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맛있는 보라빛 가지 브런치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5.맛있는 보라빛 가지 브런치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2.25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날이 좋아서 창밖의 햇살이 자글대며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에 잡혀 가만히 집안에 있기는 햇살에 미안해서라도 어딘가로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은데 마음대로 외출하기도 겁나서 발길은 결국은 마트로 향합니다. 막내가 퇴근하면 무엇으로 즐겁게 해 줄까?라는 생각을 하며.

예전에 지인이 금정산 아랫길로 불러내 산책을 한 다음 밖에서 보기에 예쁘장한 브런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자그마한 카페는 조용했고 분위가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는데 그곳에서 먹었던 가지 브런치가 생각납니다.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음식이었는데 샐러드류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상큼한 맛이 아주 좋았는데 소식(小食)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좋을 듯한 메뉴였습니다. 가지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하니 더 열심히 가지를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가지의 보랏빛을 내는 안토시아닌계 색소인 히아신과 나스린은 혈관 속에 쌓이는 노폐물을 제거하며 암이나 동맥경화,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여 슈퍼푸드로 일컬어져 각종 요리에 사용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느 날 가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느낌입니다.

작년 여름 긴 장마로 채소값이 금값이었는데 가지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여름 내내 가지를 곁들인 음식을 자주 식탁에 올렸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가족에게 좋은 것 먹이고 싶은 엄마의 심정의 발로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가지는 볶거나 튀김 요리를 했을 때 물컹한 느낌의 식감에 외면하기도 했는데 찜기에 쪄서 가늘게 찢은 다음 무친 나물은 맛이 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나물 중의 하나이지만 딸들이 좋아해서 가지나물은 자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며 가지과에 속한 일 년생 초본 식물로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식 재료 로 많이 활용됩니다. 리조토, 라자냐, 파스타 등 이탈리라 요리에 많이 사용되며 요즘은 스테이크 요리에 마늘 대신 가지를 곁들여 먹는 경우도 많아졌지요.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이것저것 구경거리도 많은데 가까운 마트를 이용하게 되어 매우 한정적인 매대에서 비닐봉지에 포장된 채소를 고르려니 어느 것이 싱싱한지 난감할 때가 많네요. 보랏빛의 짙은 색깔 때문에 표시가 잘 나지 않아서 잘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꺼내 보면 상한 부분이 있어서 음식 만들다가 난감해하니 딸이 대신 바꿔오기도 했던 가지였습니다. 가지 봉지를 들고 돌려가며 뚫어져라 살펴보고 장바구니에 보탭니다. 청경채, 적근대, 미니오이 등 필요한 재료들을 하나씩 골라 넣습니다.

막내에게 만들어주면 또 좋아하겠지?

딸은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너무너무 행복한데 습관 될까 봐 걱정이 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엄마, 너무 좋은데 습관 돼서 나중에 아무것도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

"습관 돼도 괜찮아, 너는 음식 만드는 거 신경 쓰지 말고 사업에 열중하면 돼. 엄마의 낙樂을 뺐지 마아~"

대부분 함께 지냈어야 하는 나이에 막내는 그리스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었고 한국에 와서도 서울과 부산에 살면서 거리가 또 멀어졌습니다. 그리스에서 지내던 5년 동안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서울에 사니 일 년에 몇 번씩 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산에 있는 내게 오지 않는 이상 해주고 싶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왔다가도 잠깐 얼굴만 볼뿐이지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시간은 없었지요.

명절에 올 때를 맞춰 김치, 깍두기, 파김치, 밑반찬 등을 만들어 돌아갈 때 싸주는 것과 있을 동안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15년 넘게 떨어져 살던 막내랑 지금 이렇게 지내면서 해주고 싶은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밖에서 먹었던 음식을 저의 생각대로 유추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어설프고 정석에 맞지 않는다 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엄마의 마음을 애교로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을 즐겁게 해 주려는 소소한 마음이 가장 큰 것이니까요~^^

이렇듯 어느 날  딸과 사위랑 셋이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가지 브런치를 먹으면서 하하호호 옛 얘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재료 및 조리법 

재료 준비는 가지, 적근대, 청경채. 미니오이.

소스로는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마늘 다진 것 조금.(발사믹이 없을 때 진간장)

1. 가지는 동글동글 도톰하게 자릅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를 넉넉히 두르고 볶아 줍니다.

2. 적근대와 청경채, 미니오이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습니다.

3. 발사믹 소스 적당량,  마늘 다진 것 알맞게 넣어 섞는데 식성에 맞게 새콤하거나 달콤하게.

그리고 올리브유를 넉넉히 넣습니다.(발사믹 소스가 없을 때 진간장에 설탕, 식초)

4, 두툼한 식빵을 치즈와 설탕을 조금씩 뿌려 구운 뒤에 4등분으로 자릅니다.

5. 우묵한 접시에 담아 야채 위에 볶은 가지를 얹고 소스를 뿌린 후에 빵조각을 올립니다.

 * 가지를 얹은 후에 소스를 뿌립니다.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