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멘탈트레이너로 K-골프를 완성하는 게 꿈"...유충경 골프멘탈&브레인짐 대표
[골프&라이프]"멘탈트레이너로 K-골프를 완성하는 게 꿈"...유충경 골프멘탈&브레인짐 대표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0.04.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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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경 박사
그린을 바라보며 골프멘탈을 생각하는 유충경 박사

"자각과 수용으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온전히 받아들인 후 마지막 과정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좋은 샷이었을 때는 강화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실수였다면 즉각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좋은 샷이든, 그렇지 않든 우선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술적 요인이든, 심리적 요인이든 찾아내서 다음 플레이에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의 발생이라는 불규칙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며, 라운드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필드에서 실수를 했을 때 잘못된 부분에 대한 즉각적인 운동감각보상을 통해 다음 샷에 같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유충경 박사)  

국내 처음으로 골프 멘탈(mental)에 기저를 두고 스윙 메커니즘 분석과 상담, 명상을 한꺼번에 도입해 골퍼들에게 기량향상에 도움을 주는 골프멘탈전문 아카데미가 생겨 화제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석현로 70, 4층에 오픈했다. 이곳에서 프로골퍼이자 유충경 ‘골프 멘탈&브레인 짐’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활약한 경험에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본격적으로 선수 및 아마추어 골퍼의 기량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선수들의 기량은 기술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정신력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선수들의 멘탈은 특정 선수를 빼놓고는 의외로 약하죠. 특히, 엄청난 과학으로 진보한 현시점에서도 현장에서조차 멘탈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행동 루틴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1부 투어를 뛰는 선수 중에서도 멘탈을 의식하지 못하는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멘탈은 과학이고, 분명히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멘탈 훈련을 하면 분명히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것이죠. 앞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모든 선수가 멘탈 훈련을 받는다면 ‘신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뤄 기량이 뛰어나고 생명력이 긴 선수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 2년 때.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주니어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부모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부모가 그렇듯 자식에게 야단을 치는 것은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온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잘되라고 질책을 했지만 청소년 시절에는 그것이 마음으로 남아 연습을 할 때는 물론 대회에서 나가서도 감정 조절에 실패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던 것. 그러다가 전국대회에 출전해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특기자로 대학 입학에 실패하자 그는 수능 86일을 남겨 놓고 공부쪽으로 눈을 돌렸다. 체력훈련을 병행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고 했던가. 운동선수의 끈기와 자존감으로 날밤을 새우며 책과 씨름한 덕에 한양대학교 생활스포츠학부에 합격했다. 군 제대한 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프로자격을 획득해 2부 투어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정상급 투어 선수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방향을 틀었다. 하는 김에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한양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때가 즐겁고 힘들 시절이었다. 24시간이 모자랐다. 한양대 사회교육원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레슨을 하며 주니어를 위한 엘리트 골프아카데미도 운영했다. 레슨과 학업, 강의, 논문 준비를 동시에 했다.

명상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충경 박사
명상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충경 박사

그는 촌음(寸陰)을 아꼈다. 숙식은 연구실에서 해결했다.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직접 밥을 해 먹어가며 학비와 학업,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그러면서 여러 편의 논문과 석,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2012년에는 박사 논문을 집필 중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하고 했나. 힘겹게 보낸 시간은 그에게 보상을 해줬다. 2013년에 스포츠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이때 프로 경험과 교육, 그리고 심리학 공부를 묶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내친 김에 그는 카운슬링과 심리상담공부를 시작했다. 여기에 골프를 접목시켜 골프 멘탈트레이너에 집중한 것이다.

2016년에 노력한 결과물이 나왔다. ‘강한 멘탈 흔들리지 않는 골프’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연습장 훈련에서 필요한 멘탈인데,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29가지 골프 멘탈 솔루션이 담겨 있다.

그가 멘탈을 매달린 이유가 무엇일까.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늘 찾았죠. ‘불치병’ 같은 심리적 어려움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공부하고 싶었던 거죠. 주니어 시절만 해도 모든 선수가 제가 겪었던 심리적 문제인 자존감, 불안, 패배의식, 열등감, 분노 조절 등을 모두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소위 잘 나가는 정상급 선수에게는 그런 심리적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궁금했던 거죠.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어디서 올까’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원인과 극복방법을 파악해 저 같은 선수가 없기를 바라며 골프 심리를 공부하기 로 결심한 것입니다.”  

