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골프센스]리디아 고, 하나금융그룹 최종일 '코스매니지먼트' 통할까...3R 3타차 공동 7위
[60초 골프센스]리디아 고, 하나금융그룹 최종일 '코스매니지먼트' 통할까...3R 3타차 공동 7위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10.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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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매니지먼트 귀재 리디아 고(24·PXG)가 도쿄올림픽 골프 이후 무엇이 변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출전한 리디아 고의 ‘행복한 한국생활’이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년 만에 KLPGA투어를 찾은 그는 매일 색다른 매력으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본선: 6,496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는 6언더파 65타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했다. 첫날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 공동 38위였다가 하루 만에 데일리 베스트로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접하는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53.3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88.89%, 그린적중률 88.89%(이상 2라운드 기준)에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 28회 등 KLPGA투어 평균값을 웃도는 기록이다. 리디아 고 특유의 코스 매니지먼트가 낯선 코스에서 더 빛을 발했다.

덕분에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았는데, 후반에만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했다. 14번홀(파5)부터 17번홀(파3)까지 4연속 버디쇼는 전 세계 골프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2015, 2016년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2,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 2연패를 달성한 리디아 고는 2014년 3승, 2015년 5승, 2016년 4승을 따내며 3년 만에 12승을 차지한 최연소 세계랭킹 1위였다. 안니카 소렌스탐이 가진 LPGA투어 통산 72승을 경신할 후보 0순위로 꼽힐 기세였다.

리디아 고. 사진=하나금융그룹/JNA 정진직 포토
리디아 고. 사진=하나금융그룹/JNA 정진직 포토

당시 리디아 고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코스 매니지먼트였다. 그와 경기를 함께 한 선수들은 “리디아는 AI(인공지능) 같다. 장타가 아닌데도 티샷부터 퍼팅까지 전략적인 코스매니지먼트로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낸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2년 만에 KLPGA투어 무대에 출전해 선두(이소미, 10언더파 132타)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무빙데이를 맞이한 비결도 코스 매니지먼트 덕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전담 캐디 대신 하우스 캐디와 호흡을 맞춘 모습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정작 그는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 모멘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코스라 매니지먼트를 하기 보다 이 코스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캐디의 의견에 의존하는 쪽을 선택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2010년대 후반 예상보다 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급으로 도약한 동력에 AI 같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올림픽에서는 다른 대회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코스 매니지먼트는 소위 ‘선택과 집중’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이다. 그런데 ‘닥공’으로 올림픽에 나서 여자 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2회 연속 메달 획득 쾌거를 이뤘으니 나름 성공한 전술 변화인 셈이다.

그는 “올림픽은 단 세 명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동메달을 따낸 뒤 ‘자신 있게 임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맹목적인 ‘닥공’은 아니지만, 코스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과감하게 공략해도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러니 한 점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는 ‘닥공’과 ‘안전함’의 앙상블을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도니스CC는 처음 접하는 곳이라 코스를 잘 모른다.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이 코스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캐디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디와 연습라운드부터 호흡을 맞추다보니 사흘째(2라운드)부터는 내가 원하는 클럽을 거의 맞출 정도로 발전했다. 캐디 오빠가 코스도 잘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센스나 감각이 너무 좋다”고 호성적 이유를 캐디에게 돌렸다.

그러면서도 “페어웨이를 지켜야 하는 코스인데 샷감이 좋다보니 과감하게 공략할 때는 과감하게 친다. 이틀 동안 대부분 티샷을 드라이버로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얻은 성과를 잊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남은 두 라운드도 티샷은 과감하게 하고, 그린 공략은 캐디 오빠와 상의해서 신중하게 할 예정”이라며 “하나금융그룹 식구(하나캐피탈 서브 후원 선수)이기 때문에 남은 이틀도 더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부적인 코스매니지먼트 실력에 단기전 경험까지 갖춘 리디아 고가 생애 첫 KLPGA투어 우승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03타인 리디아 고는 최종일 경기를 앞두고 단독선두 호주교포 이민지(25·하나금융그룹)와 3타차로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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