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1.재채기와 코로나19, 그리고 새해 소망
[안신영의 삶이 있는 풍경]1.재채기와 코로나19, 그리고 새해 소망
  • 안신영 전문위원
  • 승인 2021.02.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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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을 자는 잉어.
겨울잠을 자는 잉어(누워 있는 잉어)

오후 2시의 햇살은 환하게 딸그락딸그락 하는 소리가 들릴 듯이 빛을 내며 손짓을 한다.

산책을 멈춘지도 몇 날 째가 되어간다. 지난 12월 한 달은 콧물 재채기 감기가 연신 들락날락하여 마음 놓고 외출하기가 어려웠다. 다 나은 줄 알고 조금 움직이고 나면 감기는 다시 재발되었다. 코로나로 불안했던  직장일을 10월 말에 그만두고 11월 중순, 그동안 진행했던 치과 치료 끝나자 감기가 찾아왔다. 아마도 직장생활의 긴장이 풀려서인가 보다.

별콩이었던 하율이를 만나러 부산에 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싶어 이비인후과 다녀 진료받고 부산에 갔다. 그만만 해서 각별히 조심하며 며칠 딸과 손녀도 실컷  보고 글 모임 사람들도 만나 얘기도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올라오는 날 부산은 태풍급의 비바람이 쳤었다. 그곳에 있을 때는 감기 증세가 없었는데 집에 오니 장거리 여행이 무리였는지 다시 콧물과 재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진정될 줄은 몰랐다. 다시 약을 시간 맞추어 먹고 어느 정도 좋아졌다.

거리두기가 약해져서 인터넷으로 보던 영상예배가 대면 예배로 보게 되어 다녀오고 며칠 지나서 교우 한 분이 직장에서 확진자와 식사를 했다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으니 역학 조사 날짜에는 멀다고 하지만 염려되면 검사받아 보라는 단톡 방에 목사님 메시지가 올라왔다.  

마침 정부에서 전 국민이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받으라고 권유할 때이기도 했다. 마음은 두려웠지만 혹시 몰라 송파보건소 근처를 지나다가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다가 검사를 받고 이튿날 음성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때는 괜찮았지만, 혹시라도 검사받으러 왔던 사람이 있었나?

거리두기로  띄엄띄엄 앉아 특별히 조심했어도 그 후에 걸린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운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혹시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면 어떻게 되나? 보건소에서 집으로 올 때까지의 역학 조사와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정말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심각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이기에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그때 보건소 야외 대기석으로 불어오던 석촌 호수의 바람이 차게 느껴져 몸을 움츠리게 됐었는데 그 바람에 감기가 재발되어 몸살까지 겹치면서 앓고 있었나 보다.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내게 딸이 사다준 약을  먹으며 병원에 갈 생각 조차 할 수 없었고, 고열은 없었지만 무증상 확진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겁이 났다. 미열은 있었는지 약 먹고 나면 땀을 흠씬 흘리며 젖은 내의를 갈아 입고 혼자 투병을 했다.

침대에 누워서 간간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스스로 가늠해보며 코로나 증세인 인후통이 있는지 허벅지 등에 통증이 심한지 진단을 해보기도 하지만 내가 해마다 겨울이면 한 번씩 앓던 몸살 증세와 같았다. 그러면서 몸은 조금씩 회복되어가며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한 느낌이 왔다. 시간마다 약을 먹고 누워 잠을 작고 몸이 좀 나으면 산책을 나갈 땐 남 눈치 볼 것도 없이 꽁꽁 싸맸다. 가뜩이나 마스크와 푹 눌러쓴 모자로 눈만 보이는 아랍인처럼 터번을 둘러쓴 모습처럼 두 눈만 간신히 보이는 형상이 됐다. ㅎㅎㅎ~

지난 한 달은  감기 덕에 두문 불출하는 모드로 살았기 때문에 그동안 못해본 누워서 책 읽기를 해 봤다. 친한 친구는 소파에 누워 티브이 채널 돌리는 재미로 산다고 했는데 난 평생을 살면서 그래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은 일을 그만 둔지도 두 달쯤 되어 엄격하던 나 자신에게 조금은 느긋해졌다. 곁에서 지켜보는 딸마저도 엄마는 언제 쉬냐고, 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제발 늦잠도 많이 자고 게으름 좀 피우라고 때때로 핀잔을 주기도 한다.

종갓집 큰 며느리로 살아온 세월과 내가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수년 동안 난 어느새 무엇이든 내가 해야 하고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철칙이 몸에 밴 것 같다. 막내가 쉬라고 당부하던 말도 있고 조심하고 조심한 끝에 흘러내리던 콧물도 사라져 조금 살만 해졌다. 

그래도 바깥에 나가는 일은 삼가고 가장 기온이 높을  두, 세 시경에 산책을 하거나 스페셜 요리를 해주고 싶어 가까운 마트에 장 보러 나가는 일 외에는 외출을 안 한다. 소품 만들기 부재료 산다며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을 뻔질나게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브런치의 재미있는 작품들을 읽느라 만들기를 조금 소홀히 하고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너무 재밌고 진솔하며 재기 넘치게 쓴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자기반성과 함께 나를 성찰하게 되어 참 좋다.

딸들은 엄마가 다시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열심히 읽으며 응원을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책 읽기 하고 글을 썼던 것을 매우 좋아했다. 저희들과 겪은 일들이 많기 때문에 또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특히, 둘째 딸은 호야 생각에 많이 울었을 것 같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유한함이 있기에 더욱 아쉬움이 많을 수 있다.

다시 예전에 소중하다 여기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나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여행도 마음껏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 동료들과 생맥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그날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부산서 올라와 연락하는 친구조차 서로가 더 괜찮은 날 만나잔다. 대장암 수술 후에 재활 운동을 하는 친구를 가장 보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는 서울 친구. 자주 만나 차 마시던 고향 친구조차 한 달여 만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와 나의 감기로 인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재채기라도 할라치면 얼마나 눈치가 보이고 민망한지 모른다.

하루속히 사라져도 전혀 아쉬울 게 없는 코로나 19. 전 세계인을 한마음으로 묶어준 코로나 퇴치를 올 해에는 반드시 물리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은 새해를 맞으면서 더욱더 간절하다. 내 개인의 문제도 문제지만 어서 이 팬데믹에서 탈출하고 싶다. 간절히!!

글/안신영 작가, 시인,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수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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