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8.동반자의 클럽을 빌려서 치면 벌타는?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8.동반자의 클럽을 빌려서 치면 벌타는?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0.10.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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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PGA

플레이어는 코스에서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는 클럽을 빌려서 스트로크를 해서는 안 된다. 플레이어는 반드시 라운드를 시작 할 때 가지고 있던 클럽이나 라운드 동안 규칙에 따라 추가한 클럽만 사용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매치플레이에서는 최대 두 홀까지 차감,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일반페널티(2벌타), 최대 4벌타를 받는다. 라운드를 시작할 때 클럽이 14개였다면 분실된 클럽을 교체할 수 없지만 14개미만 이었다면 부당하게 플레이를 지연시키지 않는 한 14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주말골퍼들은 필드라운드 도중에 코스에서 종종 클럽을 분실한다. 특히 캐디가 없는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할 때 더 많이 발생한다. 볼이 놓여있는 라이(lie)에 따른 샷을 하기 위해 클럽을 두세 개 들고 갔다가 필드에 그냥 두고 오기 때문이다.

캐디가 있을 때도 분실하는 것은 ‘공동책임은 무책임’(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캐디는 고객에게, 고객은 캐디에게 미루다보니 클럽은 잔디에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퍼터나 드라이버는 거의 매홀 사용하니까 한 홀이 지나기 전에 알아차리지만 잘 쓰지 않는 클럽은 라운드가 다 끝나고 정리할 때가 돼서야 분실한 걸 안다. 클럽커버는 말 할 것도 없다.

이렇게 골프와 관련된 건망증을 ‘골프 치매’라고도 하는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이 병은 증상이 시작된다. 파크, 파인, 밸리, 힐스 같은 많이 사용되는 이름의 골프장이 헷갈려서 엉뚱한 골프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연습장에 놔둔 골프백이 자동차 트렁크에 있을 거라는 확신에 빈손으로 도착해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초보골퍼들은 티나 볼 마커는 당연히 잃어버리고 장갑과 볼은 손에 들고서 찾아다니고, 하수는 물론이고 고수들도 클럽을 필드에 그냥 두고 다음 홀로 이동하기도 한다.

골프장 로커(locker) 번호를 깜빡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모자나 장갑, 골프화는 골프장 마다 잔뜩 쌓여 있다. 집으로 돌아 갈 때 미국 보스턴 대학생들이 처음 사용하여 그런 이름이 붙은 보스턴백이나 골프백을, 심지어는 동반자를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샤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라운드 종료 후 프런트에 들르지 않고 바로가다 보니 결제를 하지 않고 그냥 가는 도둑골퍼들이 늘고 있다.

라운드 도중에 클럽 분실을 알아챈 경우 즉시 동반 캐디나 골프장 측에 연락해서 분실 추정 시간, 장소를 알려야한다. 코스 내에서 두고 온 클럽은 대부분 뒤 따라오는 팀이 발견해 골프장 측에 맡겨놓거나 캐디를 통해 신속하게 되찾을 수 있다.

라운드 동안 분실한 골프클럽은 본인 책임이고, 클럽하우스 정문에 세워둔 백이 분실됐다면 골프장책임이다. 대법원도 대중 골프장의 현관 내와 접수대 등에 '골프가방의 보관관리는 본인이 해야 하고 분실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더라도 골프장의 가방거치대에 놓아 둔 골프채를 도난당했다면 업주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90다21800 판결)  

상법 제152조(공중접객업자의 책임)에 의하면 손님이 업주에게 물건을 맡겨둔 경우, 업주는 분실도난 시 책임을 져야 하며, 맡겨 두지 않은 경우라도 업주의 과실이 인정되면 업주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샤워하는 동안 3000만 원 상당의 시계를 분실한 골퍼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보관을 의뢰하지 않은 본인 책임이라고 판결했다. 결국 물건 관리의 1차적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끝낸 후 꼭 해야 하는 절차가 자신의 클럽에 이상이 없다는 확인서명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데도 클럽분실의 책임을 캐디나 골프장 측에 요구하는 고객들을 대비해서 캐디들은 라운드 시작과 종료 시에 클럽사진을 찍어둔다.

자기 부인이 집 나가면 찾지도 않는 사람들이 7번 아이언 하나 잃어버리면 전국의 모든 골프 숍과 온라인 마켓을 뒤진다. 집 나간 뒤 찾지 말고 있을 때 잘하자. 그런데, 소송까지 해가며 자기 물건 그렇게 아끼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볼은 버리고 가는지 모르겠다. 


'바닥 물고기'

호수 깊은 바닥에는 
물고기가 산다.

죽어도 떠오르지 않는
호수바닥에 사는 물고기들

미안해서
부끄러워서
노여워서
모습을 감추는 물고기들

버리고 간 주인이 떠나도
떨어진 그곳에서
천년을 기다린다.
                        -‘詩가있는 골프에 山다’ 중에서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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