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12. 늑장플레이 세 번이면 실격?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12. 늑장플레이 세 번이면 실격?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11.0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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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게티이미지)

파란 가을 하늘과 색색의 단풍이 그려내는 한 폭의 풍경화 속에서 골프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시간, 돈, 그리고 동반자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 골프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성수기를 맞은 골프장들의 요금인상 속에서도 예약을 못해 필드를 나가지 못하는 골퍼들의 한 숨이 깊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잡은 시간에 맞춰 티오프를 시작한 라운드의 분위기를 깨는 것은 티잉구역 매트나 페어웨이 디봇 또는 느린 그린이 아니라 바로 동반자의 늑장플레이다.   

어떤 조가 할당된 시간을 초과하여 플레이하고 앞 조와의 간격이 벌어진 상태에 있는 경우를 아웃오브포지션(out of position)이라고 한다. 자신이 속한 조가 늑장플레이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조와 앞 조와의 간격이 출발시점의 간격보다 더 벌어져 있는 경우와 그 조가 파4 홀이나 파5 홀의 티잉구역에 도착하기 전에 그 홀이 비어있는 경우다.

로컬룰 모델 K-1과 K-2에 의하면 모든 홀의 플레이 시간, 룰과 관련해 판정을 받는 시간, 그리고 홀별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18홀 경기에 할당된 시간은 3시간 45분에서 최대 4시간 5분이다.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하여 라운드를 끝낸 경우 그 조의 모든 플레이어는 1벌타 씩을 받는다.

2019 개정규칙에서 스트로크 당 할당된 최대 시간은 40초 이내이다. 자신의 조에서 파3 홀의 티샷이나 그린으로의 어프로치샷 또는 칩샷이나 퍼팅을 첫 번째로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10초의 추가 시간을 허용한다. 플레이 시간은 자신의 순서가 되었을 때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시점에 재기 시작하는데, 거리를 결정하고 클럽을 선택하는데 걸린 시간도 다음 스트로크를 하는데 걸린 시간으로 계산한다.

퍼팅그린에서의 플레이 시간은 플레이 선에 방해가 되는 손상을 수리하고, 돌과 나뭇잎 같은 루스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를 제거하는 합리적인 시간 이 후에 재기 시작하고, 홀 앞뒤에서 플레이 선을 살펴보는데 걸린 시간도 계산된다. 부당한 지연에 대한 페널티는 첫 번째는 1벌타, 두 번째는 2벌타, 세 번째는 실격이다.

R&A와 USGA의 2019 개정규칙에서 주목할 점은 플레이 속도 촉진이다. 프로골퍼들의 늑장플레이는 현장의 갤러리와 중계를 보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동반 플레이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PGA투어프로 중에서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슬로우 플레이로 논란이 되었는데,  2018 PGA투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 8번 홀에서 2m가 조금 넘는 버디 퍼트를 하기 위해 2분 넘게 시간을 끄는가 하면, 16번 홀에서는 65m 거리에서 웨지 샷을 하는데 3분가량을 썼다.

브룩스 켑카(미국)와 에디 페퍼렐(잉글랜드) 등 투어 선수들마저 그의 늑장플레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디샘보는 발끈하며 "가끔 40초 이상 걸리지만 이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면서 불쾌함을 드러냈다.

자업자득이라고 디섐보는 2020년 1월27일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4라운드 초반 공동 선두였지만 10번 홀 페어웨이를 걷는 디섐보에게 경기위원이 카트를 타고 다가와 “이제부터 시간을 재겠다”고 통보했다. 디섐보는 15번 파3홀을 시작으로 18번 홀까지 연속해서 보기를 범하며 4타를 잃고 결국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8위로 밀려났다. 디섐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슬로 플레이는 오랜 세월 논쟁거리였다. 나는 이제 슬로 플레이의 문제아가 아닌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골프규칙1.2 플레이어의 행동 기준에서도 모든 플레이어의 타인 배려 내용에 ‘신속한 플레이속도와 타인의 안전’을 명시하고 있다. 라운드 나가서 캐디들이 ‘조금 서둘러 주세요’라고 신속한 플레이를 부탁하는 것은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어렵게 던지는 말이다.

보통 첫 팀은 1시간 40분정도에 9홀을 끝내야 하고, 홀이 비거나 그 팀의 속도가 지나치게 늦으면 캐디는 골프장 측으로부터 페널티를 받고 하루나 이틀 일을 못하게 된다. 주말골퍼들은 동반자의 늑장플레이에 조금 관대하긴 하지만, 자신의 티샷 순서가 되어서야 장갑 끼고 티와 볼 찾고, 어드레스 취한 뒤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칠 듯 말 듯하며 티샷을 위해 꽂아 놓은 나무 티에서 싹이 나올 정도로 시간을 보낸다면 구속영장 청구감이다.  

슬로우 골퍼여!
골프 코스에서 당신의 위치는 
뒤 팀의 맨 앞이 아니라
앞 팀의 맨 뒤라는 것을 기억해라.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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