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배보다 배꼽이 크다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3.배보다 배꼽이 크다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09.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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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나. 사진=KPGA 박준석 포토

배꼽은 ‘배의 복판’이라는 순 우리말 ‘뱃복’에서 온 말이다. 아기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엄마와 아기를 연결해준 탯줄이 아기가 태어난 후 흔적으로 남은 것이 바로 배꼽이다. 일종의 흔적 기관으로 수행하는 기능은 없고, 신체의 위치 기준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태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노출이 금기시되었던 부위였지만, 1990년대 이 후 X세대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배꼽티를 입으면서 배꼽노출이 일상화 되었다.  

골프코스는 1개의 일반구역(General Area)과 4개의 특수구역(Four Specific Areas; 티잉 구역, 페널티 구역, 벙커, 퍼팅그린)으로 구성된다. 티잉구역은 4개의 특수구역중의 하나로서 골프규칙 6.1b에서는 ‘플레이어는 반드시 티잉구역 안에서 볼을 플레이함으로써 각 홀을 시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티잉구역은 티 마커 바깥쪽을 경계선으로 하여 후방 두 클럽(드라이버 기준)이내의 사각형지역을 말하는데, 좌우 경계는 티 마커 바깥선이다. 볼의 일부라도 티잉 그라운드 구역에 닿아 있으면 그 볼은 티잉 그라운드 구역에 있는 것이며, 플레이어는 스트로크를 할 때 티잉구역 밖에 설 수 있다.

하지만 티잉구역 밖에서 볼을 플레이 한 경우 매치플레이에서는 페널티 없이 상대방이 그 스트로크를 취소시킬 수 있고,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고 티잉구역 안에서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

6.2b(3) 티잉구역 규칙에서는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티잉구역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 티잉구역의 지면을 클럽이나 발로 고르게 할 수 있고,
• 티잉구역의 지면에 붙어있거나 자라고 있는 풀·잡초·그 밖의 자연물을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뜨릴 수 있고,
• 티잉구역에 있는 모래나 흙, 이슬이나 서리 또는 물을 제거 할 수 있다. 

하지만 티잉구역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티 마커(tee marker)를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플레이할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한 위치를 제공하기 위해 제한을 두고 있다.

티잉구역에서 플레이하기 전에 그 티잉구역의 티마커를 하나라도 움직임으로써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한 경우, 플레이어는 규칙 8.1a(1)의 위반으로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는다. 다만, 티 마커를 움직였어도 스트로크하기 전에 다시 원위치 시키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 특히 티샷 이외의 상황에서는 티 마커가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이므로 거리나 페널티구역 표시말뚝처럼 제거하고 샷을 할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손실이 지나치게 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티잉 그라운드 구역 2cm 앞에 티를 꽂아 티샷 비거리 2cm늘이려다 2벌타 받으면 배꼽이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20대 딸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기 위해 ‘배꼽티’를 입고, 50대 엄마는 뱃살을 감추기 위한 ‘배쏙티’를 입는다고 한다. 가슴을 드러내는 것보다 배꼽을 보이는 것을 더 수치스럽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처럼 이제 티잉구역에서 배꼽 내미는 일은 그만하고 ‘배쏙’을 실천하는 골퍼가 되자.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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