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과 R&A, 그리고 APGC가 창설한 AAC
[안성찬의 골프이야기]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과 R&A, 그리고 APGC가 창설한 AAC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2.10.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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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타 스프링CC. 사진=안성찬 골프대기자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를 취재하다보면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정말 부럽다는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라고 했지만 AAC를 보면 볼수록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써 남다른 생각이 들게끔 한다.

올해는 태국 촌부리의 아마타 스프링 컨트리클럽에서 27일 개막해 4일간 열린다. 39개국 120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자국의 명예를 걸고 샷대결을 벌인다. 상위 공동 50위이내의 선수가 주말경기를 갖는다. 재미난 사실은 컷탈락해도 자국으로 가지 못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태국에서 놀아야 한다. 주최측은 출전하는 선수에게 항공, 숙박, 식사 등 모든 경비를 제공한다. 한국선수는 국가대표 등 7명이 출전했다.

순수한 아마추어 대회인데 이 모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지원한다. 대회는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회장 프레드 리들리)에서 스폰서를 유치해 대회경비를 준비한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회장 마틴 슬럼버스 )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및 선수를 관리를 한다.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AC·회장 타이무르 핫산)은 대회를 주관한다. 절묘한 분업화다. 대회는 3M, AT&T, 델타, 메르세데스 벤츠, 뱅크 오브 아메리칸, UPS이 스폰서로 나서고, 스코어링 파트너로는 IBM과 롤렉스가 맡는다.  

연습 그린. 

그런데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조합이 가능했을까. PGA 투어 중 전 세계에서 최고의 ‘흥행몰이’를 하며 성공한 마스터스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R&A와 아시아-태평양 골프연맹(APGC)이 힘을 보탰다. 

이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우승자에게 던지는 매혹적인 ‘당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PGC는 이런 강력한 ‘무기’를 던져 놓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치열한 샷 대결을 유도하는 것이다.  

마스터스와 R&A, APGC는 무엇 때문에 이런 골프대회를 구상했을까. 대회를 잘 들여다보면 ‘거시경제(巨視經濟)’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골프강국인 미국과 골프원조인 영국,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이 합류해 ‘걸작품(傑作品)’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회를 만든 명분은 골프선진국보다 조금 뒤쳐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골프발전을 위해서다. 보다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 육성해 각국의 골프발전뿐 아니라 골프인구를 늘리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마추어 대회인데도 전 세계 190개국에서 4일간 생중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나 PGA 챔피언십, 디 오픈, US오픈도 아닌데, 웬만한 골프관계자나 골퍼들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다. 

대회 개최지는 PGA투어가 열리는 코스를 뺨칠 정도로 최상의 관리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스는 물론이고 드라이빙레인지, 연습 그린, 그린주변에서 벙커 샷을 할 수 있는 연습공간이 최적의 컨디션을 갖추고 있다.

2005년에 개장한 아마타 스프링 컨트리클럽은 태국에서도 명문클럽에 속한다. 파72, 전장 7500야드로 코스는 비교적 평탄하다. 그린과 페어웨이는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특이한 홀은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는 17번홀. 145야드의 파3홀이다. 18개홀 중 핸디캡이 12로 쉬운 편이다. 그린이 수심 20m의 호수 위에 만든 인공섬 위에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타샷을 한 뒤 배를 타고 이동해 그린에서 퍼팅을 해야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물 위에 그린이 떠 있는 '부유(浮游) 홀'이다. 이 그린은 대형 통 27개를 엮은 뒤 그 위에 흙을 쌓고, 잔디를 심었다. 넓이는 약 110㎡다. 이 인공섬은 밧줄에 매단 여러개의 닻으로 고정시켰다. 

17번홀.
17번홀.

골프장을 찾은 프래드 리들리 회장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골프대회를 주최하고 장려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AAC는 오거스타의 창립이념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 대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또한 참가국 선수들은 자국에 돌아가 주니어 골퍼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AC는 비록 아마추어 대회지만 대회를 주최, 주관하는 3개의 단체는 골프를 생각하고 ‘깊이’와 실천하는 ‘눈높이’가 한 차원 다른 것 같다. AAC는 세계골프사에 남을 만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향한 거대하고 탄탄한 ‘브릿지’(bridge)임에 틀림없다.  [아마타스프링CC(태국)=안성찬 골프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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