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견문록&27]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금강산 아난티 골프&리조트
[골프견문록&27]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금강산 아난티 골프&리조트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2.04.14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 사진=아난티

한국에서 북한에 건설한 최초의 골프장이 아쉽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골프&레저전문그룹 아난티(대표이사 이만규)가 금강산 사업을 접는다. 아난티는 현대아산이 북한에 임대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봉 168만㎡(51만평) 대지를 50년간 재임대한 뒤, 2004년 12월부터 850억여원을 들여 3년 후인 2008년 5월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리조트를 완공했다. 한국 자본으로 금강산에 건설한 유일한 리조트였다. 하지만 골프장과 리조트는 2008년 개장을 앞두고 당시 새벽에 해안도로를 산책하던 관광객 박왕자씨 북한측 군인에 의해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결국 골프장도 문을 닫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오픈하기전에 기념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가 열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 프로 및 일부 아난티 회원, 그리고 관계자들이 코스를 밟았다.

▶금강산 관광은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1989년 기업인 최초로 방북해 '금강산관광 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물꼬가 텄다. 이후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트럭 500대에 소떼 1000마리를 싣고 민간기업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11월 18일 금강산관광은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8년 7월 중단될 때까지 11년간 195만6000명이 금강산을 관광했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2013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5년후 재개하는 듯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아난티는 국내 골퍼들은 대상으로 회원 모집을 했다. 창립회원은 소멸성을 겸한 회원권을 1700만원에 분양해 성공했다. 라운드를 한 뒤 이 회원권 가격으로 결재하면 비용이 정산되는 식이다. 이후 회원권 가격은 2500만원까지 올리며 분양에 나서 4000명이 조금 넘는 회원을 모집했다. 골프장 문이 닫히자 일부 회원들은 회원권 가격 반환 소송을 했지만 패소했다. 이유는 북한도 해외 골프장으로 인정한데다 골프장 운영을 못한 것은 아난티 측 잘못이 아니라 천재지변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회원권 분양으로 아난티는 적자가 아닌 큰 수익을 냈다. 회원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아난티는 아난티클럽서울 등 계열 골프장에서 다양한 이용혜택을 줬다. 회원대우에 준하는 혜택을 주며 소멸성으로 차감하는 식으로 결재도 가능하게 했다.   

▶금강산 아난티의 골프장에 들어서면 코스 아래로 동해바다 장전항을 바라볼 수 있고, 또한 바리봉을 비롯한 수정봉, 집선봉, 비로봉, 촛대바위 등이 펼쳐진 4계절 옷을 갈아 입는 금강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특이한 시그니처 홀이 2개 있다. 홀이 중간에서 직각으로 꺾인 3번 홀은 파7으로 거리가 1014야드로 세계 최장 홀로 알려졌다. 또한, 파3, 264야드의 5번 '깔때기 홀'로 온 그린이 되면 홀인원이 되는 홀이다. 평소에는 오른쪽 그린을 사용하는데, 깔때기 홀은 특별한 날에 오픈해 골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었다. 특히, 골프장 옆에 들어선 술과 안주를 파는 카페에는 김일성 대학을 졸업한 미녀(?)가 서빙을 했다. 숙박비는 국내 5성급 호텔을 뺨쳤는데, 1실당 숙박비가 아닌 숙박을 하는 인원마다 모두 비용을 받았다.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 김형태 프로, 정용근 농협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시상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PGA

▶한국이 북한에 건설한 골프코스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가 열렸다는 것은 특이할 만하다. 1968년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출범한 이래 사상 최초로 북한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대회는 2007년 10월 25~28일 4일간 열린 SBS코리안투어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총상금 3억원). 초대 우승자는 김형태가 차지했다. 김형태는 28일 북한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아난티골프&온천 리조트(파72ㆍ763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2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282타로 방두환)을 2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형태는 우승상금 6000만원과 금강산이 새겨진 도자기 트로피를 받았다. 재미난 사실은 정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우승컵을 자신에게 주는 꿈을 꿨다는 것을 김형태가 1만원을 주고 이 꿈을 샀다. 김형태는 깔때기홀로 유명한 5번홀에서 티샷한 볼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이번 대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깔때기홀로 사라졌다. '옆집에 홀인원'을 기록한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