상담실에서 선수와 상담중인 유충경 박사
상담실에서 선수와 상담중인 유충경 박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멘탈 차이는 엄청나다고 그는 느꼈다.  
“선수 자신은 잘 모르지만 멘탈은 골프에 임하는 선수의 자세죠. 골프가 잘 되는 선수는 긍정적인 관점과 자아상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이나 실수에서 다시 일어서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훈련과 연습에 집중하는 선수가 잘 되는 선수의 특징이죠. 할 수 있고, 반드시  된다는 생각으로 중무장하면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를 잘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긍정과 믿음이라는 에너지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셈이죠. 또한 이 에너지는 좋은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주위의 믿음과 자신의 선택, 그리고 책임감 등이 자율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승리로 이끄는 선수들의 강점이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멘탈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아무리 어렵고 늪에 빠져도 멘탈이 강하면 당연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비단 극복뿐 아니라 자신의 향후 비전을 바라보면서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에 놀라기도 하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멘탈을 갖는다면 보다 열정적이고, 집중적인 자세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자신의 이상과 꿈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겠죠.”  
그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이를 이겨내고 좋은 흐름으로 바꾸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철저히 신뢰하고, 훈련의 전체적인 흐름을 누구의 지시나 명령이 아닌 자신이 능동적으로 진행하며 수행하는 자세. 그리고 그 훈련을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추구하면 누구나 슬럼프를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명상실에서 선수와 멘탈에 대해 상담중인 유충경 박사
명상실에서 선수와 멘탈을 위한 명상과 심상을 하는 유충경 박사

“멘탈도 양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긍정적 영향일 때와 부정작일 때가 다르죠. 물론 멘탈 훈련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특히, 불안 조절이나 집중력 강화, 자신감 향상으로 경기력 향상을 일으키고, 선수의 자세를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 하죠. 과학적인 방법으로 최상의 상태를 알고, 만들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죠. 
부정적이면 멘탈에 거부감을 갖고 있을 때 나타나게 됩니다. 멘탈 훈련을 종교적인 관점이나 정신적으로 결부해 보면 그렇죠. 이런 관점은 골프 멘탈을 부정적이고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뒤 대학에서 교수제안이 왔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어서 바로 접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유충경의 골프 멘탈&브레인 짐’이다.

이곳은 주니어 및 루키 프로들에게 ‘유토피아’같은 곳이다. 먼저 상담실에서 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측정분석실에서는 보다 철저한 루틴 점검이 실시된다. 이런 데이터를 갖고 선수를 분석한 다음에 명상실에서 멘탈 트레이닝을 위한 명상과 심상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그는 명상도 공부했고, 심리사 1급 자격증까지 땄다.

실제로 효과를 많이 보기도 했다.
하루는 국가상비군 출신으로 1부에서 뛰는 선수가 찾아왔다. 고3 때 이미 KPGA투어 자격까지 취득한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그런데 투어 시드를 계속 놓친데다 드라이버 입스까지 왔다. 그 선수는 유 박사와 상담을 했다. 철저하게 분석한 뒤 8회 동안 멘탈 훈련을 받았다. 놀랍게도 풀시드를 받았다. 그런 뒤 처음으로 1부 투어에서 뛰었다. 그래서 전지훈련 이후 멘탈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신인왕 타이틀도 노렸다. 그런데 하반기에 멘탈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서인지 선수는 멘탈 훈련에 멈췄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력도 덩달아 떨어져 하반기 성적은 엉망이 됐다. 이래서 멘탈은 케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45,미국)도 20살 때부터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 선수들은 멘탈을 한번 받으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멈춥니다. 그것이 안타깝죠. 멘탈은 계속해서 관리가 돼야 극강의 자신감, 집중력, 감정 조절 등이 가능해집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번 받아서 좋아졌다고 멈추는 선수가 있나요? 평생을 하잖아요. 그런데 멘탈은 하다가 말죠. 이때문에 효과가 반감되는 것입니다. 멘탈을 스스로 하든지, 누구에게 받든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전테스트를 위한 시뮬레이션실에서 선수의 스윙을 분석하는 유충경 박사
루틴점검을 위한 측정분석실에서 선수와 유충경 박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멘탈 두 번째 책 ‘골프, 멘탈로 승부한다’를 펴냈다. 불안, 신경과학, 루틴에 중점을 두고 읽는 것만으로도 타수를 줄이는 실전편이다. 

이때 유충경 박사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하는 것이 보다 많은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 사업을 확장했다. 선수를 위한 멘탈 트레이닝 뿐 아니라 지도자도 양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골프신경심리학 센터인 GNPT KOREA(GOLF Neuro-Psychology Training KOREA)를 설립했다. 멘탈 트레이너 양성 교육기관이다. 벌써 GNPT 레벨Ⅰ이 1명, 레벨Ⅲ가 4명 나왔다.

‘골프멘탈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한 40초의 과학’이라는 유충경 박사는 "골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스포츠 중 하나죠. 신체와 마음의 힘과 조절이 승패를 결정하는 어렵고도 힘든 스포츠지만 신체와 마음을 조절한다면 최고의 성취감을 맛보는 스포츠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을까.
GNPT 훈련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확립해 선수 코칭과 지도자, 아마추어 저변 확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선수와 교습가들이 이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국의 골프 기량이 세계 정상인 것처럼 한국의 훈련 프로그램도 세계 톱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세계를 손에 넣을’ 유충경 박사의 꿈이 언제쯤 이뤄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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