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졍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티샷을 먼저 하면 유리할까?
[졍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4.티샷을 먼저 하면 유리할까?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09.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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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경기장면. 사진=PGA(게티이미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the Masters)에는 1963년부터 오프닝 티샷을 하는 전통이 있다.

우리나라 야구나 축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시구나 시축 같은 행사다.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스의 시작을 알리는 첫 티샷은 그 만큼 영광스런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9에는 마스터스 6회 우승 포함 메이저 18승이라는 최고의 기록을 보유한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 미국, 1940~)와 마스터스 3회 우승의 흑기사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 남아공, 1935~)가 영광스런 티샷(honorary starters)을 했다.

골프 라운드를 시작할 때 티잉구역에서 첫 번째로 플레이할 수 있는 권리를 아너(Honor) 라고 한다. 영어 뜻 그대로 명예이자 영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honor’를 ‘오너’(owner, 소유주)라고 발음하다보니 티샷하러 올라가면 그 골프장의 주인이 된다.

골프규칙 6.4(홀에서 플레이하는 순서)에 따르면 첫 번째 홀의 아너는 위원회가 정한 조 편성 상의 순서에 따라 결정되며, 조 편성이 없는 경우에는 합의로 또는 동전던지기나 추첨 같은 임의의 방법으로 정하면 된다.

두 번째 홀부터는 직전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먼저 티샷을 한다. 우리나라 주말골퍼들의 첫 번째 홀에서 플레이 순서를 정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순서가 표시된 막대기를 뽑거나 티를 던져 뾰족한 부분이 가리키는 사람이 먼저 치기도 하고, 골프백이 실린 순서나 배치표의 이름순으로 하기도 한다. 해병대 선배 한 분은 늘 관 뚜껑 먼저 덮는 순서로 치라고 하신다. 

매치플레이에서는 플레이 순서가 기본적인 요소이다. 플레이어가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그 스트로크를 취소시키고 다시 플레이하도록 할 수 있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순서를 지키지 않고 플레이한 것에 대한 페널티가 없으며 플레이어들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순서와 관계없이 플레이하는 ‘준비된 골프’, 즉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순서와 관계없이 플레이하는 것을 허용하며 권장한다. 상대방이 그 스트로크를 취소시킨 경우, 플레이어는 반드시 취소된 스트로크를 했던 곳에서 자신의 순서에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

노예림의 어드레스. 사진=JNA 정진직 포토

‘11m 러시안 룰렛’으로 비유되는 축구의 승부차기에서도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1970년부터 2013까지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축구경기에서의 승부차기를 연구한 이그나시오(Ignacio Palacios-Huerta) 런던 정경대 교수는 그의 책 『아름다운 게임이론』(Beautiful Game Theory: How Soccer Can Help Economics, 2014)에서 ‘승부차기는 5:5가 아니라 6:4의 게임이다. 먼저 찬 팀의 승률이 60%다.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순서를 정하기 위한 동전 던지기다’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 축구스타 네이마르(Neymar)는 보통 골키퍼의 오른쪽으로만 킥을 하지 왼쪽으로 차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승부차기의 심리학'에 의하면 먼저 차는 팀이 상대팀보다 심리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도 2002년 6월 월드컵 8강 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서는 먼저 차서 4강에 진출했지만, 같은 해 월드컵 멤버들로 출전한 2002년 10월 부산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는 나중에 차서 3-5로 패했다. 이 때 한국의 두 번째 키커로 실축한 이영표의 슛은 한국의 결승 진출 실패로 입대가 확정된 이동국 때문에 ‘이동국 군대 가라 슛’이란 이름이 붙었다.   

우리말 중에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어차피 당해야 할 일은 빨리 치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골프가 정신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먼저 티샷 하는 ‘아너효과(honor effect)’가 있을 것이고, 특히나 긴장감이 배가 되는 연장전에서는 플레이 순서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에 의해 티샷 순서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똑같이 좋은 샷을 한다는 조건이라면 분명히 먼저 치는 사람이 나중에 치는 사람에게 시각적, 심리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이 있다. 물론 아너효과를 포기하고 첫 티샷을 OB내서 동반자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그대는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를 사랑하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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