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사람들①]"우리 부부 미션은 세계 유명 레스토랑 다니는 것"...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김인숙 & 황규태
[골프장 사람들①]"우리 부부 미션은 세계 유명 레스토랑 다니는 것"...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김인숙 & 황규태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9.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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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황규태 부장과 김인숙 실장
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황규태 부장과 김인숙 실장

“음식을 조리할 때가 가장 즐거운 시간이죠 특히 고객들이 맛있게 드시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행복을 얻기 위해 온 세상을 헤매고 있지만, 행복은 바로 손을 뻗기만 하면 있다’고 로마의 시인 플라쿠스 퀸투스 호라티우스가 말한 바 있다.

아마도 이는 행복을 파랑새 쫒듯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으라는 의미인 듯하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부부가 있다. 강원 춘천의 스프링베일 골프클럽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부부 셰프 김인숙 실장과 황규태 부장이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주방장에서 하루 종일 붙어 있다. 아무리 가깝고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조금은 삐그덕 거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삶의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라고 하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은 행복을 창조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함께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음식 만들 때 소중한 시간이고, 기쁘니까 더 이상 바랄게 없죠.”

아내 김인숙 실장은 음식과 관련이 있지만 황규태 부장은 이 분야에 다소 생소하다. 그럼에도 둘이서 어떻게 주방의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는 것일까. 

남편보다 1살 연상인 김 실장 이야기부터 해보자. 경북 안동 태생이다. 딸 부자집 4녀중 둘째. 모친이 교편생활을 접고 한정식 집을 운영했다. 맏언니가 중식, 셋째가 한식, 막내가 25년차 요리사로 활약하고 있다. 김 실장은 가족의 요리 DNA를 물려받은 것이다. 물론 결혼하고서는 전혀 음식과 거리가 멀었다. 전업주부로 그냥 집안일만 했기 때문이다. 

황 부장은 경북 구미에서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집안에서 특수작물을 하는 농장을 경영해 ‘농부’가 됐다. 그러다가 직업을 변경했다. 손재주가 뛰어났던 황 부장은 4년간 아파트설비를 했다. 부산에서 외국인학교를 건립할 때 소장을 맡았고, 전국을 순회하며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지을 때 시설을 도맡아 했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도 이 일은 계속했고, 아내는 집안일을 맡아서 했다.

부부가 차린 상차림
부부가 차린 상차림

그러다가 일이 벌어진 것은 제주도 여행이다. 둘 다 내륙지방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는 것이 꿈’이었던 그들에게는 제주도는 하나의 새로운 희망이 됐다. 마치 이탈리아의 신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처럼 가슴이 벅하고 신기했다.
“바로 여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시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눌러 살자고 했죠.”

제주도로 내려가기 전에 남편의 건설현장이 도움이 돼 구미 중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한밭식당을 2년 동안 운영했다. 이것이 부부로 연을 맺은 김 실장과 황 부장이 ‘음식’에 첫발을 디딘 셈이다. 

2013년 제주도를 둘러보고 어느 곳에 식당을 할 것인지 장소를 물색했다. 중문관광단지내 100평(약 330㎡) 규모로 제주도 특산품인 흑돼지 및 오리전문점을 차렸다. ‘하늘2035가든’으로 간판을 걸었다. 육고기에 남다른 식견이 있는 남편이 고기를 선별하고 조리를 맡았고, 아내가 기본 찬을 만들었다. 음식철학은 ‘자연의 집 밥’으로 정했다. 손맛이 살아있는 김 실장은 모든 음식을 내 집에서 먹는 것처럼 찬거리를 만들어 내놨다. 철칙은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이었다. 사업도 잘 됐다. 규모에 걸맞게 동네잔치나 결혼피로연도 척척 해냈다. 3일 동안 1500명의 고객을 맞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부부는 식자재 선택에 철저했다. 직접 시장에 가서 둘러보고 꼼꼼히 살펴 식자재를 구입했다.

“무엇보다 식자재가 좋아야 음식의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양질의 식자재로 조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최고의 요리가 저절로 태어나 듯 한 기분이 들죠. 그래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도 피곤하지만 늘 새벽시장을 본 것이지요.”  

입소문이 난 탓일까. 스프링베일 골프클럽을 운영하는 BnBK(대표이사 권성호)의 이지안 전무가 2주 동안 식당을 매일 찾았다. 여기서 부부의 인생이 바뀐다.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BnBK의 자회사 론푸드 차이나에서 김 실장에게 식당 총괄 책임자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 온 것. 이지안 전무가 2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당을 찾은 까닭이다. 

결국  ‘하늘2035가든’은 BnBK가 인수한 뒤 론푸드 차이나의 1호점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제주도에서 사는 것을 조금 뒤로 미루고 강원도로 자리를 옮겼다. 스프링베일 골프클럽 주방으로 합류했다. 

춘천으로 오기 전에 김 실장은 홀을 관리하면서 ‘공부’에도 정열을 불태웠다. 한라대학에서 특급호텔의 셰프들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조리공부를 했다. 주 1회지만 조리교재를 만들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몸이 찌뿌듯하고 아픈 곳이 있어도 조리를 시작하면 아픈 곳은 온데 갖데 없이 말끔하게 사라진다는 김 실장과 틈나는 대로 전통시장을 들러 좋은 식자재를 찾아보고 메모하고 파악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황 부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

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김인숙 실장과 황규태 부장은 전세계 유명 레스토랑을 돌아보는 것이 소망이다.
스프링베일GC 부부 셰프 김인숙 실장과 황규태 부장은 전세계 유명 레스토랑을 돌아보는 것이 소망이다.

부부는 크게 욕심이 없다. 테이블은 5개 정도. 음식이나 요리 이름 없이 그날그날 최고의 식자재 준비해 놓고 조리를 해서 고객에게 내놓고 싶다는 것. 다만, 모든 조미료는 고춧가루, 간장, 된장, 마늘, 참기름, 들기름, 천연소금 등으로 만든다. 인공조미료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자연주의 조리철칙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음식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릇도 도기로 제작된 것을 직접 고른다. 특별히 예쁜 그릇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그릇에 담으면 더 맛나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캐디 없는’ 명문 골프장 스프링베일 골프클럽 레스토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음식 맛은 최고를 지향한다. 아침에 내놓는 시래기국밥 등 모든 반찬은 직접 조리한다. 이 때문에 스프링베일 골프클럽을 찾는 골퍼들은 행복한 것이다.

김인숙 실장은 “우리 남편은 ‘이불’같은 사람이죠. 항상 따듯하고 말없이 모든 것을 해주는 멋진 남편”이라며 “고객들이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기쁘죠”라고 말했다.

퇴근하면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는 김인숙-황규태 부부. 은퇴하면 세계 유명 레스토랑을 돌아보며 음식을 맛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는 이들 부부의 소원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