이 붙었다. 원래 6개 벙커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로 만들면서 유명해졌고, 처음에는 7개 '의자'밖에 없었지만 점점 늘어 지금은 12개가 됐고, 두껍고 질긴 페스큐 잔디로 구성된 러프 의자에 볼이 들어가면 탈출은 고사하고 볼을 찾는 것도 어렵다. 

미국에서 가장 깊은 벙커 깊이는 PGA 웨스트 TPC 스타디움 코스 16번홀(파5)의 19피트(약5.8m)이며,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 14번 홀에 있는 지옥 벙커 깊이는 약 12피트(약3.7m)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파인밸리 골프장 10번홀(파3) 그린 앞 벙커는 깊이가 3m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 작아서 백스윙 각도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악마의 항문(Devil's Asshole)'이라는 재밌는 별명이 붙어있다. 

2019 개정규칙 이후 많은 골퍼들이 벙커에서 클럽으로 모래를 건드려도 된다고 오해했었다. 하지만 ‘테.백.연.어’에 해당될 때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일반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모래 성질을 테스트하거나, 백스윙이나 연습 스윙, 그리고 어드레스때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안 된다.(12.2b/1) 이 ‘테백연어’의 경우를 제외하고 2벌타를 주던 조항이 사라졌다. 

모래를 건드려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12.2b/2)
• 연습 스윙이나 스트로크를 위한 스탠스를 취하려고 모래를 발로 비비듯이 밟기
• 코스 보호를 위하여 벙커를 평평하게 고르기
• 클럽·장비·그 밖의 물체를 벙커에 던져두거나 놓아두기
• 마크하거나 집어 올리거나 리플레이스하기 또는 규칙에 따른 그 밖의 행동
• 잠시 쉬거나 균형을 유지하거나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클럽에 기대기
• 화가 나거나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하여 모래를 내리치기

벙커 샷을 해서 그 볼이 벙커 밖으로 나간 이후와 볼이 벙커 밖에 정지한 상황에서 다음 스트로크를 하려는 플레이 선상에 그 벙커의 모래가 걸리는 경우 플레이어가 벙커에 있는 모래를 건드려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벙커에서 플레이한 볼이 다시 그 벙커로 들어가거나, 벙커에 볼을 드롭해 구제를 받는 경우에는 제한사항이 다시 적용된다.

프로골퍼들은 퍼팅그린 주변 러프보다는 벙커가 어프로치하기에 더 편하다고 말하지만 주말골퍼에게 벙커는 들어가기 싫은 고약한 ‘악마의 항문’이다. 무조건 벙커는 피해 다니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면 과감히 한 번에 탈출해야 한다. 거리무시, 방향무시다. 벙커 모래에서 한 번에 못 나오면 내일모레 나온다. 그 중 몇몇은 결국 못 나오고 강의 중·하류 모래바닥 근처에 숨어사는 민물고기인 모래무지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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