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상근부회장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데스크칼럼]상근부회장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19.08.12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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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박창열 회장
제18대 박창열 회장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회장 박창열 고창CC 회장)를 바라보는 회원사들의 마음이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하다. 이유는 한가지다. 상근부회장을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에티켓 과 매너다. 이 때문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가 제정하는 골프규칙 책자를 보면 경기 중에 지켜야 할 규칙보다 에티켓 과 매너 내용을 서두에 게재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골프장 환경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아니라 골프장을 경영하는 일부 CEO들의 행태가 그렇다는 얘기다. 협회가 세운 원칙을 무시하고 ‘정치판’으로 흐르자 일부 회원사들의 CEO는 '이번 기회에 협회 탈퇴를 하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협회 상근부회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걸까.

처음에 단추를 잘못 끼웠던 탓이다. 전임 회장은 지난 3월말이 임기 만료일이었다. 협회는 2013년에 이어 2016년 연임한 박정호 회장(프리스틴밸리CC 대표이사)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회장 선출공고를 했다. 나서는 사람이 없자 충청지역협의회 강형모 회장(유성CC 대표이사)이 단독 출마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중도에 사퇴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협회 원로들이 모여 강 회장에게 회장출마를 철회하라는 압력(?)이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사퇴하자마자 당시 회장 및 집행부는 박창열 회장(72)을 찾아가 차기 회장을 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 것. 박 회장은 이것을 받아들였다. 이 때 안대환 상근부회장은 재직 중이었다. 상근부회장은 회장 임기와 달라 임기종료가 4월말이었다. 

협회는 지난 3월 20일 제주시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년 정기총회에서 143개 회원사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박창열 회장을 추대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전임 박정호 협회장의 뒤를 이어 4월 1일부터 2022년 3월말까지 3년 임기를 맡게 됐다. 취임식은 지난 3월29일 분당 협회 사무실에서 가졌다.  

그런데 상근부회장이 ‘불씨’였다.

박창열 회장이 상근부회장을 임명함에 있어 지역협의회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겠다며 각 지역을 돌아다녔다. 일부 지역은 기존 안대환 부회장의 연임을 원했다. 하지만 다른 일부 지역은 안대환 부회장이 퇴임하고 새로운 부회장이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창열 회장은 제3의 대안, 즉 절충안으로 당분간 협회 부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면서 기존 행정에 능한 사무국장을 전무이사로 승진시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일부 지역협의회가 상근부회장을 두자고 압박(?)했다. 일부 지역협의회는 협회비 납부 거부를 앞세워 회장이 지역협의회와 약속한 상근부회장을 선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회장이 임명해야할 상근부회장을 지역협의회 회장단이 추천한 뒤 면접을 보고,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것. 여기서 뽑힌 상근부회장 후보자를 회장이 임명하고, 이사회의 추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협의회는 몰표를 받은 후보자를 한사람으로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면접과 투표에 참가한 한 지역협의회 회장에 따르면 “박창열 회장은 복수추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단수추천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한국골프회관. 사진출처=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홈페이지
한국골프회관. 사진출처=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홈페이지

이에대해 한 회원사 K 대표는 "우리가 총회에서 회장을 추대를 해놓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무시한 처사가 아닌가. 사장이 자신이 쓸 비서실장을 임원을 불러 면접을 보게하고, 투표로 뽑는다는게 말이 되는가. 만일 지역협의회 회장이 자신의 골프장에 인력이 필요하면 역시 투표로 선발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상근부회장을 놓고 추천과 면접 및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충남 그랜드CC 임재풍 회장은 회장, 부회장, 이사, 감사에게 A4 용지 2페이지짜리 ‘호소문’을 돌렸다. 회장이 임명해야하는 상근부회장을 추천하는 것도 모자라 지역협의회 회장이 면접을 보고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반기를 든 것이다. 특히 임재풍 회장의 호소문에는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이 주장하는 ‘친목형 부회장’은 정관 제11조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46년 역사의 협회와 280개 회원사의 한국골프장경영협회로서 보편적 사고와 상식에 맞는 결정을 간곡히 부탁한다”고도 썼다.   

결국 충청지역을 제외하고 5명이 후보자로 나섰다. 예정대로 면접과 투표가 이뤄졌다. 그런데 문제가 다시 터진 것은 투표의 결과였다. 8개 지역협의회 회장단 중 한, 두명을 제외하고 한후보자에게 몰표가 쏟아져 추전된 후보자와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한 박창열 회장이 제안한 복수 추천을 무시하고 협의회 회장단이 즉석에서 한사람만 추천하자고 결정한 것이 전해지면서 협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이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폭넓게 의견수렴을 한 것이 잘못되는 바람에 회원사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여기에 일부 지역협의회가 오랫동안 사심(?)을 갖고 특정 상근부회장을 몰아갔다는 것에 대해 회원사들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근부회장을 놓고 집안다툼으로 인해 협회는 거의 4개월이나 허송세월을 보냈다.  

박창열 회장은 회장추대를 받고 인사말에서 “골프장 경영환경이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최악”이라며 “협회 운영도 과거보다 훨씬 절박해져야 하며, 보다 더 치밀하게 회원사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할 것”고 밝힌바 있다. 박 회장은 또 “회원사 골프장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전 회원사의 신뢰를 받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점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초심의 박창열 회장의 협회발전을 위한 구상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삐거덕거리고 있다.

상근부회장이 누가 되든 대부분의 회원사들은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협회와 회원사가 똘똘 뭉쳐 중과세 등 산재해 있는 협회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골프붐을 일으켜 골프장 경영개선이 좀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1974년 17개 골프장 대표가 모여 창립한 협회는 1989년 부설로 잔디연구소를 뒀고, 2003년 분당에 한국골프회관을 개관했다. 올해 280개 회원사로 늘어나면서 양적팽창을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협회는 세금문제해결 등 골프장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회장을 추대해놓고, 협회운영의 돈줄인 ‘협회비 거부’를 내세워 회장의 고유권한을 빼앗으려는 일부 지역협의회 회장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보면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국내 골프장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