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포커스]주니어 골퍼를 위한 KGA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골프포커스]주니어 골퍼를 위한 KGA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2.10.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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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리(태국)=안성찬 골프대기자]한국은 주니어 골퍼들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이 있을까?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은 대한골프협회(KGA·회장 이중명)와 산하단체인 한국중고골프연맹을 비롯해 시도협회가 관장한다. 협회는 대회를 주최·주관하고, 골프룰북을 만들고,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여러가지 일을 한다. 그중에서도 국가상비군과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고, 지도하고, 관리 및 감독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회를 개최해주고, 전지훈련도 하고, 국제대회 출전도 도와준다. 골프가 비록 선수 개개인 코치를 두고하는 개인 운동이긴 하지만, 협회가 뒷바라지 하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으로 출전권이 주어지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은 세계적인 아마추어 골퍼들이 총출동해 샷 대결을 벌이는 최고 권위 대회이다. 앞으로 프로골퍼가 되거나 교습가를 꿈꾸는 주니어들에게는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우승하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회는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회장 프레드 리들리), 영국왕립골프협회(R&A·회장 마틴 슬럼버스),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AC·회장 타이무르 핫산) 등 3개 골프단체가 관장한다. 이번 대회는 38개국 12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4일간 생중계 한다.

사실 AAC는 미국진출을 노리는 주니어 골퍼들에게 세계 톱 랭커들과 샷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대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2009년에 초대 챔피언에 이어 2013년에 우승했다. 2016년에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렸지만 아쉽게도 홈코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호주선수에게 우승을 내줬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한국의 우승이 없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기대했던 국가대표 조우영(21·한국체대3)은 3라운드 '무빙데이'에서 무너져 3위에 그친 것이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선수들의 성적이 나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기량만으로만 보면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은 각종 국제대회 우승이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출전해 프로들의 틈바구니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봐도 결코 실력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크게 2가지다. 무엇보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부족하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선수의 '저질체력(低質體力)'이다. 국내에서 대회가 없는 겨울 기간 동안 호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크고 작은 대회가 수시로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대회에 출전해 외국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보고, 국제대회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협회가 선수들의 지원을 줄이면서 국제대회 출전이 거의 막혀 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전지훈련을 해야지 무엇 때문에 비싼 경비를 들여 외국대회에 출전하느냐' 하는 것이 KGA 회장 및 임원진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2년 이상 외국 대회 출전이 막힌 것도 한국선수들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니어 시절에 국제대회의 출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임성재(24)와 김성현(24) 등이 국가대표시절 호주 대회에 한달간 연속 출전한 적이 있다. 협회의 일부 임원들이 반대했지만 선수강화훈련 위원장이 강하게 주장해 대회 보냈다. 물론 전지훈련 비용보다 3배 정도 더 들어갔지만 선수들은 "골프에 새로운 눈을 떴다"고 했다. 그때 비록 무리를 했던 노력이 지금 프로에 데뷔해서 실력을 발휘하고 것이다. 외국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것이 PGA 무대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선수는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수 4명과 미국에서 1명, 그리고 태국에서 활동하는 선수 2명 등 7명이 출전해 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부분 외국 대회에 경험이 있지만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선수도 있다. 

외국대회의 경험과 더블어 개인의 '체력훈련'과 개인의 강점을 살릴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한국선수들은 생각보다 체력이 약하다. 나름대로 체력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때로 백을 스스로 메고 플레이를 해야 하는 외국의 주니어대회에서는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특히, 더운 지역일수록 선수들의 어려움은 가중 된다. 연습라운드나 1라운드까지는 잘 치다가도 주말에 가면 체력이 소진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스코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뒷심부족'으로 스코어를 망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주니어 대회와 전혀 다르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모두 자신의 백을 메거나 수동카트를 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무척 낯선 일이다. 거리 측정부터 그린 읽기, 스케줄 관리 등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조언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캐디가 동반되는 한국과는 완전히 ‘딴 판’인 것이다.

AAC에 출전한 샘 존스(뉴질랜드)가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AAC
AAC에 출전한 샘 존스(뉴질랜드)가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AAC

비단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체력이다. 이전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한국선수의 체격이나 체력은 외국선수보다 조금 떨어진다. 특히, 체력훈련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톱 랭커들의 체력 훈련을 들여다보면 마치 격투기 선수처럼 강도 높은 체력훈련은 기본이다. 근력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들은 호텔에 도착하면 먼저 피트니스센터를 찾는다. 한국선수들은 연습장부터 알아보는 것과 '천지차이(天地差異)'다. 한국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바닥난다. 방전(放電)되기 십상이다. 여기에 한술 더떠 습하고 푹푹 찌는 날씨와 만나면 죽을 맛이다. 자신도 모르게 ‘멘탈’과 ‘몸’이 따로 노는 것이다. 첫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바라보면 지친 모습이 금방 드러난다.  

국내의 국가대표뿐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 대부분은 체력훈련보다는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를 치거나 아이언 샷을 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 이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최근들어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선수들이나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갖고 하는 일본선수들에게 자꾸 밀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은 호주의 골프코치와 트레이너, 골프프로그램을 들여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국가상비군이나 국가대표를 하는 동안 3~5년간의 시간투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데, 협회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협회는 미래투자라고 생각하고 보다 많는 대표선수들을 외국의 국재대회에 출전시켜 외국의 대회분위기와 감각을 익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이 프로골퍼로 성공해 주니어들에게 투자하지 않겠는가.

모범이 될만한 사례는 한국의 최경주(52)와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 그리고 호주의 카리 웹 등이다. 최경주는 자신의 재단에 소속돼 있는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마련해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정부와 협회의 협조를 받아 국가대표 선수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가서 전지훈련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기술도 전수한다. 카리 웹도 호주에서 유망주를 선발해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주니어 골프에 대한 협회의 투자는 미래 한국골프의 발전과 직결돼 있다. 이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한국의 골프대중화에 기여함은 물론 'KOREA'라는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데도 첨병역할을 할 것이다. KGA의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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