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5.골프룰 논란에 휩싸인 패트릭 리드는 사기꾼(cheater)인가?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5.골프룰 논란에 휩싸인 패트릭 리드는 사기꾼(cheater)인가?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2.01 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트릭 리드가 경기위원이 지겨보는 가운데 볼이 박혔던 곳에 손을 넣어 보이고 있다. 사진=골프&스포츠 TV 촬영
패트릭 리드가 경기위원이 지겨보는 가운데 볼이 박혔던 곳에 손을 넣어 보이고 있다. 사진=골프&스포츠 TV 촬영

31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3라운드 10번 홀(파4)에서 세계랭킹 11위 패트릭 리드(미국)의 '박힌 볼(embedded-ball)' 구제가 논란에 휩싸였다.  

상황은 이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라호야의 토리파인스 골프 코스는 1인치 이상 내린 비 때문에 잔디를 깎을 수 없을 정도로 젖어 있었다. 3라운드 10번홀 4타차 단독 선두였던 리드의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그곳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카트 도로 옆 깊은 러프로 떨어졌다. 캐디와 함께 걸어 간 리드는 볼 옆에 서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볼이 바운스 되었는지 먼저 물어본 후 바운스 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볼 옆에 티(tee peg)를 꽂고 볼을 집어 들어 두 클럽이상 떨어 진 곳에 볼을 놓아두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 브래드 파벨(Brad Fabel)이 다가오자 이 볼은 바운스 되지 않았고 박힌 볼이어서 볼을 들어 확인했으니 다시 한 번 확인(double check)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의 지시대로 드라이버 한 클럽 거리에서 구제를 받고 어프로치를 해서 파세이브를 했다.

하지만, 비디오를 리플레이해본 결과 그 볼은 러프에 떨어진 후 30cm 정도 바운스 되었다가 떨어진 것이 확인돼 박힌 볼에 의한 무벌타 구제를 받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논란이 생긴 것이었다. 

먼저, 리드가 골프룰 16.3b에 따라 한 클럽 이내에서 드롭해 박힌 볼에 의해 구제를 받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힌 볼이란 플레이어의 직전의 스트로크로 인하여 볼이 그 볼 자체의 피치마크에 들어간 채 그 볼의 일부가 지면 아래에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는 볼이 바운스되지 않고 박혔다는 것을 볼이 정지한 지점 주위에 있었던 자원봉사자의 증언으로 확인하고, 경기위원에게 박힌 자국을 재확인요청해서 구제를 받은 것이다. 볼을 움직이지 않은 채 경기위원을 불러 박힌 볼 여부를 확인한 뒤 볼을 집어 올렸다면 좋았겠지만 비정상적인 코스상태나 박힌 볼로 인해 구제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할 때 상대방에게 통보 없이 마크하고 볼을 집어 들 수 있기 때문에 규칙위반은 아니다. 

두 번째, 바운스 없이 박힌 볼인지 아닌지 알고 있었느냐의 문제다. 플레이어의 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알고 있거나 사실상 확실한(Known or Virtually Certain)’것 이다. ‘알고 있거나’란 플레이어나 다른 목격자가 플레이어의 볼에 일어난 문제적인 상황을 직접 목격한 경우처럼, 그 상황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는 것이며, ‘사실상 확실한’이란 일말의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합리적으로 이용할 만한 모든 정보가 그 상황에 관하여 적어도 95%의 확실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합리적으로 이용할 만한 모든 정보’란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플레이어가 경기를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그 밖의 모든 정보를 말한다. 리드는 볼에 가장 가까이 있던 자원봉사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박힌 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비난의 여지가 없다.

