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상근부회장 놓고 진흙탕 싸움 벌이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안성찬의 골프이야기]상근부회장 놓고 진흙탕 싸움 벌이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8.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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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사장이 뽑을 비서실장을 임원들이 모여 투표로 선발하는 기이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협회장 권한으로 함께 일할 상근부회장을 선택해야 한다. 협회 정관을 보면 상근부회장은 회장이 임명하고 이사회가 추인하면 된다"며 "반드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다"(북부지역 골프장 K 모대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국내 골프장 경영자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회장 박창열)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상근 부회장' 때문이다. 

회장이 지명해야하는 상근부회장을 공개모집하고, 또한 8개 지역협의회 회장이 면접을 보고 뽑기로 한 것이다. 부회장 공개모집에는 충청지회 등을 제외하고 모두 5명이 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골프장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현재 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해도 본전'이다. 여전히 '앙금은 남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협의회 회장단이 상근부회장을 선발해 놓고 잘못되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일 협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근부회장이 들어온다해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특히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들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면서 지역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곳곳에 불협화음과 잡음이 일고 있다. 마치 정치판 같다는 것이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불거진 것은 16~17대 박정호 회장이 물러나면서부터 새로 18대 회장을 맡은 박창열 회장이 상근부회장을 임명함에 있어 지역협의회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겠다며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였다.

이에 대해 일부 지역은 기존 안대환 부회장의 연임을 원했다. 또 다른 일부 지역은 안대환 부회장이 퇴임하고 새로운 부회장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창열 회장은 제3의 대안, 즉 절충안으로 당분간 협회 부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면서 기존 사무국장을 전무이사로 승진시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사회의 추인을 받았다.

이에 반대하는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그들은 신임 협회장이 자신들과 상의하여 부회장을 임명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어겼다고 당분간 협회비를 내지 말라고 통발을 돌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협회 회장의 이·취임식한 뒤 상근부회장과 관련해 지역협의회 회장단과 협의후 결정하기로 했지만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앞서 지역협의회 회장단은 협회의 두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회원사 및 협회의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당분간 당시 안대환 부회장 체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창열 회장 취임후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단은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운영방침에 유감을 표하면서 영남지역과 강원지역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영남지역협의회인 영우회는 회원사 전원이 현 집행부 불신 등으로 인해 신뢰가 회복될때까지 협회에 매월 납부하는 입장객수 현황과 협회비 지급중단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자 박창열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하는 협회가 만일 회비를 내지 않으면 협회 운영이 어려워지고, 자칫 협회가 지역별로 분열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박창열 회장은 협회 정상화를 위해 지역협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상근부회장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문제가 생겼다. 상근부회장을 회장이 지명하려하자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이 공개모집을 요구했다. 회장은 또다시 한발 물러서서 기존 지명을 철회하고 공개모집을 하기로 결정했다.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해야 할 일을 결정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단이 협회비 납부거부를 앞세워 협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는 것이 골프장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러한 방침에 이번에는 충청권의 모 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금 골프장업계는 세금과 공시지가, 경쟁 격화, 캐디 구인난에 폭염까지 여러 가지 위기에 처해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이런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꼬인 매듭을 반드시 풀어야 하겠지만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잘 풀어야하는지 정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