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캐디백에 14개 이상의 클럽이 있을 때 벌타는?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2.캐디백에 14개 이상의 클럽이 있을 때 벌타는?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08.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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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클럽. 사진=PGA

최초로 골프클럽 개수를 14로 공식 제안한 사람은 영국왕립골프협회 규칙 위원회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위원장이다. 그 당시 미국골퍼들이 너무 많은 클럽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1936년 미국골프협회장 존 잭슨(John Jackson)에게 클럽개수 제한을 제안했다. 1938년에 USGA가, 1939년에 R&A가 클럽개수를 14개로 제한하는 규칙을 채택했다. 1934과 1935년 연속해서 미국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한 미국 골퍼 로손 리틀(Lawson Little)은 클럽을 31개까지 갖고 다녀 캐디가 추가요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로버트 해리스는 1953년 그의 책 ‘골프60년사(Sixty Years of Golf)’에서 “14개로 클럽을 제한한 것은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14개도 너무 많다. 선수가 샷에 자신이 없을 때 클럽 선택을 두고 캐디와 의논하느라 경기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골퍼이며 현재 골프 방송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케네스 존 브라운(Kenneth John Brown, 1957)은 “클럽은 퍼터, 샌드웨지, 피칭웨지, 8, 6, 4번 아이언, 하이브리드 3번, 3번 우드,  드라이버 등 9개와 6개의 티펙(tee peg), 4개의 볼 그리고 연필 한 자루면 충분하다”고 했다.

2019 개정규칙 4.1b(클럽 개수의 한도)에 의하면 ‘플레이어는 14개가 넘는 클럽을 갖고 라운드를 시작해서는 안 되며, 라운드 동안 14개가 넘는 클럽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된다.’

플레이어의 캐디백 안에 14개 이상의 클럽이 있을 때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홀 당 2벌타 18홀 최대 4벌타를, 매치플레이에서는 한 홀 씩 라운드 당 최대 두 홀까지 차감한다. 하지만, 라운드 전에 14개를 초과하는 클럽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초과된 클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 페널티가 없다. 

1991년 마스터스 우승 포함 총 47승을 거둬 2017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키 160㎝의 작은 거인 이언 우즈넘(Ian Woosnam, 웨일즈)은 2001년 디오픈에서 파3 1번 홀을 지나 2번 홀 티샷을 하려다 드라이버 2개 포함 15개의 클럽이 있는 것을 알고 2벌타를 받아 그 일 때문에 캐디를 해고 했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12년 만에 우디 오스틴(Woody Austin, 미국)이 2013 PGA챔피언십에서 클럽 초과로 4벌타를 받아 예선 탈락했다.

국내에서도 박세리가 2003년 한·일 대항전에서 클럽을 16개 넣고 출발했다가 이 사실을 발견한 4번 홀에서 자진 신고해 4벌타를 받았고, KPGA 2009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강욱순은 자신도 모르게 캐디백 안에 들어있던 웨지 한개 때문에 4벌타를 받았다.

골프뿐만 아니라 등산, 낚시, 사진 등 각종 장비가 필요한 취미에서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장비에 집착하거나 장비를 사기 위해서 과소비하는 것을 ‘장비병’(gear acquisition syndrome)이라고 한다. 장비병에 걸리면 벗어나는 것이 금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 장비가 곧 생계를 유지하는 수입과 직결되는 프로가 아니라면 장비에 대한 집착이 클수록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극복하려는 기회를 잃게 된다.

장비가 좋아지면 자신의 실력이 좋아진다고 믿는 것은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안경을 쓰면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미국의 신경 과학자이며 사진작가인 조슈아 박사(Joshua Sariñana)는 스트레스 요인이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방식과 장비구매가 우리 뇌의 보상 센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신경 화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그는 더 크고 더 나은 보상을 찾기 위해 새로운 구매를 한다는 점에서는 장비병이 약물 남용과 유사하다고 했다.

R&A는 ‘골프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자연을 극복하는 운동’이라며 클럽 개수를 14개로 제한했다. 장비병에서 벗어나 진정한 골퍼가 되고 싶다면 진짜 애주가는 월급을 모두 술 먹는 데 쓰고 빈병을 팔아 생활비를 하듯이 당장 14개 넘는 클럽을 팔아 라운드 비용으로 써라.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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