10번홀에서 드롭한 뒤 그린을 바라보는 패트릭 리드. 사진=PGA(게티이미지)
10번홀에서 드롭한 뒤 그린을 바라보는 패트릭 리드. 사진=PGA(게티이미지)

리드는 2019년 히어로 월드 챌린지 3라운드에서 연습스윙을 하면서 볼 뒤의 모래를 치기 좋게 제거해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아 비난을 받았었지만, 기본적으로 골프룰을 잘 알고 이용할 줄 아는 골퍼다. 2020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2라운드 파5 15번 홀 두 번째 샷이 깊은 러프에 들어가서 자원봉사자들 덕에 볼을 찾았다. 리드는 자원봉사자가 풀을 건드려 볼이 더 밑으로 내려갔으니 원 위치시켜달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4라운드 때는 같은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가장자리까지 약 1.8m되는 프린지에 멈췄다. 그 지점에서 퍼팅을 하는 것은 프린지 때문에 거리 조절이 쉽지 않았고, 프린지에는 스프링클러 덮개도 있었다.

프린지도 로컬룰 '프리퍼드 라이'에 의한 구제가 적용되는 것을 알고 있던 패트릭 리드는 먼저, 스프링클러 덮개 옆으로 볼을 구제받고 나서, 다시 스프링클러 덮개(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에 의한 구제를 받아 볼은 그린 가장자리에서 약 5cm 지점에 정지했고, 그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이번 박힌 볼 구제로 비난 받는 것은 비디오 리플레이로 확인 한 증거 때문이다. 한 번 바운스가 된 뒤 정지했기 때문에 박힌 볼로 볼 수 없는데 구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렉시 톰슨(미국)이 3라운드 17번 홀 그린에서 볼의 위치를 잘 못 놓았다고 그 다음 날 4라운드 12번 홀을 끝내고 4벌타를 받았던 사건을 계기로 R&A 와 USGA는 시청자 제보나 비디오 판독에 의한 벌타부과를 하지 않기로 룰을 개정했고 그 룰을 ‘렉시 룰’이라고도 한다.

2019 개정규칙 20.2c(비디오 증거를 사용할 때 ‘육안’ 기준 적용하기)에서도 위원회가 재정을 하기 위하여 사실상의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 비디오 증거의 용도는 ‘육안’ 기준으로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디오 화면에 나타난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그 사실이 규칙 위반을 나타내더라도 그 비디오 증거는 무시될 수 있다. 하지만, ‘육안’ 기준으로 비디오 증거가 무시되는 경우라도 플레이어가 규칙을 위반한 사실을 스스로 인지한 경우에는 규칙 위반에 해당된다.

따라서, 비록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볼을 먼저 들어 올렸고,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해서 그 볼이 바운스 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더라도 패트릭 리드가 박힌 볼 구제를 받은 것에 플레이어의 책임은 없다. 골프룰 20.2d(잘못된 재정을 바로 잡는 경우)에서도 레프리나 위원회가 내린 어떤 재정이 추후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렇게 하기에 너무 늦은 경우에는 잘못된 재정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하고 있다.

행정적인 실수를 바로 잡는 데는 시간제한이 없지만 잘못된 재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라운드가 끝난 후 박힌 볼 구제에 대한 논란이 일자 리드는 볼이 바운스가 된 후 그라운드에 그렇게 박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주변의 단 한 명이라도 볼이 바운스 되는 것을 봤다고 했다면 박힌 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라 인터뷰를 했더. PGA 켄 타켓(Ken Tackett) 경기위원장도 10번 홀 구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리드는 10번 홀 박힌 볼 구제 이후 다음 여섯 개 홀에서 4개의 보기를 했지만 최종일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우승했다. 규칙에 따른 구제가 정당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안다. 법률과 양심이 다르듯이 말이다. 골퍼들이 OB가 나면 2타를 잃는다는 뜻의 ‘OB二落’으로 해석하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비이락(烏飛梨落)란 속담이 있다. 우연의 일치로 일어 난 일이 반복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닐 것이고, 배가 자꾸 떨어지면 사람들이 그 까마귀를 그냥 놔두겠는가?

※치터(Cheater, 사기꾼, 협잡꾼)-갬블링 게이밍 장소에서 어떤 부정직한 의도에 의해 이기려고 고안된 장치를 사용하거나, 게임의 룰을 위반하는 게임자.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장소가 젖어있기 때문에 더 나은 위치로 볼을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임시 골프룰.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