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호야 밥 만드는 날입니다.
작년 여름 서울에서 내려와 '반려견' 호야를 보니 기력이 너무 없어 보여 가족들도 먹고 호야도 주려고 황기 등을 넣은 백숙을 만들어 닭가슴살을 몇 번 먹이고 나니 기력을 되찾아 걸음도 잘 걷고 뛰기도 했다. 그리고 그동안 둘째가 주문해서 먹여 오던 호야 밥을 끊고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다. 비싼 돈을 들여 좋은 것 먹이겠다고 딸이 주문해서 먹여 오던 것은 호야가 잘 먹질 않기도 했다.
오리고기, 각종 야채를 엄선해서 좋은 재료로 섞어 만들었다는데 익혀서 먹일 때마다 호야의 표정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남은 분량을 잘 구슬러서 다 먹이고 나서 내가 직접 만들게 되었는데 싫증도 안 내고 어찌나 잘 먹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주문했던 업체에서는 왜 주문하지 않냐고 의아해하며 전화도 왔었단다.

매달 3~4회 호야 밥과 간식을 만드는 날은 온 가족이 몸보신을 하는 날이 되었다. 올여름도 특별히 복날이라고 해서 삼계탕을 만들어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주 닭곰탕을 먹고 있다. 처음엔 남은 재료로 각종 야채를 넣어 육개장을 해 먹곤 했는데, 딸이 제 엄마 힘들다고 그냥 곰탕으로 먹자고 해서 요즘은 호야 밥을 위주로 만든다.
오늘도 중계 2마리, 단호박, 고구마,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을 데치고 쪄서 잘게 다져 닭고기와 섞어 놓고, 일부는 간식으로 담아 두었다. 닭에 엄나무와 대추, 황기, 다시마, 양파, 마늘 등을 넣고 푹 삶고 있으면 호야가 어서 간식 내놓으라고 재촉을 하기도 한다. 후후후...
푹 삶아지면 살을 전부 발라내는 작업을 한다. 모래주머니(일명 똥집)를 600g 정도 사서 함께 푹 삶는데 쫄깃한 식감으로 가족들이 좋아해서 닭고기 순살은 호야, 우리는 닭곰탕을 즐긴다.


이렇게 호야는 매일매일 아침 산책을 다녀와 아침밥, 저녁 산책을 다녀와 저녁밥을 먹고 중간에 닭고기 순살을 간식으로 먹는다. 원래 간식은 한 번 늦은 밤 산책을 다녀와 먹었는데, 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는 시간에 저도 달라고 보채서 그때부터 낮에도 간식을 먹게 되었다. 워낙 몸집이 작아서 먹는 양이 적다.
딸이 호야에게 하는 말,
"호야! 원래 개는 하루에 두 번만 먹는 거래."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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