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1. 새해를 맞는 희망의 꽃 ‘Snowdrops’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1. 새해를 맞는 희망의 꽃 ‘Snowdrops’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01.0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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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아침의 붉게 떠오른 태양아래 부지런한 소가 나들이를 하고 있다. 사진=이용규

10월에 알뿌리를 심어 초봄에 꽃을 피우는 갈란투스(Galanthus), 눈풀꽃 또는 설강화(雪降花)라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나의 스승이자 삶의 멘토이시며 시인이자 영문학자이신 김명복 교수님이 ‘겨울 끝자락에 봄이 있고, 차가운 절망의 겨울에 꿈꾸는 자가 봄에 꽃을 피웁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루이즈 글릭의 ‘Snowdrops’라는 영시 한편을 보내주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긴 터널 속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에 좌절하며 고립과 단절,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함께 읽어볼 필요가 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는지 그대는 아시나요? 
절망이 무언지 그대가 안다면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거예요.

대지가 나를 누르고 있어 견뎌낼 것 이라 기대하지 못했어요.
다시 깨어나 습한 땅속의 내 몸을 느끼고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이른 봄 차가운 햇빛 속에서
다시 꽃 피우는 법을 기억하여 반응하리라 기대하지 못했어요. 

두려워요. 하지만 두려움에 떨면서도 다시 그대와 함께
새 세상의 모진 바람 속에서 기쁨을 맞이합니다.

설강화
설강화

루이즈 글릭(Louise Gluck, 1943~ )은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의 여류시인이자 예일대학교 교수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끈질기고 강인한 야생화를 노래한 ‘야생 붓꽃(The Wild Iris)’으로 퓰리처상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상 등 미국의 여러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설강화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알뿌리 초본식물이며, 눈 속에서 줄기가 나와 춘분 전 이른 봄에 꽃대 끝에 흰 꽃을 피운다. 이름처럼 눈 밑 추위에서 살아남아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까닭에 첫사랑, 희망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체코의 문호 카렐 차페크(Karel Capek)는 이 꽃을 ‘봄의 메시지’라고 예찬하며, “아무리 지혜로운 나무나 명예로운 월계수라해도 찬바람에 하늘거리는 창백한 줄기에서 피어나는 설강화의 아름다움에는 견줄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동레이크 겨울 풍경
일동레이크 겨울 풍경

겨울 골프를 나가서 눈 위에 볼이 멈추거나 쌓인 눈 속에 볼이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이나 천연 얼음은 루스임페디먼트이며, 지면에 있는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코스상태중의 하나인 ‘일시적으로 고인 물’(Temporary Water)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 안에 드롭해서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눈을 치우고 칠 수도 있고, 볼을 옮기고 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골프 룰에서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은 지표면에 일시적으로 고인 물로서, 페널티구역에 있는 물을 제외하고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하기 전과 후에 볼 수 있는 물을 말한다. 플레이어가 지면에 섰을 때만 잠시 물이 보이는 정도로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슬과 서리는 고인 물이 아니지만, 눈과 천연 얼음은 일시적인 고인 물로 간주될 수 있다.

결국 겨울은 지나가고 봄은 온다. 2020년을 힘겹게 보내고 코로나 위협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나의 조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지켜낸 모든 분들의 신축년(辛丑年) 2021년을 ‘위하여’라고 쓰고, ‘We Are Young’이라고 읽는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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