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7.라운드 중에 클럽이 손상되면?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7.라운드 중에 클럽이 손상되면?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09.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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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가 스윙도중에 클럽이 부러지면 타수에 포함이 될까, 안될까? 도중에 스윙을 멈춘 경우가 아니고 이미 다운스윙이 시작되었다면 스트로크를 한 것이다. 스트로크란 ‘볼을 치기위해 클럽을 앞쪽으로 움직이는 동작(The forward movement of the club made to strike the ball)’이기 때문에 백스윙 정점에서 다운스윙이 시작되어야 스트로크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골프규칙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174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골프멤버들이(Gentlemen Golfers of Edinburgh) 만든 13개의 골프룰(Articles and Laws in Playing at Golf)중에서도 11번은 클럽손상에 관한 것이다.

불을 치기위한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스트로크 과정에서 클럽이 부러지면 한 타로 기록한다는 내용이다. 가죽 커버 속에 새 깃털을 넣고 꿰맨 골프공인 페더리(featherie)를 물푸레(ash)나무 또는 개암(hazel)나무 샤프트로 만들어진 클럽으로 치다보니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1800년 후반에 대장장이들이 만들기 시작한 초기 아이언은 무겁고 사용하기 어려웠으며, 무엇보다 귀한 페더리 골프공을 쉽게 손상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1930년부터 스틸 샤프트가 소개되면서 골프 클럽은 큰 변화를 거쳤고, 1939년 R&A가 클럽개수를 14개로 제한하면서 전통적인 이름(long nose, spoon, niblick, cleek 등)들도 오늘날의 번호 시스템이 되었다.

적합한 클럽이 라운드 동안 손상된 경우 이전과는 달리 손상 내용이나 원인과 상관없이 남은 라운드 동안 그 클럽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원래의 헤드, 샤프트와 그립을 그대로 사용하고 플레이를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으면 수리할 수 도 있다. 손상된 클럽은 그 라운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스트로크 플레이에서의 연장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매치플레이에서는 연장전이 새로운 라운드가 아니라 라운드의 연속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    

골프규칙 4.1a(2)에서 ‘적합한 클럽이 라운드 동안 또는 규칙 5.7a(위원회, 합의, 낙뢰에 의한 중단)에 따라 플레이가 중단된 동안 손상된 경우, 플레이어는 원칙적으로 그것을 다른 클럽으로 교체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지만 이 규칙에 의하면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에 손상된 클럽도 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USGA는 2019년 4월 9일 로컬룰 모델 G-9에서 교체가 필요한 ‘부러지거나 심하게 손상된’ 경우를 다음과 같이 구체화해서 클럽교체를 허용했다.

- 샤프트가 부러지거나 깨지거나 구부러진 경우
- 클럽 페이스나 헤드가 눈에 띄게 심하게 변형된 경우 
- 클럽헤드가 샤프트에서 분리되거나 샤프트와의 연결부분이 헐거워진 경우
- 그립이 헐거워진 경우

하지만, 클럽 페이스나 클럽헤드에 금이 가기만 한 것은 ‘부러지거나 심하게 손상된’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라운드 동안 그 성능을 고의로 변화시킨 클럽은 ‘라운드 동안 손상된’ 클럽이 아니므로 그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한 것에 대한 페널티는 실격이지만, 조정 가능한 클럽을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놓은 경우와 부적합한 클럽이나 라운드 동안 고의로 성능이 변화된 클럽을 가지고 있기만 한 경우에는 페널티가 없다.

2020 PGA 챔피언십 1라운드 파4 7번 홀에서 347야드 원온을 시도한 장타자로 변신한 브라이슨 디섐보가 드라이버를 강하게 치고 나서 티를 주우려고 가볍게 클럽을 잔디에 짚었는데 헤드와 샤프트의 연결부위인 호젤 부분이 부러지는 일이 일어났다. 자신의 승용차에 여분의 드라이버를 갖고 있던 디섐보는 관계자를 통해 새 클럽으로 교체했고, 9번 홀부터 새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그는 2020년 9월 제120회 US오픈에서 유일하게 언더파를 작성하며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클럽을 고의적으로 손상하는 경우는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부러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드 밖에서도 이렇게 화를 못 참고 클럽을 휘두르는 사람들 때문에 골프채가 흉기나 둔기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올 해 6월 항소심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유모씨가 '살인죄 무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결정적 감형 이유는 사건 당시 유모씨가 휘두른 범행 도구인 골프채였다. 골프채 손잡이를 잡고 헤드로 가격한 게 아니라, 헤드를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아내를 때렸다는 점이 인정돼 살인의 고의성이 없어서 감형을 받은 것이다. 

라운드 동안에도 클럽이나 볼에 의해 캐디나 동반자가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도 형법상 '과실치상죄(제266조)'가 성립돼 처벌되기 때문이다. 처벌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2019 개정규칙에서는 플레이어의 고의성이 없다면 손상된 클럽의 수리나 교체를 폭 넓게 허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분노를 골프클럽으로 폭발시켜 클럽을 손상시키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자는 수리나 교체가 아닌 영구 폐기처분이다. 사랑한다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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