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골프룰]13.낙엽 따라 가버린 볼 찾는데 허용된 시간은? 
[정경조 박사의 '꿀잼'골프룰]13.낙엽 따라 가버린 볼 찾는데 허용된 시간은?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11.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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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이 아름다운 스카이72. 사진=JNA정진직 포토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대표적인 시다.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페어웨이를 벗어 난 단풍든 숲속이나 풀이 무성한 곳에 떨어지면 볼이 숨어버려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길은 이미 페널티나 OB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것이다.

현대의 모든 스포츠분야가 추구하는 ‘볼 데드’(ball dead) 상황을 줄이고 ‘경기 시간 단축, 인플레이 시간 확대’라는 속도경쟁의 경향에 맞춰 골프에서도 분실구 찾는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였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교체된 투수는 최소 3타자를 상대해야 한다거나, 마운드 방문 횟수를 줄인다거나 심지어는 야구 역사상 바뀌지 않고 있는 투구 거리 60피트(18.44m)를 늘리는 안까지 고민 중이다.

보수적인 스포츠로 통하는 축구계도 2017년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1800년대 후반 이후 변한 적이 없던 전·후반 45분씩, 총 90분인 경기 시간을 전·후반 30분씩, 총 60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터치아웃, 파울, 선수 교체 등은 경기 시간에서 빼고 실제 경기 시간을 60분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골프에서는 플레이어나 플레이어의 캐디가 볼을 찾기 시작한 후 3분 안에 발견되지 않은 경우, 그 볼은 분실된 것이어서, 직전 스트로크 지점에서 1벌타를 받고 티잉구역이면 티를 사용하여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고, 일반구역이나 페널티구역, 벙커라면 직전에 샷을 한 지점을 기준점으로 한 클럽길이 이내에서 드롭하고 플레이 한다.

플레이어나 캐디가 볼을 찾기 시작한 시점부터 3분 안에 발견되면 그 볼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합리적인 추가 시간은 허용되고, 또한, 플레이어가 볼이 발견된 지점에 있지 않으면 볼까지 가는데 필요한 시간도 허용된다. 하지만 3분이 지난 후에 찾은 볼을 플레이하거나(잘못된 볼), 볼을 찾을 수 없어서 분실한 지점에서(잘못된 장소) 다른 볼을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고 반드시 직전 스트로크한  지점에서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

그런데, 왜 공식규칙에서 골프 볼을 찾는 시간을 명시해 두었을까 궁금해 졌다. 골프역사를 살펴보면 골프경기방식이나 골프코스의 길이, 골프클럽 발달에 가장 큰 변화를 초래한 것은 골프 볼이었다. 1400년대 초 골프 볼은 단단한 목재로 만든 나무 볼이었고, 이 나무 골프볼은 페더리(feathery)라는 깃털 볼이 발명 된 17세기까지 사용되었다. 소가죽 안에 거위 깃털을 채워 손으로 볼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뜻한 물에 적신 가죽을 꿰매어 볼  모양을 만들고, 작은 구멍을 통해 삶은 깃털을 채워 넣으면 표면이 마르면서 가죽은 줄어들고 안에 있는 깃털은 확장되어 단단해진다. 페더리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양동이의 삶은 거위 깃털이 필요했고, 숙련 된 기술자도 하루에 3~5 개 정도만을 생산할 수 있었다. 

초기의 나무클럽으로 150~200야드를 보낼 수 있는 비교적 단단한 볼을 만들었는데, 볼 하나의 가격이 약 4~5실링이었다. 영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던 나폴레옹 전쟁(1803-1815) 당시 영국군 병사의 하루 일당이 1실링 이었다고 하니 페더리 골프공 한 개를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60달러에 해당한다. 이런 골프 볼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19세기 중반에 값싼 고무공인 ‘구타페르카’가 발명되어서야 골프의 대중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또한 왜 티잉구역에서 잘 안 보이는 코스에는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포어캐디(fore caddie)를 세워놓고 자신이 친 볼이 엉뚱한 곳으로 갈 때마다 애타게 큰 소리로 ‘포어’를 외쳤는지 이해가 간다. 

주말골퍼들이 치는 골프 볼이 한 개에 7만 원 정도라면 볼 찾는 시간이 3분이 아니라 30분을 줘도 숲속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고, 골프 볼에 GPS추적 장치를 해놓고 플레이 할 지도 모른다.

매홀 볼을 잃어버리면서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는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말씀을 생각하며 신은 나를 도대체 얼마나 강하게 보신 걸까 의심해보기도 하지만, 요즘은 천원으로도 볼 하나 살 수 있으니까 집나간 볼 산삼 찾듯이 찾지 말고, 겨울 채비하느라 먹이 활동이 왕성한 뱀한테 물려 일찍 골프접지 말고, 적당히 찾고, 다음 샷에 집중하자.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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