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18.US여자오픈과 윈터룰(Winter Rules)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18.US여자오픈과 윈터룰(Winter Rules)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12.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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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물이 가득한 US여자오픈이 열린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 사진=USGA
폭우로 물이 가득한 US여자오픈이 열린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 사진=USGA

마지막 라운드가 폭우와 천둥 번개로 인해 하루 미뤄져서 5일간 경기가 치러졌던 제75회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한 세계랭킹 94위 국내파 김아림 선수가 3언더파 281타로 우승했고, 세계1위 고진영 선수는 공동 2위를 했다. 경기는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의 기상악화로 멈춤과 재개를 반복했고 2라운드부터는 코스가 젖어 선수들이 진흙 때문에 고생했다. 중계를 보던 많은 시청자들은 왜 볼에 묻은 진흙을 닦지 않고 샷을 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골프에는 윈터룰(Winter Rules)이라고 해서 겨울철에 골프코스의 그라운드 상태가 얼었다가 녹아서 질퍽거리거나 진흙투성이 일 때 볼의 위치를 원래의 라이에서 일정한 거리 이내까지 옮길 수 있게 허락하는 로컬룰 모델 E-3이 있다. 보통 프러퍼드라이(Preferred Lie) 또는 ‘리프트, 클린 앤 플레이스 룰(Lift, Clean and Place Rules)’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USGA는 ‘볼은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play it as it lies)’는 원칙을 고수하며 단 한 번도 US오픈에 로컬룰 E-3을 적용하지 않았다.

USGA는 “US오픈이 모두 완벽한 페어웨이에서 경기한 것은 아니다. 불공정한 것 같은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US오픈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2018 US여자오픈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E-3을 적용하지 않았고, 그 당시 박인비는 “US오픈 전에는 항상 진흙 묻은 볼을 치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었다. 미국 PGA는 수십 년의 전통을 깨뜨리고 2016 PGA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너무 많이 내린 비 때문에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했는데, 이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선수권에서 프리퍼드라이 로컬룰이 사용 된 것이었다. 

프리퍼드라이(preferred lie)는 폭설, 해빙기, 장마, 폭염 등 좋지 않은 기상상태 때문에 코스가 손상되거나 잔디를 깎는 무거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페어웨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택하는 로컬룰이다. 골퍼가 샷 한 볼이 페어웨이에 있을 때 벌타 없이 집어서 홀에 더 가깝지 않은 어느 방향이든지 더 좋은 자리에 볼을 옮겨 놓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로컬룰이다. 하지만, 러프나 퍼팅그린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US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한 에이미 올슨. 사진=USGA
US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한 에이미 올슨. 사진=USGA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하는 방법은 먼저 볼이 놓여 있는 위치를 마크하고, 그 볼을 집어 올려서 닦고, 그 볼이나 다른 볼을 플레이스하면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한 번 내려놓으면 다시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집어 올렸다가 좋은 자리에 내려 놨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자리와 마찬가지로 안 좋은 자리여도 다시 옮길 수는 없다. 다시 옮기면 1벌타다. 그리고 볼은 드롭하는 것이 아니라 지면에 놓는 것, 즉 플레이스(place)해야 한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는 구제구역의 크기는 원래의 볼이 놓여 있었던 지점으로부터 1) 한 클럽 길이, 2) 스코어 카드 길이, 3) 6인치 등으로 정해진다. 각 대회마다 경기위원회에서 정하는 구제구역 크기가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본골퍼 이마다 류지는 중국 미션힐스에서 열린 스타 트로피 대회에서 프리퍼드 라이 구제범위를 PGA 표준인 한 클럽 길이 이내로 알고 플레이를 했지만 그 대회의 로컬룰은 구제구역 크기를 스코어 카드 길이 이내로 정해 놓아서 그는 1라운드를 끝낸 후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기 전에 프리퍼드라이 구제를 잘못한 것을 위원회에 보고를 했고,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2벌타를 13회 적용한 26타 벌타를 받아 97타를 기록했다. 

김맹녕 칼럼니스트가 라운드 중 윈터룰을 적용해서 10인치되는 곳에 볼을 놓았더니 캐나다 친구가 ‘당신 사이즈가 10인치나 되냐’고 농담을 해서 당황했는데, 프리퍼드라이 6인치가 서양 남성들의 성기가 발기 했을 때의 평균 길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남성들이여, 우리는 몇 인치로 할까요? 솔직해 집시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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